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죽어가는 다리를 살려낼 수 있다고?
차병원 정형민 교수·한양대 김병수 교수팀


줄기세포 이용 하지허혈증 걸린 쥐 치료성공

전쟁터에서 다리에 포탄의 파편이 박힌 병사.상처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게 되면서 주변의 세포가 죽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괴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병사의 다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미래에는 이 병사의 다리(다리의 피부세포)를 재생하는 기술이 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줄기세포를 통해서다.

사람의 다리를 살리는 일은 아직 어렵지만,쥐의 다리 정도는 살릴 수 있는 기술이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의 정형민 교수와 한양대 김병수 교수팀은 최근 인간배아 줄기세포(hESC)를 혈관 내피세포(ES)로 효과적으로 분화시키고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하지허혈증(다리 부분에 피가 통하지 않아 세포조직이 죽으면서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병)을 유발한 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AHA)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순환(Circulation)'의 지난 5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됐다.

이 연구는 심근경색,버거씨병 등 혈관세포가 손상돼 발병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요한 이야긴 것 같긴 한데,이 팀이 대체 뭘 했다는 건지 알송달송할 것이다.

'배아줄기세포주를 치료용 혈관 내피세포로 분화시켰다'는 게 뭔지 알려면 줄기세포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태아는 처음에 하나의 수정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세포가 2개로,4개로,8개로…, 나뉘면서 특정 세포는 눈이,다른 세포는 코가 되어 차츰 인간의 꼴을 갖춘다.

줄기세포는 이 같은 분화과정을 겪기 전의 세포다.

따라서 뇌 심장 간 팔 다리 등 어떤 장기로든 성장(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이 줄기세포를 '혈관 내피세포'로 만든다는 목표에 맞춰 이를 분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해 실제 치료에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우선 쥐 11마리(실험군)에 한쪽 뒷다리의 엉덩이 부위 혈관을 묶거나 자르는 방법으로 다리 아래 쪽으로 피가 흐르지 않게 해 하지허혈증을 유발시켰다.

그 다음 이 쥐들에 근육주사로 인간배아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혈관세포를 근육주사로 투여했다.

그리고 가짜 치료제를 투여한 다른 10마리(대조군)와 비교했다.

(대조군이 필요한 이유는 해당 쥐들에 의해 일어난 변화가 실험실의 환경이라든가 근육주사로 인한 영향,먹이 조건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줄기세포의 영향력'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혈관 내피세포를 투여한 쥐 가운데 4마리(36.4%)의 다리에서는 새로운 혈관이 형성돼 혈액이 흐르면서 다리가 그대로 보존됐다.

다른 4마리(36.4%)는 다리에 가벼운 괴사 증상만 보였고 3마리(27.2%)는 다리를 잃었다.

72.8%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가짜 치료제를 투여받은 하지허혈증 모델 쥐 가운데 9마리(90%)는 다리를 잃었으며 다른 한 마리도 심각한 다리 괴사 증상을 보였다.

연구진이 혈관 내피세포와 가짜 치료제를 투여한 지 4주 후 조사한 결과 가짜치료제 투여군에서는 피가 통하지 않은 다리 부위의 근육이 심하게 퇴화한 반면,혈관 내피세포 투여군에서는 혈관 내피세포가 다리 근육의 괴사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료 2주 후 하지허혈증 부위의 혈액 흐름을 조사한 결과 혈관 내피세포 투여군의 혈액 흐름(0.235)이 가짜치료제(0.051)보다 평균 4.6배 많았으며,4주 후에는 혈관 내피세포 투여군(0.511)과 가짜치료제 투여군(0.073)의 혈액 흐름 차이가 7배로 커졌다.

이처럼 혈관 내피세포 투여군의 하지허혈증 부위에서 혈액 흐름이 증가한 것은 투여된 혈관 내피세포에 의해 새로운 모세혈관과 소동맥이 생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하지허혈증 부위의 모세혈관과 소동맥 밀도를 조사한 결과 혈관 내피세포 투여군의 경우 모세혈관과 소동맥의 밀도는 각각 평균 658±190/㎟와 30±11/㎟로,가짜 치료제 투여군(392±118/㎟와 16±8㎟)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인간배아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혈관 내피세포가 하지허혈증 동물모델에서 새 혈관이 형성되도록 함으로써 혈액의 흐름과 사지보존율을 높여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인간배아 줄기세포로 만든 혈관 내피세포가 각종 질병의 혈관형성 요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병원의 바이오벤처인 차바이오텍은 2~3년 안에 이 기술을 이용한 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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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쇼크'이후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줄기세포' 하면 일단 고개를 삐딱하게 보고 '진짜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버릇을 갖게 됐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한참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연구 의욕은 꺾이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현재 국내 줄기세포 연구는 이번에 하지허혈증 쥐 치료를 주도한 차병원을 비롯해 메디포스트 파미셀 알앤엘바이오 미즈메디연구소 녹십자 BHK 라이프코드 등 민간기업과 학계에 의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학계의 움직임도 재개되고 있다.

연세대 김동욱 교수가 이끌고 있는 세포응용사업단은 지난 2월 국제 줄기세포포럼에 가입했다.

이봉희 가천의대 교수는 지난 6월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의 이니셔티브 공동의장에 선임돼 줄기세포 단백질체의 기능 분석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정부도 의욕적으로 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다.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앞으로 10년간 줄기세포 연구에 총 4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과기부는 올해 18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2005년에 비해 80%가량 늘어난 액수다.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에 구성된 '줄기세포 실무위원회'를 활성화해 연구자들의 정책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과기부는 이를 위해 기초연구국장이 맡던 위원장을 민간 전문가에게 넘기고 민간 위원도 보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