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이언스誌 소개
노트북 컴퓨터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거의 필수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요즘 비즈니스 맨 치고 노트북 컴퓨터 한 대 정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기자들은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원고지에 기사를 썼지만 이제 취재 현장에서 또 다른 현장으로,회사로,집으로 바쁘게 오가야 하는 기자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됐다. 노트북 컴퓨터에는 이동성이 으뜸이다. 무선으로 웬만한 건 다 된다. 딱 하나,전원만 빼고. 두세 시간만 지나면 빨간 불이 켜지면서 경고음을 내보내는 컴퓨터를 위해 무거운 어댑터와 길고 긴 전원선을 끌고 다니며 밥 먹으러 가서도 "여기 전원 꽂는 데가 어디에요?" 천연덕스레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왜 전기는 무선으로 오갈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이 뭉게뭉게 솟아 오르게 마련이다.
◆와이트리시티,선으로부터의 해방
미국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최근 (하느님이 보우하사)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무선으로 전기를 전송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마린 솔랴시치(Marin Soljacic) 박사가 소속된 연구팀은 전기를 무선으로 보내서 2m가량 떨어져 있는 60와트 전구를 켜는 데 성공했다. MIT는 이 기술을 '와이트리시티(Witricity·Wireless electricity라는 뜻)'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팀은 두 개의 구리 코일을 같은 자장에서 공명하도록 파장을 조율하고 하나의 코일에는 전원을,다른 코일에는 전구를 연결했다.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은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전자기장이 형성된다. 이 전자기장은 수신자 역할의 코일을 공명시켜 전기가 흐르고 전기에너지는 전구의 빛에너지와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물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경우에 가능한 이야기다. 수신자 코일은 자기장을 통해 흘러들어온 에너지를 받아들여 전구의 불빛을 밝힌다.
이것은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와 공명할 때 두 개의 물체는 같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특정한 음으로 강하게 노래를 부를 경우 여기에 공명하는 와인 잔을 깰 수 있다. 그러나 와인 잔에 와인이 하나는 적게,하나는 많이 들어 있다면 두 개의 와인 잔이 동시에 깨지지는 않는다. 노래의 음파와 공명하는 하나의 잔만이 깨지게 된다. 특정 물체에만 전기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무선으로 전기를 전송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이들이 아니다. 이들의 연구는 100년도 더 전에 교류 전기를 발명한 니콜라 테슬라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다.(당시 니콜라 테슬라는 지상 29m 높이의 뉴욕 워든클리프 타워에서 이 같은 실험을 했다. 그로부터 무려 100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2m 거리에서 성공한 실험을,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과감하게 시도했던 셈이다.)
◆보낸 에너지의 40% 활용 가능해
그동안 이 기술이 사용되지 못한 이유는 효율성이 너무 떨어져 공급한 전원 대부분이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360도 모든 방향으로 에너지가 퍼져 나간다면,특정 위치에 있는 특정 물건에 대한 영향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전자파를 이용해 무선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방법이 개발된 적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현재는 사장된 상태다. 한 방향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보낼 수 있는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전원을 공급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그러나 레이저가 쏘아진 방향에는 아무 것도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가정에서 사용하기 어려웠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단점이었다.
솔랴시치 박사의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명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방팔방으로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고 목표물에 닿을 수 있도록 자기장의 에너지를 조율해 손실률을 60% 수준으로 낮췄다. 적어도 40%는 목표 지점에서 제 할 일을 하는 데 사용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노트북 컴퓨터 정도의 코일로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최대 송전 거리가 방 하나 정도라고 밝혔다. 솔랴시치 박사는 "이 기술은 가정에서도,공장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며 "이 원리를 이용해 나노 수준으로 작은 세계에서 새로운 실험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의 앤드리 커스(Andre Kurs) 교수에 따르면 이 기술은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히 유용하다. 자기장은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생체 기관에 자기장이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적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직 초기 단계..갈 길 멀다
사람들은 '선'으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제품보다는 단순하고 편리한 것을 원한다. 최근 영국의 스플래시파워(Splashpower)라는 회사가 MP3플레이어와 휴대폰을 네모난 패드 위에 올려 놓으면 충전이 되도록 만든 기구를 시판한 것도 이 같은 심리를 알기 때문이다. 이 패드는 진동 칫솔을 충전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물리적인 접촉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무선 전기'는 아니나 꽤 신선한 아이디어인 것만은 분명하다.
솔랴시치 박사팀의 무선 전기는 이보다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2m 거리의 전구를 켜는 정도로 '무선 전기의 시대가 왔다'고 외치며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에너지 손실률 60%는 이전의 다른 시도들에 비하면 '썩 괜찮은' 수준이지만 실용화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치다. 커다란 코일을 달고 있어야 무선으로 전기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궁극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게 하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외치면서 전원을 꽂을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 한다면 진정한 유비쿼터스가 될 리 없다. 인류가 선으로부터 완전 해방되는 날은 언제일까.
