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같이 생활하며 서비스 제공
로봇은 SF영화의 단골 소재다. 1987년 개봉한 '로보캅'에서부터 2004년 나온 '아이로봇'에 이르기까지 로봇은 다양한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했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가 손잡고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또 한편의 공상과학 영화 '트랜스포머'를 제작해 세계 영화팬들에게 내놓았다.
이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어디까지나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일본 독일 등을 필두로 인간을 모방한 로봇인 '휴머노이드(Humanoid)'에 대한 연구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보캅'에서 '트랜스포머'까지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중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끈 영화는 1987년 개봉된 '로보캅'이다. 경찰이던 주인공이 범인 검거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로봇 경찰'로 부활해 종횡무진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로봇은 인간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주는 우호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현재 3편까지 나온 '터미네이터'에서는 로봇의 보다 다양한 모습이 선보인다. 1편에서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역할을 맡은 터미네이터가 영화 초반부 "인간들이 왜 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하지만,영화의 끝장면에서는 용광로에 몸을 던지는 자신을 보고 우는 주인공을 향해 "이제야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겠다"고 말한다. 로봇도 인간과 같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2편에서는 선과 악의 관점에서 확실하게 구분되는 두명의 로봇이 등장해 투쟁하는 장면으로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개봉해 올 여름 최대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트랜스포머'는 사이버트론이라는 외계 행성에서 지구로 날아온 '오토봇'군단과 '디셉티콘'군단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게 주 내용이다. 이들은 모두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로봇 생명체로 어떤 행성이든 침입해 그 행성에 존재하는 기계로 자신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지구로 몰래 들어온 이들은 특히 자동차,헬리콥터,전투기 등 탈 것으로 변신해 자신의 모습을 위장하게 된다. 가히 로봇에 대한 상상력의 결정판이라 부를 만하다.
◆일본이 선두권,한국도 '휴보'개발
로봇은 이미 산업의 각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일례로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가보면 거의 대부분의 공정을 산업용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감시 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와 같이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는 아직 미완의 프로젝트다.
휴머노이드 연구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혼다 소니 후지쓰 등 기업과 도쿄대 와세다대 등과 같은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휴머노이드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혼다는 1986년부터 휴머노이드 개발에 착수해 1996년 말에 두발로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인 'P2'를 세상에 선보였고,2000년에는 '아시모(ASIMO)'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아시모는 키 1m20cm에 몸무게 43kg으로 P2와 비교하면 다리 동작은 비슷하지만 팔과 목 등의 동작이 보다 자유로워졌다. 또 보행을 위한 센서 시스템은 변함이 없으나 '아이워크'(i-walk)라는 방법을 적용해 보행 방식도 보다 부드러워졌다.
소니는 2000년부터 두발로 보행이 가능한 소형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왔고,그 결과물로 SDR(Sony Dream Robot)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중 SDR-4X는 두발 보행 뿐 아니라 내장된 각종 센서가 전신의 38개 관절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외부로부터 힘이 가해졌을 경우 자세를 유지하는 고도의 운동 성능을 실현했다.
한국의 휴머노이드에 대한 연구는 일본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러나 최근 로봇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대학이나 기업 및 정부 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센터에서는 2002년부터 소형 휴머노이드인 '베이비봇(BabyBot)'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역동적인 보행은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음성인식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02년부터 휴머노이드 개발을 시작해 이해 8월에 국내 첫 휴머노이드인 'KHR-1'을 만들었고,2003년 12월에는 'KHR-2'를 선보였다. 그러다가 KHR-2를 보다 발전시켜 2004년 12월에는 '휴보(HUBO)'라는 이름의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휴보는 키 120cm,몸무게 55kg이고,35㎝의 보폭으로 1분에 65걸음(시속 1.25㎞)을 걸을 수 있다. 휴보는 또 41개의 전동기(모터)를 갖고 있어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으며,따로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가위 바위 보'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휴머노이드들은 대부분 두발로 걷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가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란 인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로봇 몸체가 아닌 외부 서버에 두고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대용량의 정보를 공급받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사람과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음료수 심부름 등 각종 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
◆도움말=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능로봇연구센터 연구원
로봇은 SF영화의 단골 소재다. 1987년 개봉한 '로보캅'에서부터 2004년 나온 '아이로봇'에 이르기까지 로봇은 다양한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했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가 손잡고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또 한편의 공상과학 영화 '트랜스포머'를 제작해 세계 영화팬들에게 내놓았다.
