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딥 임팩트'(Deep Impact)는 운석 충돌로 인해 지금껏 쌓아올린 문명이 멸망할 위기에 처한 인류의 절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동안 지구인에게 쏟아지는 운석은 파괴와 멸망,그야말로 '대재앙(catastroph)'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6500만년 전 운석의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다고 배웠다.
우리에게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운석은 비난의 대상이고 한 세대의 종말을 불러오는 불행의 메신저였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지구의 생태계가 '재앙에 가까운' 운석 충돌로 인해 풍부해질 수 있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스페이스닷컴(www.space.com)에 따르면 스웨덴의 룬트(Lund)대학교의 지질학자 버거 슈미츠(Birger Schmitz) 교수팀은 4억7000만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접어들며 단 몇 백 만년 사이에 지구에 급격하게 생물체가 증가한 것은 운석 충돌과 관련이 깊다고 발표했다.
(참고=선캄브리아대와 고생대·중생대·신생대 등은 화석의 변화에 따라 구분된다.
박테리아·하등식물이 많았던 선캄브리아대와 달리 고생대부터는 삼엽충을 비롯해 다양한 갑각류 어류 양치식물 등이 등장했고 이는 중생대의 공룡,신생대의 포유류 등장으로 이어졌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저널(16일자)에 게재된 이 논문에 따르면 10년 이상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해온 슈미츠 교수는 "모두의 예측과 완전히 어긋나는 이 같은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겠지만,운석 충돌과 생물종 다양성 증가 사이에는 분명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지구의 고생대 두번째 단계인 오르도비스기 바로 직전 우주 소행성대(소행성의 띠·Asteroid Belt)의 커다란 두 덩어리가 부딪혔고,이로 인해 태양계 전체에 미국 뉴욕 맨해튼섬 크기의 돌덩이들이 퍼져나갔으며 이 중 일부 덩이들이 지구에 비가 내리듯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슈미츠 교수는 "지금 우리가 보는 운석의 20%가량은 이 때 생성된 것"이라며 "이들은 독특한 형태의 방사성 크로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운석이 얼마나 많이,얼마나 자주 지구에 떨어졌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오르도비스기의 생물종이 이전의 3~4배로 급증한 그 기간 동안 운석의 양도 100배 이상 증가했다.
슈미츠 교수는 "두 사태가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아마도 운석 충돌로 인해 생물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틈새와 피난처가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를 밝히자면 자료 수집과 분석에 최소 15년 이상이 더 필요하다"며 "우리는 지금 두 사태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 초기단계에 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슈미츠 교수는 "생태계를 지나치게 가혹한 환경으로 만든다면 생태계는 결국 파괴되지만,지구 유기생물체에게는 이것이 새 환경에 적응하고 새롭게 생겨난 '틈새'를 메울 수 있도록(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를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의 관계나 정강이를 찼을 때 다리가 들리는 반사작용 관계와 비슷하다고 묘사했다.
결국 큰 충격이 큰 변화를 불러온다는 뜻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것이기도 하고,어찌보면 새옹지마(塞翁之馬)론과도 비슷하게 들린다.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도 그렇다.
사이언인에서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하는 게 어디 그냥 되던가.
다 험한 길을 걷다보니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이다.
실제 슈미츠 교수는 이 같은 철학적인 발견을 학생들에게도 늘 설파한다고 한다.
"저는 늘 학생들에게 '우리가 당신을 심하게 밀어붙이지(push) 않는다면 당신은 한 단계 진화(evolve)할 수 없다'고 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