이상은 한국경제 기자 selee@hankyung.com
노트북 컴퓨터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거의 필수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요즘 비즈니스 맨 치고 노트북 컴퓨터 한 대 정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기자들은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원고지에 기사를 썼지만 이제 취재 현장에서 또 다른 현장으로,회사로,집으로 바쁘게 오가야 하는 기자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됐다. 노트북 컴퓨터에는 이동성이 으뜸이다. 무선으로 웬만한 건 다 된다. 딱 하나,전원만 빼고. 두세 시간만 지나면 빨간 불이 켜지면서 경고음을 내보내는 컴퓨터를 위해 무거운 어댑터와 길고 긴 전원선을 끌고 다니며 밥 먹으러 가서도 "여기 전원 꽂는 데가 어디에요?" 천연덕스레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왜 전기는 무선으로 오갈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이 뭉게뭉게 솟아 오르게 마련이다.
◆와이트리시티,선으로부터의 해방
미국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최근 (하느님이 보우하사)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무선으로 전기를 전송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마린 솔랴시치(Marin Soljacic) 박사가 소속된 연구팀은 전기를 무선으로 보내서 2m가량 떨어져 있는 60와트 전구를 켜는 데 성공했다. MIT는 이 기술을 '와이트리시티(Witricity·Wireless electricity라는 뜻)'라고 이름 붙였다.
연구팀은 두 개의 구리 코일을 같은 자장에서 공명하도록 파장을 조율하고 하나의 코일에는 전원을,다른 코일에는 전구를 연결했다.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은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전자기장이 형성된다. 이 전자기장은 수신자 역할의 코일을 공명시켜 전기가 흐르고 전기에너지는 전구의 빛에너지와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물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경우에 가능한 이야기다. 수신자 코일은 자기장을 통해 흘러들어온 에너지를 받아들여 전구의 불빛을 밝힌다.
이것은 어떤 물체가 다른 물체와 공명할 때 두 개의 물체는 같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특정한 음으로 강하게 노래를 부를 경우 여기에 공명하는 와인 잔을 깰 수 있다. 그러나 와인 잔에 와인이 하나는 적게,하나는 많이 들어 있다면 두 개의 와인 잔이 동시에 깨지지는 않는다. 노래의 음파와 공명하는 하나의 잔만이 깨지게 된다. 특정 물체에만 전기를 보낼 수 있는 이유다.
무선으로 전기를 전송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이들이 아니다. 이들의 연구는 100년도 더 전에 교류 전기를 발명한 니콜라 테슬라가 내놓은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다.(당시 니콜라 테슬라는 지상 29m 높이의 뉴욕 워든클리프 타워에서 이 같은 실험을 했다. 그로부터 무려 100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2m 거리에서 성공한 실험을,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과감하게 시도했던 셈이다.)
◆보낸 에너지의 40% 활용 가능해
그동안 이 기술이 사용되지 못한 이유는 효율성이 너무 떨어져 공급한 전원 대부분이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360도 모든 방향으로 에너지가 퍼져 나간다면,특정 위치에 있는 특정 물건에 대한 영향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전자파를 이용해 무선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방법이 개발된 적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현재는 사장된 상태다. 한 방향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보낼 수 있는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전원을 공급하는 방법도 제안됐다. 그러나 레이저가 쏘아진 방향에는 아무 것도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가정에서 사용하기 어려웠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단점이었다.
솔랴시치 박사의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명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방팔방으로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고 목표물에 닿을 수 있도록 자기장의 에너지를 조율해 손실률을 60% 수준으로 낮췄다. 적어도 40%는 목표 지점에서 제 할 일을 하는 데 사용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노트북 컴퓨터 정도의 코일로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최대 송전 거리가 방 하나 정도라고 밝혔다. 솔랴시치 박사는 "이 기술은 가정에서도,공장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며 "이 원리를 이용해 나노 수준으로 작은 세계에서 새로운 실험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의 앤드리 커스(Andre Kurs) 교수에 따르면 이 기술은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히 유용하다. 자기장은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생체 기관에 자기장이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적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직 초기 단계..갈 길 멀다
사람들은 '선'으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제품보다는 단순하고 편리한 것을 원한다. 최근 영국의 스플래시파워(Splashpower)라는 회사가 MP3플레이어와 휴대폰을 네모난 패드 위에 올려 놓으면 충전이 되도록 만든 기구를 시판한 것도 이 같은 심리를 알기 때문이다. 이 패드는 진동 칫솔을 충전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물리적인 접촉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무선 전기'는 아니나 꽤 신선한 아이디어인 것만은 분명하다.
솔랴시치 박사팀의 무선 전기는 이보다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하지만 2m 거리의 전구를 켜는 정도로 '무선 전기의 시대가 왔다'고 외치며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에너지 손실률 60%는 이전의 다른 시도들에 비하면 '썩 괜찮은' 수준이지만 실용화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치다. 커다란 코일을 달고 있어야 무선으로 전기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궁극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게 하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외치면서 전원을 꽂을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야 한다면 진정한 유비쿼터스가 될 리 없다. 인류가 선으로부터 완전 해방되는 날은 언제일까.
이상은 한국경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