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미국 라디오에서 "임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습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모두 대피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황급히 놀라 피난짐을 꾸리고 신에게 기도하는 등 큰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 당대의 유명한 감독 겸 배우 오손 웰즈가 소설 '우주 전쟁'(H G 웰즈 1898년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실감나는 라디오극(劇)의 한 부분이었다.
지난 70년간 지구인들이 만든 화성에 대한 SF소설과 드라마,영화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근래에 나온 작품 중에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화성침공'(1996년)과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2005년)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팀 버튼이 그려낸 우스꽝스러운 화성인들은 이들이 그만큼 친숙한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
◎ '화성인' 상상은 왜 생겼나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천사나 달토끼에 대한 상상과는 성격이 다르다.
과학적인 관찰로 인해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화성의 양 극에는 흰색으로 빛나는 극관이 있다.
이 극관의 크기는 화성의 여름에는 작아지고 겨울에는 커진다.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이것이 '얼음'이라고 생각했다(얼음이 화성의 극지방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지금도 존재하지만,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화성에 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다.
이후 1800년대 말 지오반니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에 일종의 거대한 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운하'라고 표현됐고 화성에 풍부한 물과 이를 인공적으로 통제하는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인류가 처음 화성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것은 196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화성탐사선 매리너 4호를 통해서였다.
이로부터 11년 후에는 미국의 바이킹 1·2호가 화성에 처음으로 착륙해 4000장이 넘는 사진과 화성의 토양에 대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했다(소련은 매리너 4호의 발사 수년 전에 화성 탐사선 '마르스'를 발사했으나 화성 도달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화성에는 운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대신 새로운 정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화성에 물이 흘렀던 자국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발견된 데 이어 1997년에는 화성에서 온 운석 안에서 탄화수소 분자가 발견돼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증거로 제시됐다.
또 탐사선 스피릿이 2005년 1월에 보내온 암석 사진에는 인(원소기호 P)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은 자연 상태에도 존재하지만 생물체 내에 유기 화합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 7개의 동굴 아래 생명체 있을까
최근에는 화성에 지표면 아래로 깊이 파인 동굴(아래사진 가운데 검은점들)이 여럿 발견돼 다시 한번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일곱 자매들(seven sisters)'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동굴의 내부는 일교차가 화성 표면보다 훨씬 적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NASA는 화성 탐사선 '마르스 오디세이'가 송신해 온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화성 표면에 지름 100~250m의 동굴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21일 인터넷 홈페이지(www.nasa.gov)를 통해 밝혔다.
화성 남쪽의 아르시아 몬스 화산(표고 3만m) 기슭에서 발견된 이 동굴들은 화산활동에 따른 지각의 뒤틀림으로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ASA는 동굴 안쪽을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일교차가 화성 표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화성 표면의 온도는 낮에는 영상 20도,밤에는 영하 130도에 달한다.
미국 지질조사소(U S Geological Survey) 연구원인 글렌 쿠싱 노던애리조나대 교수는 "화성의 동굴 내부 온도가 지구의 동굴 내부처럼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교차가 훨씬 적은 것으로 미뤄 보아) 동굴이 땅 속 깊숙이 뚫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같은 연구소의 팀 티투스 교수는 이 동굴들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단순히 (크레바스처럼) 깊게 수직으로 갈라진 틈일 수도 있고 내부에 있는 넓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관문일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간에 화성 지표면 아래로 연결되는 입구임에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동굴들은 과거에 있었거나 현재 존재할 수도 있는 생명체에게 피난처로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인간이 살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생명체가 이 동굴을 실제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쿠싱 교수는 "동굴 위치의 고도가 너무 높아 실제로 인간이나 미생물이 살기에는 적합치 않다"며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높은 곳까지 이동해 오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굴이 발견된 아르시아 몬스 화산은 화성에서 제일 높은 산기슭에 위치해 있다.
◎ 생명체 탐사 계속될 듯
그러나 지금까지 등장한 근거들은 모두 '가능성'을 암시할 뿐,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동굴 내부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해도 지구의 생명체는 대부분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가혹한 조건이다.
화성에 물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표면에 남아있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
화성의 기압이 지구의 1%도 되지 않아 물이 모두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기압이 낮은 곳에서는 물의 끓는 점이 낮아진다).
또 중력도 지구의 절반가량밖에 안돼 수증기가 화성에 묶여 있지 못하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 때문에 물이 있다면 지표면이나 그 아래에 얼음 형태로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얼음에서 생명체가 사는 것은 물보다 훨씬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국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한층 가열차게 화성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2037년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2025년에 화성으로 유인 우주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습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모두 대피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황급히 놀라 피난짐을 꾸리고 신에게 기도하는 등 큰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는 사실 당대의 유명한 감독 겸 배우 오손 웰즈가 소설 '우주 전쟁'(H G 웰즈 1898년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실감나는 라디오극(劇)의 한 부분이었다.
