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유사블랙홀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할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과연 몇 차원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영원한 탐구 주제다. 과거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은 전혀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시ㆍ공간이라는 물리학적으로 연결된 개념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는 4차원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4차원 이상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져 있을 것이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증명하는가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간과 공간의 4차원 이외에 다른 차원이 있는지를 '유사 블랙홀'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시ㆍ공간의 차원 밝히는 초끈이론
4차원 이외의 다른 차원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초끈이론을 이해해야 한다. 초끈이론이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가 점 같이 생긴 입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매우 가느다란 끈이라는 이론이다. 1970년대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1980년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J 슈워츠와 영국의 M 그린이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이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주의 궁극적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었다. 그러나 시간ㆍ공간ㆍ중력의 원리 등을 바탕으로 우주 전체의 모습을 거시적 연속성으로 보는 상대성이론으로는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미시적인 세계를 설명할 수 없었다. 거시세계의 중력법칙인 일반 상대성이론과 원자와 같은 미시 세계의 법칙인 양자역학을 통일하는 문제는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한 난제였다.
초끈이론은 만물의 최소 단위를 점 입자에서 끈으로 대치시켰을 뿐이지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이 같은 충돌을 무마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우주가 과연 몇차원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졌나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초끈이론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얻어졌다. 물리학자들이 초끈이론을 토대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 문제를 수학적으로 연구하다 보니 4차원 이외의 새로운 차원이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과학자들은 초끈이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우주는 10차원(9차원의 공간+시간)의 시공간으로 구성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시ㆍ공간은 4차원인데,나머지 6차원은 어디 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빅뱅이론'이 제시하고 있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초기 상태는 일종의 씨앗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빅뱅이라는 대폭발을 거치면서 3차원의 공간은 거시적 세계로 확장됐고,나머지 6차원은 아주 작은 영역 속에 숨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머지 6차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이처럼 숨어있는 6차원의 존재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하느냐로 모아졌다.
◆유사 블랙홀로 추가 차원 밝혀낸다
포항공대 소재 아ㆍ태 이론물리센터의 젊은 과학자 시안휘 거 박사와 김성원 교수팀은 "유사 블랙홀이 증발하면서 내는 호킹복사 스펙트럼을 분석하게 되면,시간과 공간의 4차원을 넘어서는 추가 차원이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이론을 영국의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블랙홀에서 방출하는 에너지인 '호킹복사'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우주가 몇차원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차원에 따라 스펙트럼의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인간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블랙홀에서 나오는 호킹복사를 실제로 분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UBC)의 윌리엄 운러 교수는 1981년 인공적으로 만든 '초유체 초음파 블랙홀(미니블랙홀)'을 이용하면 블랙홀의 특성을 대신 연구할 수 있다는 이론을 확립,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초유체란 점성이 전혀 없어 마찰 없이 영원회 회전할 수 있는 유체를 말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2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유럽의 입자물리연구소에 거대입자충돌기를 건설,'미니블랙홀'을 만들어 4차원 이상의 차원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거 박사와 김 교수의 이번 이론은 거대입자충돌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소규모 연구실에서 추가 차원의 실험적 검증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약 시ㆍ공간의 4차원 이외에 추가 차원이 응집물질물리의 경우처럼 스스로 발현되는 현상이라면,초유체인 헬륨이나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체 등을 이용해 유사 블랙홀을 만들어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아ㆍ태 이론물리센터 주최로 블랙홀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 40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열린 국제 포커스 프로그램에서 거 박사와 김 교수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이론물리연구소의 세계적 블랙홀 권위자인 로버트 만 교수와 발리리 프롤로프 교수는 "유사 블랙홀 이론은 추가 차원과 미니블랙홀을 연결하는 매우 흥미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응집물질을 통한 실험적 검증의 길을 열어놓았다"며 향후 끈 이론과 우주론 등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유사 블랙홀을 과연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여부다. 김 교수는 "4차원과 그 이상에서의 유사 블랙홀을 실험적으로 만들려는 현재까지의 노력은 실패했다"며 "가장 큰 도전은 추가 차원을 돌아다니는 중력 입자를 발견하고 제어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한국경제 기자 oasis93@hankyung.com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과연 몇 차원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영원한 탐구 주제다. 과거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은 전혀 별개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라는 천재에 의해 시간과 공간이 시ㆍ공간이라는 물리학적으로 연결된 개념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는 4차원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4차원 이상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져 있을 것이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증명하는가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간과 공간의 4차원 이외에 다른 차원이 있는지를 '유사 블랙홀'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시ㆍ공간의 차원 밝히는 초끈이론
4차원 이외의 다른 차원을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초끈이론을 이해해야 한다. 초끈이론이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가 점 같이 생긴 입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매우 가느다란 끈이라는 이론이다. 1970년대 초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1980년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J 슈워츠와 영국의 M 그린이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이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주의 궁극적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었다. 그러나 시간ㆍ공간ㆍ중력의 원리 등을 바탕으로 우주 전체의 모습을 거시적 연속성으로 보는 상대성이론으로는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미시적인 세계를 설명할 수 없었다. 거시세계의 중력법칙인 일반 상대성이론과 원자와 같은 미시 세계의 법칙인 양자역학을 통일하는 문제는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한 난제였다.
