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인재유출 걱정하기 앞서
그들에게 기회줬나 되물어봐야 △사회=한국에서 현재 고급 두뇌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국으로 유출됐지만 지금은 중국으로도 빠져나가고 있다.
△스무트=미국도 역시 중국에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 이들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도전하고 있다. 학생들은 산업 현장이든 연구소든 일할 기회, 연구할 기회가 많은 곳으로 간다. 문제는 '어디에 기회가 있느냐'다. 한국이 두뇌 유출을 우려한다면, 한국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고급 인력에게 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제자 중에 닥터 정이라는 한국인이 있었다. 학업을 마친 그에게 '한국에 돌아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는 일할 곳이 없다'며 '미국에 남겠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노요리=일본의 경우 문제가 조금 다르다. 젊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려 들지를 않는다. 좀 밖으로 나가야 할 텐데, 지금은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비슷하다. 또 해외 인재의 유입도 적다. 전체 학생의 1.4%만이 외국인이다. 이건 너무나 적은 수치다. 사회가 닫혀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해외 인재들도 '가족과 떨어져 있어 행복하지 않다'거나 '자녀가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데 힘들어 한다'고 토로한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학생을 포함한 주니어 과학자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시니어급이 되고 나면 가족이 있기 때문에 타지 생활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젊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훌륭한 국제적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20~30년 기초연구에 꾸준히 투자해야"
△사회=한국은 국가 연구개발에 꾸준히 많은 투자(GDP의 3%)를 하고 있지만 기초 과학분야 투자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스무트=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초과학 예산 비중은 전체의 2% 안팎이다. 만약 한국이 3%를 기초과학 예산에 투자하고 있다면, 기다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20년 후에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누적적으로 총 얼마를 투자했느냐'이다.
△샤플리스=거의 모든 신문들이 매일 한 페이지를 스포츠에 할애한다. 그렇지만 과학 면을 매일 만드는 곳은 없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가 보통인 것 같다. 만약 언론에서 좀 더 과감하게 매일 과학기술을 소개하고 이 같은 기술로 성공한 하이테크기업의 광고를 싣는다면, 젊은 사람들이 좀 더 과학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것이다.
△사회=한국의 젊은 과학도에 대해 조언한다면.
△스무트=젊은 과학도들에게 가능하면 연구 영역을 자꾸만 좁혀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영역에서 대가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공격하는 자기 항체를 연구한다고 치자. 암을 비롯해 수많은 질환이 이 항체와 관련이 있다. 인종, 성별, 연령별로 병의 징후도 다 다르다. 이것을 다 공부하고 꿰고 있어야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과학자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범위를 크게 좁혀서 한국인과 중국인에게서 이 세포가 유전적으로 차이를 가지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바로 옆에 버티고 있는 한국은 세분화ㆍ전문화된 연구가 특히 더 중요하다.
◆노요리 료지(2001년 노벨 화학상)
일본의 열 번째 노벨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나고야대 석좌교수(70)는 광학이성질체 합성법으로 수소화반응과 산화반응을 개발, 유기합성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 200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이 합성법은 항생제 소염제 등 신약물질의 상용화에 큰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완벽한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요구하는 엄격한 연구 자세로 학계에 정평이 나 있다.
◆배리 샤플리스(2001년 노벨 화학상)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배리 샤플리스 스크립스연구소 석좌교수(66)는 광학합성 촉매를 이용한 물질 산화반응 연구의 대가로 꼽힌다. 노벨재단은 2001년 화학상을 수여할 당시 다른 2명의 공동 연구자에게는 상금의 4분의 1씩을 줬지만 그에게는 절반을 줄 만큼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조지 스무트(2006년 노벨 물리학상)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 조지 스무트 UC버클리대 교수(62)는 우주가 빅뱅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을 증명해 낸 우주학자다. 그는 1992년 과학위성인 '코비'를 통해 우주 배경복사(우주 생성 초기 단계에서 일어난 복사파)의 미세한 편차를 발견하고 이를 마이크로파 형태로 정확히 측정했다. 이 실험은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해 온 빅뱅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정리=한국경제신문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그들에게 기회줬나 되물어봐야 △사회=한국에서 현재 고급 두뇌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국으로 유출됐지만 지금은 중국으로도 빠져나가고 있다.