지난 70년간 지구인들이 만든 화성에 대한 SF소설과 드라마,영화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근래에 나온 작품 중에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화성침공'(1996년)과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2005년)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팀 버튼이 그려낸 우스꽝스러운 화성인들은 이들이 그만큼 친숙한 존재임을 잘 보여준다.
◎ '화성인' 상상은 왜 생겼나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천사나 달토끼에 대한 상상과는 성격이 다르다.
과학적인 관찰로 인해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화성의 양 극에는 흰색으로 빛나는 극관이 있다.
이 극관의 크기는 화성의 여름에는 작아지고 겨울에는 커진다.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이것이 '얼음'이라고 생각했다(얼음이 화성의 극지방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지금도 존재하지만,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화성에 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다.
이후 1800년대 말 지오반니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에 일종의 거대한 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운하'라고 표현됐고 화성에 풍부한 물과 이를 인공적으로 통제하는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인류가 처음 화성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것은 196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화성탐사선 매리너 4호를 통해서였다.
이로부터 11년 후에는 미국의 바이킹 1·2호가 화성에 처음으로 착륙해 4000장이 넘는 사진과 화성의 토양에 대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했다(소련은 매리너 4호의 발사 수년 전에 화성 탐사선 '마르스'를 발사했으나 화성 도달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화성에는 운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대신 새로운 정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화성에 물이 흘렀던 자국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발견된 데 이어 1997년에는 화성에서 온 운석 안에서 탄화수소 분자가 발견돼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증거로 제시됐다.
또 탐사선 스피릿이 2005년 1월에 보내온 암석 사진에는 인(원소기호 P)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은 자연 상태에도 존재하지만 생물체 내에 유기 화합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 7개의 동굴 아래 생명체 있을까
최근에는 화성에 지표면 아래로 깊이 파인 동굴(아래사진 가운데 검은점들)이 여럿 발견돼 다시 한번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일곱 자매들(seven sisters)'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동굴의 내부는 일교차가 화성 표면보다 훨씬 적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NASA는 화성 탐사선 '마르스 오디세이'가 송신해 온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화성 표면에 지름 100~250m의 동굴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21일 인터넷 홈페이지(www.nasa.gov)를 통해 밝혔다.
화성 남쪽의 아르시아 몬스 화산(표고 3만m) 기슭에서 발견된 이 동굴들은 화산활동에 따른 지각의 뒤틀림으로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ASA는 동굴 안쪽을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일교차가 화성 표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화성 표면의 온도는 낮에는 영상 20도,밤에는 영하 130도에 달한다.
미국 지질조사소(U S Geological Survey) 연구원인 글렌 쿠싱 노던애리조나대 교수는 "화성의 동굴 내부 온도가 지구의 동굴 내부처럼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교차가 훨씬 적은 것으로 미뤄 보아) 동굴이 땅 속 깊숙이 뚫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같은 연구소의 팀 티투스 교수는 이 동굴들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단순히 (크레바스처럼) 깊게 수직으로 갈라진 틈일 수도 있고 내부에 있는 넓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관문일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간에 화성 지표면 아래로 연결되는 입구임에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동굴들은 과거에 있었거나 현재 존재할 수도 있는 생명체에게 피난처로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인간이 살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생명체가 이 동굴을 실제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쿠싱 교수는 "동굴 위치의 고도가 너무 높아 실제로 인간이나 미생물이 살기에는 적합치 않다"며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높은 곳까지 이동해 오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굴이 발견된 아르시아 몬스 화산은 화성에서 제일 높은 산기슭에 위치해 있다.
◎ 생명체 탐사 계속될 듯
그러나 지금까지 등장한 근거들은 모두 '가능성'을 암시할 뿐,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동굴 내부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해도 지구의 생명체는 대부분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가혹한 조건이다.
화성에 물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표면에 남아있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견해다.
화성의 기압이 지구의 1%도 되지 않아 물이 모두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기압이 낮은 곳에서는 물의 끓는 점이 낮아진다).
또 중력도 지구의 절반가량밖에 안돼 수증기가 화성에 묶여 있지 못하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 때문에 물이 있다면 지표면이나 그 아래에 얼음 형태로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얼음에서 생명체가 사는 것은 물보다 훨씬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국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한층 가열차게 화성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2037년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2025년에 화성으로 유인 우주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