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태양계 밖에 '슈퍼 지구'가 있다
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할까.

유사 이래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이 공통으로 부여잡고 고민한 주제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중 원자론자들은 우주에는 무수한 수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ET'에서,그리고 팀 버튼 감독은 영화 '화성침공'에서 외계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과학자 중에서는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를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그 주인공. 그는 은하에서 별이 형성되는 속도,행성을 거느린 별의 비율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방정식 계산을 해 보면 우주에는 무려 100만개의 문명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에 이처럼 많은 문명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왜 지금까지 그들은 한번도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을 제기했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페르미의 역설'이라 불렀다.

◆ 유럽과학자 '슈퍼 지구' 발견

최근 유럽에서 '페르미의 역설'을 푸는 데 단초가 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외부 행성(혹성)을 발견한 것이다.

유럽 남부천문대(ESO) 연구팀 11명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라실라 천문대에서 길이 3.5m의 특수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에서 20.5광년 떨어진 천칭자리 근처에서 지름이 지구의 1.5배,무게 5배 정도의 행성을 발견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슈퍼 지구'로 명명된 이 행성은 태양보다 질량이 3분의 1 정도 작은 항성(적색왜성) 글리제 581 주위를 13일 주기로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글리제 581은 이미 해왕성만한 크기의 여러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 실험을 통해 이 행성이 바위로 이뤄져 있거나 온통 바다로 덮여 있고 평균 기온은 섭씨 0~40도 정도며 생명 탄생에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도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새 행성 슈퍼지구와 항성인 글리제 581과의 거리는 지구-태양 거리의 14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글리제 581의 온도가 태양표면 온도(섭씨 6000도)의 절반인 3000도로 매우 낮아 지구와 비슷한 온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새 행성은 자전을 하지 않아 반쪽은 항상 낮이고 반쪽은 항상 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액체 상태의 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의 존재에 불가결한 것"이라면서 "온화한 온도와 가까운 거리 등을 고려한다면 이 행성은 장차 외계 생명체를 찾아나설 때 최우선 목적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40여년째 외계 생명체 탐사 노력 지속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주 타깃은 화성이었다.

미국은 1965년에 매리너 4호 탐사선을 화성에 처음으로 접근시켜 화성을 탐사했으며, 1996년에는 패스파인더 호를 통해 화상탐사 로봇 소저너 호가 화상에 착륙해 6주간 탐사활동을 했다.

또 2004년에는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 현재까지 생명체의 흔적을 찾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화성에 생명체가 현존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과거에는 생명체가 존재했을 수도 있다는 일부 단서들은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최근에는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에 생명체가 살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에우로파의 꽁꽁 언 얼음 밑에 지구의 바다만큼이나 넓은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주 탐사와는 별도로 보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전파 천문학자인 프랭크 드레이크가 '오즈마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 버클리대 등이 주축이 돼 진행하고 있는 세티프로젝트란 외계의 지적생명체들이 전파를 보낸다는 가정 하에 전파망원경에 정교한 스펙트럼 분석기를 장착, 포착된 전자 주파수를 분석하는 작업을 말한다.

천문학적인 전파를 분석하려면 슈퍼테라급 컴퓨터 몇 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리드'라는 컴퓨터네트워크 분산 병렬 처리 기술을 이용하면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전 세계에서 500만명이 자신의 컴퓨터로 세티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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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외계 생명체 탐사

한국도 외계 생명체 탐사에 나선다.

국립과학추진기획단은 2008년 경기도 과천지역에 문을 여는 국립과학관 전시관에 지름 6m 크기의 첨단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외계생명체 탐사(SETI)' 프로그램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6월 밝혔다.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독자적으로 외계 생명체 탐사를 하고 있는 기관으로는 미국 UC버클리대에 이어 과천 국립과학관이 세계에서 두 번째다.

UC버클리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수행하던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외계 생명체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립과학관은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날아오는 신호들을 수신, SETI 참가자들의 PC로 보내 신호를 분석토록 한 뒤 관련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PC에는 외계신호 분석 프로그램이 무료로 설치된다.

SETI 프로그램에서 수신된 신호들은 외계생명체 탐사 외에도 우주공간에서 수소의 분포도를 측정하는 데도 활용된다.

수소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는 별의 생성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에게 수소가 밀집한 지역에 관한 정보는 별의 탄생에 관한 아주 중요한 정보가 된다.

국립과학추진기획단에서 SETI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이강환 박사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적이 없다"며 "SETI 프로그램은 자격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