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버드大 생쥐실험 통해 "남성적 행동은 후각에 영향받는다" 주장
최근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윤은혜(은찬 역)의 보이시한 매력' 등의 제목이 연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톱 뉴스거리(?)로 뜨곤 한다. 가슴이 거의 없고 먹기는 엄청 먹는 소년 같은 소녀 '은찬'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은찬이 여자인 줄 모르고 그에게 호감을 갖게되는 한결(공유 분)의 미묘한 입장을 동성애 코드를 슬쩍 건드리며 보여준다.
은찬의 생물학적 성(sex)은 여성이다. 그러나 외양과 행동만으로 봤을 때 그(녀)는 남성이다. 그러니 한결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은찬의 젠더(gender;사회적인 성. 문화적으로 훈육되거나 스스로의 경험 등을 통해 만들어진 성. 태어날 때부터 결정돼 있는 성(性)인 sex와 달리 '자라나면서 구성되는' 성이라는 뜻으로 사용됨)가 한결의 고정관념 속의 '여성다움'과 배치됐기 때문이다. 은찬의 겉모습,몸짓,말투 등이 '남성'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한결은 은찬의 생물학적 성이 남성인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상 은찬은 단순히 남성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생물학적 여성이다.
인간은 이처럼 '사회적인 신호'에 의해 상대방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구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특히 '시각'에 의존한 판단이 이 구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곱상하게 생긴 '왕의 남자'의 공길(이준기 분)이 여자가 아닌가 오해를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다른 동물은 어떨까.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 6일자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A functional circuit underlying male sexual behaviour in the female mouse brain')에 따르면 이 연구진은 쥐의 수컷이 암컷을 보면 흥분해서 교미하자고 달려드는 것이나 암컷이 이 같은 수컷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것은 후각에 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특정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을 가지고 있느냐,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남성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그렇지 않기도 한다는 뜻이다.
하버드대 생물학자인 캐서린 둘락(Catherine Dulac)은 "암수 생쥐들은 제2의 후각이라고 불리는 감각기관의 일종인 서골코기관(vomeronasal organ·VNO)을 사용해 성적 흥분을 자극하는 페로몬을 감지하는데,페로몬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 암컷은 성욕이 불타올라 계속 교미를 시도하는 수컷 같은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서골코기관은 유인원을 제외한 모든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코 윗부분에 존재하는 감각기관으로서 페로몬을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서골코기관에서 페로몬을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통로를 '유전적으로 제거한' 생쥐를 만들어 그 행태를 관찰한 결과,수동적인 교미나 새끼에 대한 수유와 같은 암컷의 전형적인 행동 양상을 버리고 같은 우리 안의 수컷을 적극적으로 쫓아가거나 코로 상대방의 뒷다리를 들어올리며(요컨대 '지분거리며') 초음파로 탐지할 수 있는 복잡한 소리를 내는 등 '수컷의 성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서골코기관이 어떻게 성적 행태를 결정짓는지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 번째는 서골코기관이 발생학적으로 성적인 행태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두 번째는 서골코기관에 의한 성적 행태는 발생학적인 것이 아니며 서골코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진 신호가 암컷이 '남성다운' 성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註=두 가지 가설의 차이점을 이해하려면 '발생학(發生學·embryology)적'이라는 표현을 이해해야 한다. 발생학적으로 형성된 것은 되돌이킬 수 없으며 다른 것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첫 번째 가설에 따를 경우,정상적으로 형성된 서골코기관을 사후에 없애더라도 '수컷과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게 된다. 이미 성별에 따른 성적 행동이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두 번째 가설은 해당 기관이 정상적으로 형성됐더라도 사후에 이를 없애거나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 암컷이 수컷과 같은 행동을 보일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정상 암컷 생쥐에게서 서골코기관을 외과적으로 제거해봤다. 이 결과 성징을 결정짓는다고 알려진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농도에는 차이가 없었으며 발정기 주기도 정상의 암컷 생쥐와 같았으나 성적 행태는 수컷과 비슷하게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결과는 유전적,발생학적 뇌 구조의 차이에 의해 암·수컷의 성적 행동이 차별화된다는 기존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까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성적으로 흥분한 수컷 생쥐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는 교미 전략을 펼쳐 암컷 생쥐들의 뇌를 자극해 교미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간의 경우 서골코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해 '후각이 남성·여성다움을 결정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동물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는(따라서 공격성이나 교미행태,모성애 등의 성에 따른 전형적인 행동 양태가 한번 결정되면 바뀌지 않는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수컷 생쥐의 서골코기관을 제거했을 때 수컷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최근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윤은혜(은찬 역)의 보이시한 매력' 등의 제목이 연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톱 뉴스거리(?)로 뜨곤 한다. 가슴이 거의 없고 먹기는 엄청 먹는 소년 같은 소녀 '은찬'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은찬이 여자인 줄 모르고 그에게 호감을 갖게되는 한결(공유 분)의 미묘한 입장을 동성애 코드를 슬쩍 건드리며 보여준다.
