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우 2기 생글기자 <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1년 >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생활이란 어지간한 인내심으로는 견딜 수 없는 고된 과정이라고들 한다.

이 기간을 그럭저럭 잘 넘긴다 해도 어떻게 하면 보다 알차고 긍정적인 기억의 한 장면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삼년 내내 해왔다.

시시때때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리길 좋아하는 내가 콩나물시루 속의 식물처럼 배양되는 고교 생활의 단조로움에 견딜 수 없을 만큼 답답해 할 무렵이었다.

생글생글 역시 그 무료한 일상의 일부였다.

대입 논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행여나 논술 지문에 생글생글에서 다룬 고전편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생글생글을 들여다 보았을 뿐이었다.

그 때는 논술, 입시라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목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조금의 변화나 짜릿함 하나 없는 리듬 속으로 더 빠져들고 있었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을 무렵 '대학'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 온 항로를 되돌아보며 나는 회의에 빠졌던 것 같다.

그 때 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2기 생글기자에 일단 지원해 보기로 한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만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 보였기에 좀 더 넓은 숲을 찾아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기계처럼 돌아가던 리듬에 약간의 쉼표라면 쉼표라고 할 수 있는 전환점을 갖게 되었다.

생글기자가 되자 고교생으로서 일반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인간관계 이상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교실에서 웃고 떠드는 친구들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평소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현상들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동료와 선배들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는 나에게 엄청난 자극이었다.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 왔으며 앞으로 이 넓은 세상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를 일깨워 주었다.

나아가 신문 제작 과정을 체험해 보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자극들은 나의 대학생활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작은 임무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을 이루고 있는 거시 현상들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은 아마 생글생글이 준 큰 선물이 아닌가 싶다.

거시적 사고는 스스로를 사회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논술을 공부하기 위해,입시 준비에 도움을 얻기 위해 눈이 신문 지면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생글생글을 독파해 왔던 나에게 이러한 전환점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생글생글은 나에게 4만2195m보다 훨씬 더 긴 고된 레이스에서 시원한 오아시스와도 같은 돌파구이자 자극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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