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형' 로봇은 인간과 어느 정도로 닮아야 할까.
오른쪽 사진을 보라. 얼핏 보아서는 그저 쌍둥이 같지만 두 사람(?) 중 하나는 로봇이다.
어느 쪽이 로봇일까.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일본의 로봇전문가 이시구로 히로구시 오사카대 교수는 최근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제작해 선보였다.
이 로봇(맨 위 사진 왼쪽)의 이름은 '제미노이드(Geminoid)'.'쌍둥이'를 뜻하는 어원 'gemin-'과 '인간을 닮은 것(인조인간)'이라는 뜻의 'android'를 결합한 말이다.
실제로 이 로봇은 그의 얼굴 윤곽부터 피부색, 머리카락, 턱수염과 눈썹처럼 미묘한 부분까지 똑 닮았다.
키도 자신과 똑같이 175cm로 제작했으며 머리 부위는 의료용 MRI 장치를 이용해 완전히 같게 재현했다.
제미노이드의 피부 아래에는 이시구로 교수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반응하는 50개의 센서와 모터가 달려 있다.
제미노이드가 보는 것은 이시구로 박사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이시구로 박사는 내부 스피커를 통해 그가 하는 말을 제미노이드가 그대로 전달하도록 할 수 있다.
제미노이드는 또 누군가가 제미노이드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거나 쑤시면 어깨를 으쓱거리거나 얼굴을 찌푸릴 수도 있다.
제미노이드의 가슴에는 압축 공기가 들어 있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오르내린다.
이시구로 박사가 목이나 손을 움직이면 제미노이드도 마치 '근육이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시구로 박사는 이 '창조물'에 대해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실제 인간과의 차이를 잊어버리고 눈을 맞추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넌 너무 인간 같아서 문제야'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사람들은 제미노이드를 '이상하게 느끼는' 것일까.
로봇이 '적당히'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을 경우 그것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다.
마치 미술 실습용 인간 모형같이 생긴 스타워즈의 C-3PO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휴보나 일본의 아시모도 인간처럼 팔다리와 머리 몸통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로봇이 너무 인간과 닮게 되면 사람들은 정체성에 도전받는 느낌을 갖게 된다.
로봇이 완전히 사람과 똑같아진다면 사람들은 누가 로봇이고 누가 로봇이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미래 사회를 다룬 픽션에서 자주 다뤄지곤 한다.
지금의 '나'를 죽이고 '나'의 복사본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런 거창한 우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간과 거의 흡사한 로봇은 닮은 부분보다 닮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면서 (과학자들의 기대와 달리) 묘한 위화감을 조성한다.
풀린 듯한 눈동자,어색한 표정,차가운 피부 같은 미세한 차이는 '유사 인간'을 두렵고 섬뜩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거 좀비 같은데?'
이런 위화감으로 인한 호감도 하락을 로봇 공학자들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부른다.
'uncanny'는 '불쾌한, 으스스한, 초자연적인, 기괴한' 등을 뜻한다.
로봇이 인간과 유사할수록 사람들의 반응도도 높아지지만, 어느 정도 이상 인간과 닮으면 섬뜩하게 느껴지면서 호감도와 반응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제미노이드에 관한 데일리 메일의 기사에 달린 리플들이 이를 반영한다.
대부분 제미노이드를 '무서운 물건(scary stuff)'(캐나다, 브렌)이라거나 '오싹하다(creepy)'고 칭하고 있다.
"고맙지만 됐어. 현실도 충분히 무섭다고(No thank you. Reality is scary enough)."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빌) 이런 반응도 나온다.
◆쿠오바디스, 안드로이드
과학자들이 인간형 로봇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은 이들이 '대체 인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식당에서 서비스를 한다거나 짐을 들어 나르는 일꾼이 된다거나 하는 잡무부터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말벗'이 되어준다거나 하는 기대다.
물론 군사적인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형 로봇이 개발되면 개발될수록, 이는 묘한 딜레마를 불러일으킨다.
인간형 로봇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인간과 달리 '사회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1t 무게를 들 수 있는 저 팔이 갑자기 나를 공격하면 어떻게 하지?).이는 타의에 의해 프로그램되어 있고 조종당하고 있는 어떤 것,나아가서는 독자적인 판단을 하고 투표권을 요구할 (아마도 인간보다 강할)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인간형 로봇은 앞으로도 꾸준히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형 로봇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얼굴'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elee@hankyung.com
오른쪽 사진을 보라. 얼핏 보아서는 그저 쌍둥이 같지만 두 사람(?) 중 하나는 로봇이다.
