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 한 밤에'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보고싶다 친구야'라는 코너가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여러 명의 사람 중에서 실제로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생을 가려내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 상당수는 10년 또는 20년 만에 처음 보는 동창생의 얼굴을 큰 어려움 없이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바로 인간의 장기기억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뇌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은 전 세계 신경과학자들에게 주요 연구 화두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과학자들이 인간의 기억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잇달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 성과는 치매 정신지체 등 각종 뇌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 작업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뇌과학의 역사
신경과학(Neuro-Science)이라고도 하는 뇌과학은 인류 과학의 최후의 영역으로 불린다.
혹자는 '21세기는 뇌과학의 시대'라고도 말한다.
뇌과학자들은 뇌 연구야말로 여러 과학 분야 중에서도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가장 강력하게 불러일으키는 분야라고 얘기한다.
과거 과학의 영역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됐던 '정신' '의식' '마음' 등의 본질을 파헤치는 학문이 바로 뇌과학이기 때문이다.
뇌과학은 뇌의 모든 국면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뇌의 구조,뇌의 발달, 뇌의 뉴런, 여러 뉴런 간의 상호작용, 뇌의 독특한 소산인 행동과 경험 등 모든 것이 뇌과학의 대상이다.
신경계를 연구하는 분야 중에서도 그 구조를 연구하는 해부학 분야나 기본적인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 등은 오랜 옛날부터 이뤄졌으나, 하나의 통합된 학문으로서 뇌과학이 확립된 것은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다.
◆기억형성 관여 메신저 단백질 발견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장기기억이란 작용을 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단초가 될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신경생물학연구실의 강봉균 교수팀은 'CAMAP'라는 단백질이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는 기억신호 전달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 3대 저널 중 하나인 '셀(Cell)' 최신호(5월17일자)에 실렸다.
지금까지 신경과학자들은 학습에 의한 외부 신호가 시냅스(뇌에서 신경전달이 일어나는 장소)를 통해 전해지면, 유전자가 들어 있는 세포의 핵에서 장기기억 형성에 필수적인 유전자들이 발현돼 새로운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사실은 밝혀냈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단백질이 외부 신호를 시냅스에서 핵으로 전달하는 '전령자'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었다.
강 교수팀은 이 점에 주목해 시냅스에 존재하는 접착 단백질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 접착 단백질인 apCAM과 상호 결합하는 단백질인 CAMAP를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학습에 의해 외부신호가 뇌에 들어오면 시냅스에 존재하는 PKA라는 효소가 활성화돼 CAMAP가 세포막에 고정돼 있는 apCAM에서 떨어져 나온다.
이렇게 떨어져나온 CAMAP는 시냅스에서 핵 안으로 이동해 또 다른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CREB와 결합해 장기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강 교수팀은 연구 과정에서 CAMAP의 기능을 마비시키면 장기기억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인간의 기억이 장기적으로 저장되는 과정이 시작되려면 CAMAP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기억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새로운 신호전달 원리를 밝혔을 뿐 아니라, 이를 응용해 기억의 형성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냅스 형성 관여 단백질 발견
강 교수에 앞서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의 장성호 교수팀은 지난해 9월 '스핀90(SPIN90/WISH)'이란 단백질이 시냅스에서 수상돌기 소극의 형성을 조절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 이 분야 권위지인 '엠보저널(EMBO Journal)' 온라인호(2006년 9월21일자)에 게재했다.
사람의 뇌에서 신경 전달이 일어나는 장소인 시냅스는 신경을 전달하는 세포와 전달받는 세포의 한 쌍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신경을 전달받는 세포는 길쭉한 관 형태로 생겨 수상돌기로 불리는데 학습을 하면 이 수상돌기 소극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시냅스의 숫자도 늘어난다.
반면 정신발달장애아들의 뇌신경세포에서는 수상돌기 소극의 수가 정상아들에 비해 적고 그 형태 또한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원인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장 교수팀은 후시냅스에 위치한 '스핀90'이란 단백질이 시냅스 후 세포구조인 수상돌기 소극의 형성을 조절하며, 학습과 기억과정에 따라 그 기능이 조절돼 새로운 시냅스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강 교수와 장 교수의 이 같은 연구성과는 학습 신호를 전달해 결국 기억을 형성시키는 데 관여하는 새로운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이러한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응용해 기억의 형성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의 기능과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추가적으로 연구하면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기억을 제어하거나 기억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소기업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도움말=뇌과학연구정보센터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여러 명의 사람 중에서 실제로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생을 가려내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 상당수는 10년 또는 20년 만에 처음 보는 동창생의 얼굴을 큰 어려움 없이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바로 인간의 장기기억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뇌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은 전 세계 신경과학자들에게 주요 연구 화두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과학자들이 인간의 기억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잇달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 성과는 치매 정신지체 등 각종 뇌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 작업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뇌과학의 역사
신경과학(Neuro-Science)이라고도 하는 뇌과학은 인류 과학의 최후의 영역으로 불린다.
