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준비해온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완공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동일한 원리 이용
차세대 청정 대용량 에너지로 각광받는 '인공태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정부가 12년간 야심차게 준비해온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완공식이 지난달 14일 대전 핵융합연구소에서 치러진 것이다.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인공태양'이란 별명이 붙은 KSTAR는 석유나 원자력 같은 현재의 에너지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꿈이 현실로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수소폭탄 원리 평화적으로 이용
인공태양은 수소의 원자핵끼리 합쳐지면서 에너지를 내뿜는 것을 이용한 것으로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그 원리가 같다. 핵이 분열하면서 내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과는 정반대의 물리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즉 수소폭탄의 원리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인공태양이다.
인공태양은 무엇보다 무한하고 고효율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삼중수소(리튬)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한 에너지다. 또 1g의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연료로 시간당 1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고효율 에너지다.
인공태양은 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또 폐기물을 거의 대부분 재활용하는 기술도 향후 개발될 예정이어서 원자력 발전처럼 폐기물 처리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상 최대 규모 국제 공동 프로젝트 ITER사업
인공태양의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등 7개국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공동 프로젝트인 이 사업은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실험 장치들이 이뤄낸 실험 결과들을 종합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공학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구체적 목표는 2015년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카다라슈에 ITER를 건설하는 것이다.
ITER 건설에는 총 50억8000만 유로의 건설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치국인 EU가 전체의 45%를 분담하며,나머지 6개국이 9.09%씩을 분담한다.
ITER가 건설된다고 해서 곧바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ITER는 어디까지나 '실험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ITER가 건설되고 나면 세계 각국은 그 기술을 토대로 인공태양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과학자들은 인공태양이 실제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점이 대략 204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용화까지는 경제적·기술적 난제 넘어야
KSTAR(사진)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태양이다. 1995년 1월에 착공한 지 11년 8개월이 걸렸다. KSTAR는 높이 9m,지름 9m의 원기둥 형태로 총 30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KSTAR가 '과학실험로'라면 ITER는 '실증실험로'다. 즉 ITER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KSTAR를 통해 미리 테스트 해보는 것이다. KSTAR는 이 분야 실험장치로는 세계 여섯 번째이지만 세계 최초로 신소재 초전도체를 적용해 개발한 가장 진보된 형태의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로 꼽힌다. ITER와 형태 및 재질 등이 똑같아 세계 핵융합 과학자들로부터 'ITER의 축소판'으로 불려왔다.
이 장치에는 절대온도 4도가량(섭씨 영하 269도)의 초저온과 초전도,태양표면보다 뜨거운 1억도 이상의 초고온,고열을 차단할 극진공을 구현하는 첨단의 과학기술이 집약됐다. KSTAR에 공급되는 전압은 154kV로 2만5000가구의 아파트 공급분에 이르고 이 장치를 순환하는 냉각수만 3만193t이 필요하다. 또 플라즈마 전류가 2MA(메가암페어)로 40와트의 형광등 400만개나 들어간다.
신재인 핵융합연구소장은 "일본 과학기술 고위 관계자가 KSTAR를 보고 난 뒤 초전도 핵융합로를 일본 내에 건설하겠다고 얘기할 만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KSTAR는 전체 공정이 국내에서 자체 개발돼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핵융합연구소는 완공식 이후 시운전을 위한 장비점검을 하고 내년부터 시운전에 들어가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1억도 온도에서 10초간 가동실험을 한 뒤 차츰 온도와 시간을 늘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수적인 3억도,300초 환경에서 핵융합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할 방침이다.
KSTAR가 완공됐지만 인공태양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하기까지는 많은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가 경제성이다. 즉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실제로 생산된 에너지의 경제적 가치가 더 높아야 한다. 핵융합연구소 권면 박사는 "지금도 인공태양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상용화 시점을 2040년께로 보고 있는 것도 그때쯤 되면 기술발전으로 경제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핵육합이 일어나려면 섭씨 1억도가 넘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플라스마(plasma)'가 지속돼야 하는데,현재 한국 등 각국에서 개발한 인공태양의 경우 플라스마 상태 지속 시간이 수초에 불과해 이를 극복하는 기술 개발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동일한 원리 이용
차세대 청정 대용량 에너지로 각광받는 '인공태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정부가 12년간 야심차게 준비해온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완공식이 지난달 14일 대전 핵융합연구소에서 치러진 것이다.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동일한 원리를 이용해 '인공태양'이란 별명이 붙은 KSTAR는 석유나 원자력 같은 현재의 에너지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꿈이 현실로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수소폭탄 원리 평화적으로 이용
인공태양은 수소의 원자핵끼리 합쳐지면서 에너지를 내뿜는 것을 이용한 것으로 태양이 열을 내는 것과 그 원리가 같다. 핵이 분열하면서 내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과는 정반대의 물리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즉 수소폭탄의 원리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인공태양이다.