△스무트=미국도 역시 중국에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 이들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도전하고 있다. 학생들은 산업 현장이든 연구소든 일할 기회, 연구할 기회가 많은 곳으로 간다. 문제는 '어디에 기회가 있느냐'다. 한국이 두뇌 유출을 우려한다면, 한국이 얼마나 많은 기회를 고급 인력에게 주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제자 중에 닥터 정이라는 한국인이 있었다. 학업을 마친 그에게 '한국에 돌아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는 일할 곳이 없다'며 '미국에 남겠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노요리=일본의 경우 문제가 조금 다르다. 젊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려 들지를 않는다. 좀 밖으로 나가야 할 텐데, 지금은 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비슷하다. 또 해외 인재의 유입도 적다. 전체 학생의 1.4%만이 외국인이다. 이건 너무나 적은 수치다. 사회가 닫혀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해외 인재들도 '가족과 떨어져 있어 행복하지 않다'거나 '자녀가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데 힘들어 한다'고 토로한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려면 학생을 포함한 주니어 과학자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시니어급이 되고 나면 가족이 있기 때문에 타지 생활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젊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훌륭한 국제적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20~30년 기초연구에 꾸준히 투자해야"
△사회=한국은 국가 연구개발에 꾸준히 많은 투자(GDP의 3%)를 하고 있지만 기초 과학분야 투자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스무트=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초과학 예산 비중은 전체의 2% 안팎이다. 만약 한국이 3%를 기초과학 예산에 투자하고 있다면, 기다려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20년 후에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누적적으로 총 얼마를 투자했느냐'이다.
△샤플리스=거의 모든 신문들이 매일 한 페이지를 스포츠에 할애한다. 그렇지만 과학 면을 매일 만드는 곳은 없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가 보통인 것 같다. 만약 언론에서 좀 더 과감하게 매일 과학기술을 소개하고 이 같은 기술로 성공한 하이테크기업의 광고를 싣는다면, 젊은 사람들이 좀 더 과학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것이다.
△사회=한국의 젊은 과학도에 대해 조언한다면.
△스무트=젊은 과학도들에게 가능하면 연구 영역을 자꾸만 좁혀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작은 영역에서 대가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공격하는 자기 항체를 연구한다고 치자. 암을 비롯해 수많은 질환이 이 항체와 관련이 있다. 인종, 성별, 연령별로 병의 징후도 다 다르다. 이것을 다 공부하고 꿰고 있어야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과학자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범위를 크게 좁혀서 한국인과 중국인에게서 이 세포가 유전적으로 차이를 가지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바로 옆에 버티고 있는 한국은 세분화ㆍ전문화된 연구가 특히 더 중요하다.
◆노요리 료지(2001년 노벨 화학상)
일본의 열 번째 노벨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나고야대 석좌교수(70)는 광학이성질체 합성법으로 수소화반응과 산화반응을 개발, 유기합성화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 200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이 합성법은 항생제 소염제 등 신약물질의 상용화에 큰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완벽한 데이터와 실험 결과를 요구하는 엄격한 연구 자세로 학계에 정평이 나 있다.
◆배리 샤플리스(2001년 노벨 화학상)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 배리 샤플리스 스크립스연구소 석좌교수(66)는 광학합성 촉매를 이용한 물질 산화반응 연구의 대가로 꼽힌다. 노벨재단은 2001년 화학상을 수여할 당시 다른 2명의 공동 연구자에게는 상금의 4분의 1씩을 줬지만 그에게는 절반을 줄 만큼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조지 스무트(2006년 노벨 물리학상)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 조지 스무트 UC버클리대 교수(62)는 우주가 빅뱅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을 증명해 낸 우주학자다. 그는 1992년 과학위성인 '코비'를 통해 우주 배경복사(우주 생성 초기 단계에서 일어난 복사파)의 미세한 편차를 발견하고 이를 마이크로파 형태로 정확히 측정했다. 이 실험은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해 온 빅뱅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정리=한국경제신문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