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동해에서 캐낸 불타는 얼음 상용화 성공할까
지난 6월 동해안에서 환경친화형 차세대 대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일명 '불타는 얼음')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발견됐다. 이에 정부는 2015년께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현재 기술로는 상용화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인류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생글생글 82호(2007년 1월29일자) 사이언스 참조)

◆동해서 '불타는 얼음' 발견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물과 가스가 서로 물리적으로 결합돼 결정을 이루는 화합물로 물 분자의 격자 공간에 메탄 등의 천연가스 성분의 분자가 갇혀 있는 형태다. 매우 작은 부피에 다량의 천연가스가 함유돼 있고 간단한 온도나 압력의 조작을 통해 쉽게 다량의 천연가스를 얻을 수 있어 차세대 대체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주로 동토지역과 심해(1000∼2000m)에 분포하는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세계적으로 약 10조t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가스하이드레이트사업단은 지난 6월 울릉도 남방 약 100km 지점에서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실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동해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6억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30년치에 해당되고,현재 천연가스 가격을 기준으로 약 1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소비 속도가 계속 유지되면 앞으로 60여년 후에는 세계적으로 천연가스가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매장량이 풍부하며 연소할 때 여타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이 적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향후 천연가스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성·환경 파괴 극복해야

전문가들은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심해 바닥에 엷은 층으로 넓게 존재하기 때문에 석유처럼 파이프로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다. 더운 물을 넣어서 가스를 분리해내거나 이산화탄소를 대신 집어넣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에서도 어느 기술 하나 완성되지 못했다. 또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고체 형태로 채굴되기 때문에 이를 다시 가스 형태로 변환시키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석유나 천연가스 채굴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섣불리 개발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자연재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대륙붕을 지탱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제거하면 대륙붕이 붕괴하거나 바다 속 지각을 불안정하게 해 대규모 해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심해에 갇혀 있던 메탄이 방출될 경우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용화 기술개발 경쟁 치열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청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에는 미국과 유럽의 강세가 지속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일본이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부 기술 분야별로는 미국,유럽은 주로 천연가스의 운송·보관 및 이 과정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을 억제하는 기술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하이드레이트를 고정화하는 기술과 탐사·채굴하는 기술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허 건수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들이 주로 분리 및 가스화 기술에 대한 출원을 많이 내고 있고 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과 같은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보관·운송이나 탐사·채굴 기술에 대한 출원을 많이 하고 있다.

특허출원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고,2000년 이전에 내국인 출원이 거의 없어 원천기술을 선점당하기는 했으나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단계여서 우리나라도 향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추선박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흔 교수팀은 최근 이산화탄소와 질소와의 혼합가스를 해저의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에 공급해 천연가스와 직접 맞교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로부터 천연가스 성분을 해저층의 붕괴 없이 안정적으로 직접 회수하는 것은 물론 대기중의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공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으로 경제성과 환경적 측면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다른 화석연료와는 달리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 충분한 부존량이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선진국에 선점당한 원천기술보다는 경제성 있는 채굴기술 위주로 연구개발을 강화한다면 한국은 차세대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