인공태양은 무엇보다 무한하고 고효율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삼중수소(리튬)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매우 유리한 에너지다. 또 1g의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연료로 시간당 1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고효율 에너지다.
인공태양은 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청정에너지로 꼽힌다. 또 폐기물을 거의 대부분 재활용하는 기술도 향후 개발될 예정이어서 원자력 발전처럼 폐기물 처리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상 최대 규모 국제 공동 프로젝트 ITER사업
인공태양의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등 7개국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공동 프로젝트인 이 사업은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실험 장치들이 이뤄낸 실험 결과들을 종합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공학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구체적 목표는 2015년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카다라슈에 ITER를 건설하는 것이다.
ITER 건설에는 총 50억8000만 유로의 건설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치국인 EU가 전체의 45%를 분담하며,나머지 6개국이 9.09%씩을 분담한다.
ITER가 건설된다고 해서 곧바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ITER는 어디까지나 '실험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ITER가 건설되고 나면 세계 각국은 그 기술을 토대로 인공태양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과학자들은 인공태양이 실제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점이 대략 2040년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용화까지는 경제적·기술적 난제 넘어야
KSTAR(사진)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태양이다. 1995년 1월에 착공한 지 11년 8개월이 걸렸다. KSTAR는 높이 9m,지름 9m의 원기둥 형태로 총 30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KSTAR가 '과학실험로'라면 ITER는 '실증실험로'다. 즉 ITER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KSTAR를 통해 미리 테스트 해보는 것이다. KSTAR는 이 분야 실험장치로는 세계 여섯 번째이지만 세계 최초로 신소재 초전도체를 적용해 개발한 가장 진보된 형태의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로 꼽힌다. ITER와 형태 및 재질 등이 똑같아 세계 핵융합 과학자들로부터 'ITER의 축소판'으로 불려왔다.
이 장치에는 절대온도 4도가량(섭씨 영하 269도)의 초저온과 초전도,태양표면보다 뜨거운 1억도 이상의 초고온,고열을 차단할 극진공을 구현하는 첨단의 과학기술이 집약됐다. KSTAR에 공급되는 전압은 154kV로 2만5000가구의 아파트 공급분에 이르고 이 장치를 순환하는 냉각수만 3만193t이 필요하다. 또 플라즈마 전류가 2MA(메가암페어)로 40와트의 형광등 400만개나 들어간다.
신재인 핵융합연구소장은 "일본 과학기술 고위 관계자가 KSTAR를 보고 난 뒤 초전도 핵융합로를 일본 내에 건설하겠다고 얘기할 만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KSTAR는 전체 공정이 국내에서 자체 개발돼 관련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핵융합연구소는 완공식 이후 시운전을 위한 장비점검을 하고 내년부터 시운전에 들어가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1억도 온도에서 10초간 가동실험을 한 뒤 차츰 온도와 시간을 늘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수적인 3억도,300초 환경에서 핵융합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을 할 방침이다.
KSTAR가 완공됐지만 인공태양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하기까지는 많은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가 경제성이다. 즉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실제로 생산된 에너지의 경제적 가치가 더 높아야 한다. 핵융합연구소 권면 박사는 "지금도 인공태양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상용화 시점을 2040년께로 보고 있는 것도 그때쯤 되면 기술발전으로 경제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핵육합이 일어나려면 섭씨 1억도가 넘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플라스마(plasma)'가 지속돼야 하는데,현재 한국 등 각국에서 개발한 인공태양의 경우 플라스마 상태 지속 시간이 수초에 불과해 이를 극복하는 기술 개발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