어느 쪽이 로봇일까.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일본의 로봇전문가 이시구로 히로구시 오사카대 교수는 최근 자신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제작해 선보였다.
이 로봇(맨 위 사진 왼쪽)의 이름은 '제미노이드(Geminoid)'.'쌍둥이'를 뜻하는 어원 'gemin-'과 '인간을 닮은 것(인조인간)'이라는 뜻의 'android'를 결합한 말이다.
실제로 이 로봇은 그의 얼굴 윤곽부터 피부색, 머리카락, 턱수염과 눈썹처럼 미묘한 부분까지 똑 닮았다.
키도 자신과 똑같이 175cm로 제작했으며 머리 부위는 의료용 MRI 장치를 이용해 완전히 같게 재현했다.
제미노이드의 피부 아래에는 이시구로 교수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반응하는 50개의 센서와 모터가 달려 있다.
제미노이드가 보는 것은 이시구로 박사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이시구로 박사는 내부 스피커를 통해 그가 하는 말을 제미노이드가 그대로 전달하도록 할 수 있다.
제미노이드는 또 누군가가 제미노이드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거나 쑤시면 어깨를 으쓱거리거나 얼굴을 찌푸릴 수도 있다.
제미노이드의 가슴에는 압축 공기가 들어 있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오르내린다.
이시구로 박사가 목이나 손을 움직이면 제미노이드도 마치 '근육이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이시구로 박사는 이 '창조물'에 대해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실제 인간과의 차이를 잊어버리고 눈을 맞추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넌 너무 인간 같아서 문제야'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사람들은 제미노이드를 '이상하게 느끼는' 것일까.
로봇이 '적당히'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을 경우 그것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다.
마치 미술 실습용 인간 모형같이 생긴 스타워즈의 C-3PO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휴보나 일본의 아시모도 인간처럼 팔다리와 머리 몸통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로봇이 너무 인간과 닮게 되면 사람들은 정체성에 도전받는 느낌을 갖게 된다.
로봇이 완전히 사람과 똑같아진다면 사람들은 누가 로봇이고 누가 로봇이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미래 사회를 다룬 픽션에서 자주 다뤄지곤 한다.
지금의 '나'를 죽이고 '나'의 복사본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런 거창한 우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간과 거의 흡사한 로봇은 닮은 부분보다 닮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면서 (과학자들의 기대와 달리) 묘한 위화감을 조성한다.
풀린 듯한 눈동자,어색한 표정,차가운 피부 같은 미세한 차이는 '유사 인간'을 두렵고 섬뜩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거 좀비 같은데?'
이런 위화감으로 인한 호감도 하락을 로봇 공학자들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부른다.
'uncanny'는 '불쾌한, 으스스한, 초자연적인, 기괴한' 등을 뜻한다.
로봇이 인간과 유사할수록 사람들의 반응도도 높아지지만, 어느 정도 이상 인간과 닮으면 섬뜩하게 느껴지면서 호감도와 반응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제미노이드에 관한 데일리 메일의 기사에 달린 리플들이 이를 반영한다.
대부분 제미노이드를 '무서운 물건(scary stuff)'(캐나다, 브렌)이라거나 '오싹하다(creepy)'고 칭하고 있다.
"고맙지만 됐어. 현실도 충분히 무섭다고(No thank you. Reality is scary enough)."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빌) 이런 반응도 나온다.
◆쿠오바디스, 안드로이드
과학자들이 인간형 로봇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은 이들이 '대체 인간'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식당에서 서비스를 한다거나 짐을 들어 나르는 일꾼이 된다거나 하는 잡무부터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말벗'이 되어준다거나 하는 기대다.
물론 군사적인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형 로봇이 개발되면 개발될수록, 이는 묘한 딜레마를 불러일으킨다.
인간형 로봇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인간과 달리 '사회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1t 무게를 들 수 있는 저 팔이 갑자기 나를 공격하면 어떻게 하지?).이는 타의에 의해 프로그램되어 있고 조종당하고 있는 어떤 것,나아가서는 독자적인 판단을 하고 투표권을 요구할 (아마도 인간보다 강할) 어떤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인간형 로봇은 앞으로도 꾸준히 개발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형 로봇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얼굴'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