이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은 어디까지나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일본 독일 등을 필두로 인간을 모방한 로봇인 '휴머노이드(Humanoid)'에 대한 연구 개발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이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보캅'에서 '트랜스포머'까지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중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끈 영화는 1987년 개봉된 '로보캅'이다. 경찰이던 주인공이 범인 검거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로봇 경찰'로 부활해 종횡무진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로봇은 인간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주는 우호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현재 3편까지 나온 '터미네이터'에서는 로봇의 보다 다양한 모습이 선보인다. 1편에서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역할을 맡은 터미네이터가 영화 초반부 "인간들이 왜 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하지만,영화의 끝장면에서는 용광로에 몸을 던지는 자신을 보고 우는 주인공을 향해 "이제야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겠다"고 말한다. 로봇도 인간과 같이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2편에서는 선과 악의 관점에서 확실하게 구분되는 두명의 로봇이 등장해 투쟁하는 장면으로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개봉해 올 여름 최대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트랜스포머'는 사이버트론이라는 외계 행성에서 지구로 날아온 '오토봇'군단과 '디셉티콘'군단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게 주 내용이다. 이들은 모두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로봇 생명체로 어떤 행성이든 침입해 그 행성에 존재하는 기계로 자신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지구로 몰래 들어온 이들은 특히 자동차,헬리콥터,전투기 등 탈 것으로 변신해 자신의 모습을 위장하게 된다. 가히 로봇에 대한 상상력의 결정판이라 부를 만하다.
◆일본이 선두권,한국도 '휴보'개발
로봇은 이미 산업의 각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일례로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가보면 거의 대부분의 공정을 산업용 로봇이 담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감시 감독하고 있다.
그러나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와 같이 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는 아직 미완의 프로젝트다.
휴머노이드 연구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혼다 소니 후지쓰 등 기업과 도쿄대 와세다대 등과 같은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휴머노이드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혼다는 1986년부터 휴머노이드 개발에 착수해 1996년 말에 두발로 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인 'P2'를 세상에 선보였고,2000년에는 '아시모(ASIMO)'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아시모는 키 1m20cm에 몸무게 43kg으로 P2와 비교하면 다리 동작은 비슷하지만 팔과 목 등의 동작이 보다 자유로워졌다. 또 보행을 위한 센서 시스템은 변함이 없으나 '아이워크'(i-walk)라는 방법을 적용해 보행 방식도 보다 부드러워졌다.
소니는 2000년부터 두발로 보행이 가능한 소형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왔고,그 결과물로 SDR(Sony Dream Robot)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중 SDR-4X는 두발 보행 뿐 아니라 내장된 각종 센서가 전신의 38개 관절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외부로부터 힘이 가해졌을 경우 자세를 유지하는 고도의 운동 성능을 실현했다.
한국의 휴머노이드에 대한 연구는 일본에는 아직 못 미친다. 그러나 최근 로봇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대학이나 기업 및 정부 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센터에서는 2002년부터 소형 휴머노이드인 '베이비봇(BabyBot)'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역동적인 보행은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음성인식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02년부터 휴머노이드 개발을 시작해 이해 8월에 국내 첫 휴머노이드인 'KHR-1'을 만들었고,2003년 12월에는 'KHR-2'를 선보였다. 그러다가 KHR-2를 보다 발전시켜 2004년 12월에는 '휴보(HUBO)'라는 이름의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휴보는 키 120cm,몸무게 55kg이고,35㎝의 보폭으로 1분에 65걸음(시속 1.25㎞)을 걸을 수 있다. 휴보는 또 41개의 전동기(모터)를 갖고 있어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으며,따로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가위 바위 보'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휴머노이드들은 대부분 두발로 걷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가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란 인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로봇 몸체가 아닌 외부 서버에 두고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대용량의 정보를 공급받는 로봇이다. 이 로봇은 사람과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음료수 심부름 등 각종 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
◆도움말=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능로봇연구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