은찬의 생물학적 성(sex)은 여성이다. 그러나 외양과 행동만으로 봤을 때 그(녀)는 남성이다. 그러니 한결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은찬의 젠더(gender;사회적인 성. 문화적으로 훈육되거나 스스로의 경험 등을 통해 만들어진 성. 태어날 때부터 결정돼 있는 성(性)인 sex와 달리 '자라나면서 구성되는' 성이라는 뜻으로 사용됨)가 한결의 고정관념 속의 '여성다움'과 배치됐기 때문이다. 은찬의 겉모습,몸짓,말투 등이 '남성'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한결은 은찬의 생물학적 성이 남성인 것으로 오해하지만 실상 은찬은 단순히 남성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는 생물학적 여성이다.
인간은 이처럼 '사회적인 신호'에 의해 상대방의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구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특히 '시각'에 의존한 판단이 이 구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곱상하게 생긴 '왕의 남자'의 공길(이준기 분)이 여자가 아닌가 오해를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다른 동물은 어떨까.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난 6일자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A functional circuit underlying male sexual behaviour in the female mouse brain')에 따르면 이 연구진은 쥐의 수컷이 암컷을 보면 흥분해서 교미하자고 달려드는 것이나 암컷이 이 같은 수컷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것은 후각에 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특정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을 가지고 있느냐,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남성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그렇지 않기도 한다는 뜻이다.
하버드대 생물학자인 캐서린 둘락(Catherine Dulac)은 "암수 생쥐들은 제2의 후각이라고 불리는 감각기관의 일종인 서골코기관(vomeronasal organ·VNO)을 사용해 성적 흥분을 자극하는 페로몬을 감지하는데,페로몬을 감지하지 못하게 된 암컷은 성욕이 불타올라 계속 교미를 시도하는 수컷 같은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서골코기관은 유인원을 제외한 모든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코 윗부분에 존재하는 감각기관으로서 페로몬을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서골코기관에서 페로몬을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통로를 '유전적으로 제거한' 생쥐를 만들어 그 행태를 관찰한 결과,수동적인 교미나 새끼에 대한 수유와 같은 암컷의 전형적인 행동 양상을 버리고 같은 우리 안의 수컷을 적극적으로 쫓아가거나 코로 상대방의 뒷다리를 들어올리며(요컨대 '지분거리며') 초음파로 탐지할 수 있는 복잡한 소리를 내는 등 '수컷의 성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서골코기관이 어떻게 성적 행태를 결정짓는지에 대해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첫 번째는 서골코기관이 발생학적으로 성적인 행태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두 번째는 서골코기관에 의한 성적 행태는 발생학적인 것이 아니며 서골코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진 신호가 암컷이 '남성다운' 성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註=두 가지 가설의 차이점을 이해하려면 '발생학(發生學·embryology)적'이라는 표현을 이해해야 한다. 발생학적으로 형성된 것은 되돌이킬 수 없으며 다른 것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첫 번째 가설에 따를 경우,정상적으로 형성된 서골코기관을 사후에 없애더라도 '수컷과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게 된다. 이미 성별에 따른 성적 행동이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두 번째 가설은 해당 기관이 정상적으로 형성됐더라도 사후에 이를 없애거나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 암컷이 수컷과 같은 행동을 보일 것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정상 암컷 생쥐에게서 서골코기관을 외과적으로 제거해봤다. 이 결과 성징을 결정짓는다고 알려진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농도에는 차이가 없었으며 발정기 주기도 정상의 암컷 생쥐와 같았으나 성적 행태는 수컷과 비슷하게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결과는 유전적,발생학적 뇌 구조의 차이에 의해 암·수컷의 성적 행동이 차별화된다는 기존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최근까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성적으로 흥분한 수컷 생쥐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는 교미 전략을 펼쳐 암컷 생쥐들의 뇌를 자극해 교미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간의 경우 서골코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해 '후각이 남성·여성다움을 결정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동물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상당 부분 결정짓는다는(따라서 공격성이나 교미행태,모성애 등의 성에 따른 전형적인 행동 양태가 한번 결정되면 바뀌지 않는다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수컷 생쥐의 서골코기관을 제거했을 때 수컷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