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초(1/10의 18승)의 움직임까지도 잡아낸다
아주 짧은 시간을 표현할 때 '찰나(刹那)'라는 말을 쓴다.
찰나는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의 음을 따와 만든 한자어다.
찰나는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120찰나는 1달찰나,60달찰나는 1납박,30납박은 1모호율다,30모호율다는 1주야(24시간)이다.
즉,하루가 120×60×30×30찰나=648만찰나가 된다.
하루는 8만6400초이므로,1찰나를 계산해보면 0.0133333…초라는 계산이 나온다.
불교는 모든 것이 한 찰나마다 생겼다가 없어지고,없었다가 생기는 것을 반복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순간순간 무한하게 반복되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무상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 것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표현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은 '찰나의 시간'에 일어나는 변화를 현실적인 문제로 바꾸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원자 내부의 전자 움직임과 같은 운동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 동안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밀리초·마이크로초·나노초·피코초·펨토초·아토초…
그러면 현대 물리학은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까.
사람의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움직임은 '밀리초(1000분의 1)' 단위의 움직임이다.
이쯤 되면 '눈'은 봤는지 몰라도 뇌가 '그게 뭐였지?'를 떠올릴 수는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0.01초 차이로 들어오는 100m 단거리 주자들의 차이도 알 수 없는데 0.001초는 언감생심이리라.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날아오는 총알도 유연하게 허리를 꺾어가며 피하지만 사실 사람의 눈으로는 날아가는 총알을 쫓을 수 없다.
날아가는 총알을 정지 상태처럼 보이도록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는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 속도로 셔터가 찰칵하고 여닫히는 카메라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초의 1000분의 1은 '나노초',나노초의 1000분의 1은 '피코초'이다.
컴퓨터는 빠른 시간 내에 수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이 때 컴퓨터 회로 안에는 데이터를 담고 있는 수많은 전류 신호가 바쁘게 나노초 피코초 단위로 움직여다닌다.
(이렇게 빠르게 다니는 데도 용량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때는 이 전류 신호가 '교통 정체'를 겪으면서 수분~수십분이 걸린다.
그만큼 우리가 다루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피코초의 1000분의 1초는 '펨토초'(10의 15승분의 1초),펨토초의 1000분의 1초는 '아토초'(10의 18승분의 1초)이다.
⊙ 원자 내의 전자 움직임 관찰도 가능해
마이크로,나노도 충분히 작은 단위인데 피코,펨토,아토….이쯤되면 솔직히 머리가 아프다.
이걸 다 뭐에다 쓰는 거냐고?
이런 단위들은 분자와 전자,원자의 움직임을 시간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일례로 199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Zewell교수는 '펨토화학'이라고 이름 붙인 펨토초 단위에서 이뤄지는 분자들의 결합과 해리(분리) 현상에 관한 연구로 이 상을 받았다.
분자보다 작은 단위인 원자와 원자 내부에서의 전자의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이보다 더 짧은 시간 단위인 '아토초'가 사용된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핵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아토초다.
아토초 단위의 전자 움직임을 찍으려면 그만큼 빠르게 '찰칵'하고 셔터가 여닫히는 카메라가 있어야 된다.
⊙ KAIST 연구진,'아토초 카메라' 개발
최근 과학기술원(KAIST) 소속 남창희 교수·김경택 박사팀이 이 아토초 단위의 카메라 노릇을 할 '아토초 펄스'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 교수팀이 만든 '카메라'는 X선 레이저의 펄스(맥박처럼 짧은 시간에 생기는 진동)를 이용한 것이다.
펄스 한번이 카메라 셔터에 해당한다.
남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 X선 레이저를 200아토초 단위로 짧게 탁탁 쏘아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레이저가 물체를 한 번 통과할 때마다 그때 그때 물체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이를 늘어놓으면 마치 사진의 '연사'처럼 물체의 운동과정을 한눈에 펼쳐 볼 수 있게 되는 원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최고 국제 학술지로 꼽히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 11월23일자로 게재됐다.
남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은 이탈리아팀이 만든 130아토초 펄스.남 교수팀은 이번에 만든 기술을 활용해 조만간 100아토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X선 펄스를 만들 계획이다.
남 교수는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움직임이나 전자가 원자핵에서 떨어지는 이온화 과정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자의 움직임을 훤히 볼 수 있게 되면 원자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를 조립·분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그리고 이를 분자나 조직에까지 적용할 수만 있다면,내 앞의 종이컵이나 장갑 컴퓨터 심지어 나 자신도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체의 형태를 잘게 부숴서 똑같이 쌓아올릴 수 있다면….
