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애벌레처럼 로봇들이 살금살금 꿈틀꿈틀 기어가네
실험실 테이블의 검은색 널빤지 위에 실리콘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애벌레 모양의 로봇이 뱀 껍질처럼 해체된 채 펼쳐져 있다.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전선들이 인공 피부를 따라 지그재그 형태로 달려 있다.

배리 트리머 교수가 스위치를 눌러 전선에 전류가 통하자 창백한 인공 피부가 수축하면서 위로 솟아올라 기어다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살금살금 움직이고 꿈틀대는 로봇들'(Robots That Slink and Squirm)이라는 기사를 통해 트리머 교수 팀이 개발하고 있는 '부드러운 로봇'을 소개했다.

트리머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메드퍼드의 터프츠대에 소속돼 있는 신경생물학자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담배박각시과 나방의 애벌레(tobacco hornworm)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구조인 박각시과 나방의 애벌레가 거의 모든 방향으로 몸을 비틀고 나뭇가지를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 있다.

그가 소속돼 있는 연구팀은 부드러운 몸을 가진 로봇을 위한 생체 모방 기술(Biomimetic Technologie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제 애벌레와 비슷한 인공 애벌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공과대학 예술대학 이과대학 출신의 터프츠대 교수 7명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은 대부분 딱딱하다.

휴보 아시모 에버원 등의 익숙한 인간형 로봇(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화성에서 휘적휘적 걸어다니고 있을 탐사로봇 '스피리트(spirit)'와 '오퍼튜니티(opportunity)'도,로봇 강아지,로봇 새,로봇 청소기 모두가 딱딱하다.

SF소설이나 만화를 훑어봐도 인간이 만든 로봇은 스타워즈의 R2D2나 로보트태권V처럼 단단한 외면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거의 대부분이다.

[Science] 애벌레처럼 로봇들이 살금살금 꿈틀꿈틀 기어가네
아메바처럼 물컹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외계의 생명체'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인공적인 것은 단단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딱딱한 로봇의 겉표면에 부드러운 가죽을 덮어씌울 수도 있다.

사람의 피부나 강아지의 털을 표현하는 식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들을 구성하는 골격은 단단한 관절이다.

쉽게 말하자면 구체관절 인형에 움직임을 부여한 형태다.

딱딱한 요소들로 구성돼 있고 각각을 움직이기 위해 관절을 사용하는 로봇들은 운동의 범위가 극히 제한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이용해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고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 위험한 실험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관절들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따라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사소한 계산상의 오류나 돌발상황에 로봇들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애벌레는 움직이기 전에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다.

박각시과 나방의 애벌레는 원시적인 뇌를 제거해도 앞으로 계속 움직여갈 수 있다.

트리머 교수는 운동과 관련돼 있는 많은 비밀이 (뇌가 아니라) 근육과 몸에 내재해 있다고 생각한다.

박각시과 나방의 애벌레는 몸의 마디마다 70개의 근육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근육은 단 하나의 신경에 의해 제어된다.

박각시과 나방 애벌레의 유연한 이동능력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규칙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애벌레의 운동과 유사한 파동을 로봇의 몸통에 전달해 스멀스멀 움직이게 만들었다.

로봇의 인공 피부 안에 4개의 형태기억합금으로 만들어진 스프링을 부착해 전파에 따라 스프링이 수축했다가 이완하도록 만든 것이다.

올해 말까지 애벌레의 운동을 완전히 빼닮은 로봇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연구자들은 언젠가 이 애벌레를 값싸게 다량 제작해 지뢰밭에 풀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로봇 내부에 간단한 지뢰 탐지기를 설치하면 해당 지역을 꿈틀대며 다니다가 지뢰를 탐지하면 멈추도록 하는 것.원자로나 우주선처럼 접근이 어려운 곳에 사용할 수도 있고,아주 작게 제작하면 환자의 몸 속에 집어 넣어 병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선하게 사용된다는 가정 하에서다.

이 애벌레에 '인간을 만나면 폭탄을 터뜨려라'거나 '환자의 뇌에 도달하면 독약을 뿌려라'는 신호를 넣지 말라는 법이 어디있는가?)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소기업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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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신기신기 ^^

바닷가재처럼 움직이는 로봇

산악서 짐운반하는 노새 로봇

[Science] 애벌레처럼 로봇들이 살금살금 꿈틀꿈틀 기어가네
생명체의 움직임을 모방해 로봇을 만드는 연구는 이외에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 해군은 바닷가재처럼 움직이는 로봇 ‘로보랍스터(Robolobster)’를 개발하는 중이다.

로보랍스터는 대양저를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지뢰와 폭탄 등을 탐색할 수 있는 로봇으로 바닷가재가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미국의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라는 회사는 가혹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들을 위해 ‘빅 도그(Big Dog)’라는 일종의 ‘노새’를 만들고 있다.

1인당 45㎏에 달하는 무거운 군장을 메고 뙤약볕의 사막이나 험준한 산악지형을 움직여야 하는 군인들의 피로를 덜기 위해서다.

버지니아 공대는 계속 자신의 속을 겉으로 뒤집어가며 움직이는 도넛 형태의 로봇을 제작하고 있다.

아메바의 움직임을 따라 설계된 이 로봇은 속살을 끄집어내서 다른 물체의 표면에 붙여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무너진 천장이나 장애물 사이를 손쉽게 헤쳐나갈 수 있고,아주 작은 틈새라도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