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프로테옴 연구 활발…항체치료제 시장 폭발적 성장

[Science] 단백질의 비밀, 생명의 신비가 서서히 풀린다
우리 몸의 단백질은 생명현상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머리카락,무릎 관절,피부 등은 모두 단백질이다.

아침에 먹은 햄버거를 몸에서 분해하는 효소도,지하철 속에서 우리 코속으로 들어온 미생물을 없애기 위해 싸우는 항체도,우리 몸 속의 유전자를 복제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도,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 인슐린도 모두 단백질이다.

사람 몸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를 밝혀내는 것은 인간 생명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과학자들은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기 위한 국제공동 프로젝트인 '인간프로테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의 과학자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국제인간프로테옴기구(HUPO)의 6차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돼 전 세계 수많은 단백질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들었다.

단백질이 과연 무엇이고,어떤 역할을 하기에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까?

[Science] 단백질의 비밀, 생명의 신비가 서서히 풀린다
⊙모든 생명현상의 키워드…단백질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은 생물체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로 인간의 생로병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생물체에는 20여 종류의 아미노산이 존재하며 이들은 서로 연결돼 긴 사슬을 형성하는데,이러한 아미노산의 거대 결합체가 단백질이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100개 이상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단백질은 사람에게 필수 영양소다.

섭취한 단백질은 결국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체내에 흡수된다.

아미노산의 개념을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아이들의 레고블록 조각을 예로 들 수 있다.

레고블록 조각들은 아미노산 기본 단위라 할 수 있고,레고 박스 속에 들어 있는 조립도(유전정보)에 따라 조립하게 되면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몸의 유전자(DNA)는 3만개에 달하지만 이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은 100만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생명현상을 일으킨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인체 질환의 98%는 단백질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2001년 완료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얻은 게놈 정보로는 실제 우리 몸의 단백질이 어떠한 형태이며 어떻게 병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인 인간프로테옴 프로젝트다.

여기서 프로테옴(Proteome)은 단백질을 연구하는 학문(프로테오믹스)을 뜻한다.

⊙단백질 정체 밝히는 인간프로테옴 프로젝트

인간프로테옴 프로젝트를 통해 작성되는 단백질 분포 지도는 인체가 어떻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어떻게 질병이 발생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본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또 산업적 측면에서도 암,관절염과 같이 특정 질병 조직에만 존재하는 단백질은 약품 개발을 위한 우선적 목표가 된다.

실제로 많은 제약회사와 바이오기업들은 중요한 질병을 대상으로 약품 개발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단백질을 선별하고,그에 관한 특허를 따내 향후 약품 개발을 위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려고 치열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인류 공통의 자산이 될 약품 개발의 목표가 되는 중요 단백질이 자금력이 풍부한 몇 개 회사에 독점적으로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단백질 혹은 유전자에 대한 특허는 그 실제적 유용성을 증명할 경우만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 취득을 위해서는 목표로 하는 단백질의 기능과 질병 발생과의 관련성에 대한 상당 수준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산업 항체치료제

단백질 연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항체의약품이다.

우리 몸속에 외부로부터 이물질(항원)이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몸속에서는 일련의 체계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그 결과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가 만들어진다.

이 항체는 항원을 제거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 우리 몸속에서 항체가 언제나 잘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몸속에 존재하는 물질(자가 항원)에 대해서는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고,새로 생긴 암세포들은 항체를 피해가는 능력이 있다.

이처럼 우리 몸에서 잘 만들어지지 않는 암세포에 대한 항체는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외부에서 만들어 환자에 투여하면 암세포를 죽여 암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다.

이렇게 환자에 투여해 치료효과를 낼 수 있는 항체를 항체치료제라 한다.

항체치료제는 정상세포에는 결합하지 않고 미사일처럼 암세포 표면에 있는 항원에만 달라붙어 암세포를 죽이거나,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항원에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또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사이토카인)에 결합해 이를 제거시키기도 한다.

항체치료제가 방사선치료나 약물요법에 이어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치료법으로 등장한 이유는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항체치료제는 미국 유럽에서 개발되기 시작해 12년 전부터 의약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현재 18종류의 항체치료제가 병원에서 암,관절염,천식 등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고 또한 장기 이식의 면역억제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 중 몇 개의 제품은 미국에서만 연간 각 10억달러(약 9200억원) 이상씩 팔리고 있다.

인간프로테옴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몸속에 존재하는 모든 단백질의 구조가 밝혀지면 항체의약품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