초끈이론은 만물의 최소 단위를 점 입자에서 끈으로 대치시켰을 뿐이지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이 같은 충돌을 무마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우주가 과연 몇차원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졌나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초끈이론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얻어졌다. 물리학자들이 초끈이론을 토대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 문제를 수학적으로 연구하다 보니 4차원 이외의 새로운 차원이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과학자들은 초끈이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우주는 10차원(9차원의 공간+시간)의 시공간으로 구성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쯤 되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시ㆍ공간은 4차원인데,나머지 6차원은 어디 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빅뱅이론'이 제시하고 있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의 초기 상태는 일종의 씨앗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빅뱅이라는 대폭발을 거치면서 3차원의 공간은 거시적 세계로 확장됐고,나머지 6차원은 아주 작은 영역 속에 숨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머지 6차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이처럼 숨어있는 6차원의 존재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하느냐로 모아졌다.
◆유사 블랙홀로 추가 차원 밝혀낸다
포항공대 소재 아ㆍ태 이론물리센터의 젊은 과학자 시안휘 거 박사와 김성원 교수팀은 "유사 블랙홀이 증발하면서 내는 호킹복사 스펙트럼을 분석하게 되면,시간과 공간의 4차원을 넘어서는 추가 차원이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이론을 영국의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블랙홀에서 방출하는 에너지인 '호킹복사'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우주가 몇차원의 시ㆍ공간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보았다. 차원에 따라 스펙트럼의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인간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블랙홀에서 나오는 호킹복사를 실제로 분석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UBC)의 윌리엄 운러 교수는 1981년 인공적으로 만든 '초유체 초음파 블랙홀(미니블랙홀)'을 이용하면 블랙홀의 특성을 대신 연구할 수 있다는 이론을 확립,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초유체란 점성이 전혀 없어 마찰 없이 영원회 회전할 수 있는 유체를 말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2조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유럽의 입자물리연구소에 거대입자충돌기를 건설,'미니블랙홀'을 만들어 4차원 이상의 차원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보려 하고 있다.
그러나 거 박사와 김 교수의 이번 이론은 거대입자충돌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소규모 연구실에서 추가 차원의 실험적 검증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약 시ㆍ공간의 4차원 이외에 추가 차원이 응집물질물리의 경우처럼 스스로 발현되는 현상이라면,초유체인 헬륨이나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체 등을 이용해 유사 블랙홀을 만들어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아ㆍ태 이론물리센터 주최로 블랙홀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 40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열린 국제 포커스 프로그램에서 거 박사와 김 교수팀의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 이론물리연구소의 세계적 블랙홀 권위자인 로버트 만 교수와 발리리 프롤로프 교수는 "유사 블랙홀 이론은 추가 차원과 미니블랙홀을 연결하는 매우 흥미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응집물질을 통한 실험적 검증의 길을 열어놓았다"며 향후 끈 이론과 우주론 등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유사 블랙홀을 과연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여부다. 김 교수는 "4차원과 그 이상에서의 유사 블랙홀을 실험적으로 만들려는 현재까지의 노력은 실패했다"며 "가장 큰 도전은 추가 차원을 돌아다니는 중력 입자를 발견하고 제어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한국경제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