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1932년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군 행사장에 도시락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다.

지난해 일부 교과서에는 윤 의사가 의거 직후 연행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올해 이들 교과서는 윤 의사가 의거 전 태극기 앞에서 선서식을 하는 사진으로 대체됐다.

왜일까? 지난해 교과서 사진에 나온 인물이 윤 의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군경에 맞아 피투성이가 됐다는 뉴스 보도와는 달리 사진속의 인물은 깔끔한 모습인 점이 발단이 됐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해당 교과서 출판사는 사진을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교과서는 '정답'만 실을 것 같지만 이처럼 후세에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들에 의해 내용이 바뀌는 경우들이 생기곤 한다.

객관적 진리를 담는 것처럼 보이는 과학 교과서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과학 교과서에는 주요한 두 군데 내용이 바뀔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복제소로 알려졌던 '영롱이'와 태양계 천체 '명왕성'이 내년부터 교과서에서 퇴출된다.

◆영롱이,'복제소' 증거 없어 교과서에서 퇴출

교육인적자원부는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태와 관련,초·중·고교 교과서에 담긴 황 박사의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내용을 지난해 삭제시켰다.

다만 영롱이에 대해서는 '국내 최초의 복제 송아지'라는 기존 내용은 그대로 두고 황 박사에 대한 언급만 빼도록 했다.

교육부는 그러나 내년 중·고교 과학교과서에서 영롱이에 대한 내용도 삭제토록 할 예정이다.

영롱이에 대한 과학계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영롱이 복제 당시 관련 논문을 발표하지 않아 이후 줄곧 진위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영롱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커졌다.

지난해 황 박사 논문 조작 사건을 조사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영롱이의 복제 진위는 세포를 공여한 '엄마' 소가 이미 죽은 상태여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영롱이가 체세포 복제소라는 증거가 없는 셈이다.

교과서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검정교과서협회는 이에 따라 올해 영롱이에 대한 내용을 실은 과학 교과서에 대해 지난 1월 별도의 수정자료를 일선 중·고교에 배포했다.

이 수정자료 배포로 올해 한 출판사의 생물 교과서에서는 '우리나라는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다'는 내용이 '복제개 스너피를 탄생시켰다'로 변경됐으며 또다른 교과서에서는 영롱이 사진이 세계 최초 복제양 '돌리' 사진으로 바뀌었다.

내년에는 교육부의 지침을 따라 인쇄 단계에서부터 영롱이 내용을 제외시킬 예정이다.

◆명왕성,태양계 행성 지위 잃어 교과서에서도 쫓겨나

명왕성은 지난해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교과서에서도 퇴출되는 신세가 됐다.

명왕성은 1930년 발견돼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불려왔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명왕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되면서 행성 자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왔다.

명왕성은 우선 지름이 달의 3분의 2 수준인 2306㎞으로 다른 행성들에 비해 크기가 지나치게 작다.

또 황도면에 가깝게 원형 궤도로 공전하는 다른 행성들과 달리 명왕성은 궤도면과 황도면의 경사각이 17도로 심하게 기울어 있고 타원에 가까운 불규칙한 공전 궤도를 그린다.

또 운동 패턴이 카이퍼 띠에 속하는 다른 천체들에 가깝다는 점도 의심의 이유로 꼽혔다.

카이퍼 띠는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운석,얼음 등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를 말한다.

즉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 카이퍼 띠에 있는 크기가 큰 천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학연맹(IAU) 총회에서는 논란끝에 태양계 행성에서 명왕성을 제외시켰다.

IAU의 이같은 결정은 국내 교과서도 변경시키게 됐다.

일선 학교들은 당장 올해부터 수정자료를 참고해 '태양계는 태양과 9개의 행성'이 아닌 '태양계는 태양과 8개의 행성'으로 변경해 가르쳐야 한다.

내년에는 명왕성도 영롱이와 마찬가지로 인쇄 단계에서부터 교과서 내용에서 제외된다.

신인현 한국지구과학회 회장은 "교과서 수정이 단순히 내용 삭제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명왕성이 왜 행성이 아닌지' 등 관련 내용을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과서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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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과서 수정 다른 사례는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佛 랑스서 시화호로 바뀌어

우리나라에서 과학 교과서가 수정된 것은 이번 영롱이와 명왕성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중·고 과학 교과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력발전소가 종전 프랑스의 랑스조력발전소에서 경기 시화호에 건설 중인 시화호조력발전소로 바뀌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해당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 요청한 것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2009년 완공 예정인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25만4000㎾ 규모로 과거 세계 최대였던 24만kW급인 랑스발전소를 능가한다.

또 고교 생활과학 교과서에 수록된 국내 집중호우 최고 기록은 '1981년 9월2일 태풍 에그니스 접근 시 전남 장흥 547.4mm'에서 '2002년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태풍 루사 내습 시 강원 강릉 870.5mm'로 고쳐졌다.

과학 교과서는 과학적 사실 부합 여부 외의 요인에 의해 수정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일부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린 아이스크림 상자, 정수기, 간장병 등 실험도구 사진이 다른 사진으로 대체됐다.

과거 사진에서 실험도구들이 마치 광고에서처럼 특정 회사 제품인 것을 알 수 있도록 게재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