혹자는 '21세기는 뇌과학의 시대'라고도 말한다.
뇌과학자들은 뇌 연구야말로 여러 과학 분야 중에서도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가장 강력하게 불러일으키는 분야라고 얘기한다.
과거 과학의 영역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됐던 '정신' '의식' '마음' 등의 본질을 파헤치는 학문이 바로 뇌과학이기 때문이다.
뇌과학은 뇌의 모든 국면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뇌의 구조,뇌의 발달, 뇌의 뉴런, 여러 뉴런 간의 상호작용, 뇌의 독특한 소산인 행동과 경험 등 모든 것이 뇌과학의 대상이다.
신경계를 연구하는 분야 중에서도 그 구조를 연구하는 해부학 분야나 기본적인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 등은 오랜 옛날부터 이뤄졌으나, 하나의 통합된 학문으로서 뇌과학이 확립된 것은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다.
◆기억형성 관여 메신저 단백질 발견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장기기억이란 작용을 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단초가 될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신경생물학연구실의 강봉균 교수팀은 'CAMAP'라는 단백질이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는 기억신호 전달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 3대 저널 중 하나인 '셀(Cell)' 최신호(5월17일자)에 실렸다.
지금까지 신경과학자들은 학습에 의한 외부 신호가 시냅스(뇌에서 신경전달이 일어나는 장소)를 통해 전해지면, 유전자가 들어 있는 세포의 핵에서 장기기억 형성에 필수적인 유전자들이 발현돼 새로운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사실은 밝혀냈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단백질이 외부 신호를 시냅스에서 핵으로 전달하는 '전령자'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진 바가 없었다.
강 교수팀은 이 점에 주목해 시냅스에 존재하는 접착 단백질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신경세포 접착 단백질인 apCAM과 상호 결합하는 단백질인 CAMAP를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학습에 의해 외부신호가 뇌에 들어오면 시냅스에 존재하는 PKA라는 효소가 활성화돼 CAMAP가 세포막에 고정돼 있는 apCAM에서 떨어져 나온다.
이렇게 떨어져나온 CAMAP는 시냅스에서 핵 안으로 이동해 또 다른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CREB와 결합해 장기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킨다.
강 교수팀은 연구 과정에서 CAMAP의 기능을 마비시키면 장기기억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인간의 기억이 장기적으로 저장되는 과정이 시작되려면 CAMAP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기억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새로운 신호전달 원리를 밝혔을 뿐 아니라, 이를 응용해 기억의 형성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냅스 형성 관여 단백질 발견
강 교수에 앞서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의 장성호 교수팀은 지난해 9월 '스핀90(SPIN90/WISH)'이란 단백질이 시냅스에서 수상돌기 소극의 형성을 조절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 이 분야 권위지인 '엠보저널(EMBO Journal)' 온라인호(2006년 9월21일자)에 게재했다.
사람의 뇌에서 신경 전달이 일어나는 장소인 시냅스는 신경을 전달하는 세포와 전달받는 세포의 한 쌍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신경을 전달받는 세포는 길쭉한 관 형태로 생겨 수상돌기로 불리는데 학습을 하면 이 수상돌기 소극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시냅스의 숫자도 늘어난다.
반면 정신발달장애아들의 뇌신경세포에서는 수상돌기 소극의 수가 정상아들에 비해 적고 그 형태 또한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원인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장 교수팀은 후시냅스에 위치한 '스핀90'이란 단백질이 시냅스 후 세포구조인 수상돌기 소극의 형성을 조절하며, 학습과 기억과정에 따라 그 기능이 조절돼 새로운 시냅스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강 교수와 장 교수의 이 같은 연구성과는 학습 신호를 전달해 결국 기억을 형성시키는 데 관여하는 새로운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밝혔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이러한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응용해 기억의 형성과정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의 기능과 신호전달 네트워크를 추가적으로 연구하면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기억을 제어하거나 기억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소기업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도움말=뇌과학연구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