글쎄,그게 바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아주 짧은 시간을 표현할 때 '찰나(刹那)'라는 말을 쓴다.
찰나는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의 음을 따와 만든 한자어다.
찰나는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120찰나는 1달찰나,60달찰나는 1납박,30납박은 1모호율다,30모호율다는 1주야(24시간)이다.
즉,하루가 120×60×30×30찰나=648만찰나가 된다.
하루는 8만6400초이므로,1찰나를 계산해보면 0.0133333…초라는 계산이 나온다.
불교는 모든 것이 한 찰나마다 생겼다가 없어지고,없었다가 생기는 것을 반복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순간순간 무한하게 반복되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무상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 것이다.
과거에는 이 같은 표현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은 '찰나의 시간'에 일어나는 변화를 현실적인 문제로 바꾸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원자 내부의 전자 움직임과 같은 운동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 동안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밀리초·마이크로초·나노초·피코초·펨토초·아토초…
그러면 현대 물리학은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까.
사람의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움직임은 '밀리초(1000분의 1)' 단위의 움직임이다.
이쯤 되면 '눈'은 봤는지 몰라도 뇌가 '그게 뭐였지?'를 떠올릴 수는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0.01초 차이로 들어오는 100m 단거리 주자들의 차이도 알 수 없는데 0.001초는 언감생심이리라.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날아오는 총알도 유연하게 허리를 꺾어가며 피하지만 사실 사람의 눈으로는 날아가는 총알을 쫓을 수 없다.
날아가는 총알을 정지 상태처럼 보이도록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는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 속도로 셔터가 찰칵하고 여닫히는 카메라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초의 1000분의 1은 '나노초',나노초의 1000분의 1은 '피코초'이다.
컴퓨터는 빠른 시간 내에 수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이 때 컴퓨터 회로 안에는 데이터를 담고 있는 수많은 전류 신호가 바쁘게 나노초 피코초 단위로 움직여다닌다.
(이렇게 빠르게 다니는 데도 용량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때는 이 전류 신호가 '교통 정체'를 겪으면서 수분~수십분이 걸린다.
그만큼 우리가 다루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피코초의 1000분의 1초는 '펨토초'(10의 15승분의 1초),펨토초의 1000분의 1초는 '아토초'(10의 18승분의 1초)이다.
⊙ 원자 내의 전자 움직임 관찰도 가능해
마이크로,나노도 충분히 작은 단위인데 피코,펨토,아토….이쯤되면 솔직히 머리가 아프다.
이걸 다 뭐에다 쓰는 거냐고?
이런 단위들은 분자와 전자,원자의 움직임을 시간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일례로 199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Zewell교수는 '펨토화학'이라고 이름 붙인 펨토초 단위에서 이뤄지는 분자들의 결합과 해리(분리) 현상에 관한 연구로 이 상을 받았다.
분자보다 작은 단위인 원자와 원자 내부에서의 전자의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이보다 더 짧은 시간 단위인 '아토초'가 사용된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핵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아토초다.
아토초 단위의 전자 움직임을 찍으려면 그만큼 빠르게 '찰칵'하고 셔터가 여닫히는 카메라가 있어야 된다.
⊙ KAIST 연구진,'아토초 카메라' 개발
최근 과학기술원(KAIST) 소속 남창희 교수·김경택 박사팀이 이 아토초 단위의 카메라 노릇을 할 '아토초 펄스'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 교수팀이 만든 '카메라'는 X선 레이저의 펄스(맥박처럼 짧은 시간에 생기는 진동)를 이용한 것이다.
펄스 한번이 카메라 셔터에 해당한다.
남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 X선 레이저를 200아토초 단위로 짧게 탁탁 쏘아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레이저가 물체를 한 번 통과할 때마다 그때 그때 물체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이를 늘어놓으면 마치 사진의 '연사'처럼 물체의 운동과정을 한눈에 펼쳐 볼 수 있게 되는 원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최고 국제 학술지로 꼽히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 11월23일자로 게재됐다.
남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은 이탈리아팀이 만든 130아토초 펄스.남 교수팀은 이번에 만든 기술을 활용해 조만간 100아토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X선 펄스를 만들 계획이다.
남 교수는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움직임이나 전자가 원자핵에서 떨어지는 이온화 과정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자의 움직임을 훤히 볼 수 있게 되면 원자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를 조립·분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그리고 이를 분자나 조직에까지 적용할 수만 있다면,내 앞의 종이컵이나 장갑 컴퓨터 심지어 나 자신도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체의 형태를 잘게 부숴서 똑같이 쌓아올릴 수 있다면….
글쎄,그게 바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