3년 수명 예상깨고 8년 동안 성공적 임무
지구 4만3000회 돌며 북한 수해지역 등 사진 47만장 전송
이달 말께 최종 사망진단 내릴듯
'아리랑 1호'가 실종됐다.
한국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가 지난해 12월30일 지상 관제국과의 통신이 두절된 것이다.
아리랑 1호가 발사된 것은 1999년 12월21일.
발사 당시 예상 수명이 3년이었지만 아리랑 1호는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임무를 충실히 완수했다.
살아있는 동안 임무 완수를 훌륭히 해온 아리랑 1호는 죽어서도 좋은 연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우주개발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우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아리랑 1호의 기능 정지 과정을 연구하면 우주 개발 투자비를 절약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에 큰 역할을 한 아리랑 1호와 우리나라의 위성 개발 계획에 대해 알아보자.
⊙ 아리랑 1호는 어떤 위성인가
아리랑 1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이다.
아리랑 1호 개발을 위해 정부는 2241억원을 투입했다.
위성 본체 제작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연구기관들과 대한항공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등 7개 기업이 참여했다.
아리랑 1호에는 주카메라인 해상도 6.6m의 전자광합탑재체 외에 해양관측용인 저해상도 카메라도 장착돼 있다.
그동안 아리랑 1호는 지상 685㎞의 상공에서 한반도와 그 주변부에 대한 전자지도 제작, 해양관측, 우주환경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아리랑 1호는 최초로 우리 기술을 이용해 한반도 전체를 촬영하는 위성이었다.
지난 8년간 아리랑 1호가 촬영한 사진은 47만장.
북한의 용천역 폭발 사건이나 북한 홍수 피해지역을 촬영하는 등 아리랑 1호는 한반도를 하루 네 번 통과하고 지구를 4만3000회 돌면서 그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왔다.
또 2001년에는 아랍에미리트와 상업용 영상 직수신 계약을 체결해 우리나라가 위성 영상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처음 아리랑 1호의 임무 수명은 3년이었다.
그러나 실제 임무를 수행한 기간은 8년10일이다.
아리랑 1호는 당초 예상보다 5년이나 더 운영되면서 우리나라 위성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 이달 31일께 최종 사망진단
아리랑 1호가 지상 관제국과 통신이 두절된 것은 지난해 12월30일.
아리랑 1호의 자세를 조종하는 컴퓨터에 시간 정보를 잘못 입력하자 아리랑 1호는 즉각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모드로 전환했다.
그 이후로 아리랑 1호와 지상의 통신이 두절됐다.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대전관제국과 남극 세종추적소 및 북극 스발바드지상국을 통해 140여차례 교신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통신은 두절 상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 1호의 통신 두절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안전모드에서 정상모드로 복귀하도록 명령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노후로 인해 통신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신이 불안정해 명령들이 순서대로 전송되지 못함에 따라 아리랑 1호가 정상 상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13일 다목적실용위성기술위원회를 열어 오는 31일까지 아리랑 1호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임무를 종료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리랑 1호의 최종 사망 진단이 내려지는 셈이다.
이 같은 결정은 아리랑 1호의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하며, 복구 노력을 계속할 경우 아리랑 2호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망 진단 시점을 이때로 잡은 것은 아리랑 1호는 이상 상황이 발생해 안전모드로 전환하면 추진 연료를 사용하는데 이 연료는 30일간 사용시 완전 소진되기 때문이다.
교신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아리랑 1호는 수십년 후 공기 중에서 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리랑 1호는 현재 지상 685㎞에 위치하고 있지만 공기와의 마찰로 고도가 조금씩 낮아진다.
그런데 통신 두절로 고도를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아리랑 1호는 지상을 향해 계속 내려오고 지상 400㎞ 지점인 대기권에 이르면 지상으로 내려오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타버리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궤도와 공기마찰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 아리랑 1호가 타 없어질 때까지 47년간 하늘을 떠돌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리랑 1호의 당초 예상 수명이 3년 정도였던 점에 비춰볼 때 설령 아리랑 1호의 임무가 31일 공식 종료되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수명을 다했다는 게 항우연과 과학기술부 등의 평가다.
그러나 일부 비판 여론도 없지는 않다.
아리랑 1호 조작을 담당하는 항우연 측에서 시간 정보를 잘못 입력한 게 사건의 발단이었던 만큼 "인위적 실수로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 위성개발 계획은 계속된다
아리랑 1호는 죽었지만 인공위성을 통한 한반도 관측은 계속된다.
아리랑 1호보다 성능이 우수한 아리랑 2호가 이미 2006년에 발사돼 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다른 위성들도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는 아리랑 3호, 3A호, 5호 개발을 통해 2012년까지 저궤도 실용위성 개발기술의 자립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저궤도 실용위성인 아리랑 위성 외에도 다양한 목적의 위성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된다.
과학기술위성 2호와 3호가 현재 개발 중이고 이후 100㎏급 마이크로 위성, 10㎏급 나노 위성, 1㎏급 피코 위성 등 소형 위성들도 개발될 예정이다.
이 밖에 정지궤도 복합위성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부는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 기상위성을 2009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