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에… 환경오염에… 없어지거나, 퇴출되거나

美 '포린 폴리시'誌 4가지 선정

지난 2월 말로 PC통신 '하이텔' 서비스가 종료됐다.

하이텔 운영회사인 KTH는 2월 초 하이텔의 VT(가상터미널) 서비스를 닫는다는 공지를 띄웠다.

이대호 KTH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 달 접속자가 200여명에 불과하고 수익이 나지 않아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텔을 비롯한 PC통신은 90년대 중반 온라인 대화 채널로 큰 인기를 누렸던 서비스다.

그러나 인터넷의 보급으로 하이텔 가입자는 지난 2000년 200만명에서 최근 4만명으로 급속히 줄어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화나 트랜드는 세월이 흐르면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오드리 헵번의 스타일이나 마릴린 먼로의 스타일은 50년이 넘어 다시 유행되곤 한다.

그러나 기술에 관한 한 그렇지 않다.

한 번 자리를 내 준 기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사람들이 PC통신을 아무리 그리워한다고 해도, 빠른 인터넷 환경은 더 이상 PC통신에게 발 붙일 여지를 주지 않는다.

미국의 유명 국제관계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4월호는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PC통신처럼 다음 세상에서 사라질 것들을 소개했다.

백열전구·DVD·비닐봉지·바다생선 등 네가지다.

백열전구 DVD 비닐봉지는 기술발전으로, 바다생선은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했다.

절전형 LED 등으로 대체

◆ 백열전구

[Science] 앞으로 10년안에 사라질 것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백열전구는 앞으로 절전형 형광등(CLF)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대체될 것이다. 백열전구는 에너지 소모율이 95%에 이르는 대표적인 저효율 제품이다.

불이 켜진 백열전구를 만지면 뜨거운데 이는 백열전구가 들어온 에너지의 대부분을 빛이 아니라 열을 내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제품은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각국 정부에서는 백열전구를 퇴출 1순위로 꼽고 있다.

이미 호주는 2010년까지 백열등을 없애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2년 안에 백열등을 없애도록 회원국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장매체 발달로 잊혀져 갈 것

◆ DVD

[Science] 앞으로 10년안에 사라질 것들
기술 개발로 인해 잊혀져 갈 제품으로 꼽혔다.

'저장 매체의 교체 주기는 25년'이라는 통설이 있지만 DVD는 출시한 지 11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청색 레이저를 광원으로 쓰는 '블루레이 디스크'는 이미 DVD보다 다섯 배나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소니의 신형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3는 블루레이 디스크를 적용했다.

메이저 영화배급사 대부분이 블루레이 디스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3D 입체영상 디스크'는 DVD 용량의 60배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DVD의 가장 강력한 적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뛰어난 품질의 동영상을 골라 볼 수 있게 되면서 굳이 DVD 형태로 정보를 저장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환경오염 유발로 사용금지!

◆ 비닐봉지

[Science] 앞으로 10년안에 사라질 것들
환경오염의 일등공신인 일회용 비닐봉지도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가방과 천가방 등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잡지에 따르면 비닐봉지는 200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4조~5조장 가량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일랜드는 2002년부터 '비닐봉지 세금'을 부과해 사용량을 90%까지 줄였다.

덴마크도 비닐봉지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인도 뭄바이시에서는 아예 사용이 금지돼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지난 3월 초 대형 식품매장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마련했다.

우리나라와 대만 등은 일회용 비닐봉지를 무상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50년간 대형 어류 90% 사라져

◆ 바다 물고기

[Science] 앞으로 10년안에 사라질 것들
마지막으로 포린 폴리시는 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생선이 다음 세대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나친 우려 아니냐고?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전체 해산물 공급량의 50%가 이미 양식 해산물이다.

인간의 남획과 해양 오염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사람이 즐겨 먹는 어종을 바다에서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바다 생태계의 핵심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해수 온도가 변화하면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대형 어류의 90%가 이미 사라졌고 참치와 대구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이 잡지의 설명이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elee@hankyung.com

-------------------------------------------------

그래도 종이는 끈질기게 남는다

영원한 기술도 많다. 종이신문 필름카메라 PC통신이 인터넷에 밀려나고, DVD가 블루레이디스크에 밀려나듯 오래된 기술은 새기술로 대체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긴 생명력을 가지고 끈질기게 남아 있는 기술도 많다.

이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종이신문-종이신문은 빠르게 뉴스를 전달할 수 없고 부피가 크며 정보를 재가공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TV 라디오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위기의 매체'로 지적되곤 했다.

그러나 종이신문은 많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불필요한 정보까지 확인하는 일을 차단해 준다.

정보를 종류별로 편집해 독자의 판단을 도와 주는 것도 장점이다.

최근에는 종이처럼 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크린에 신문을 편집해 보여 주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필름 카메라-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역사의 유물'이 될 줄 알았던 필름 카메라(필카). '뽀샵질' 하기도 쉽지 않은 필카 매출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필카 이용자들은 △디지털카메라는 너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개별 사진의 의미가 축소되고 △컴퓨터에 저장시켜 둔다 해도 앨범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고장이나 실수로 데이터를 잃어버릴 수 있는 단점이 있어 필카를 쓴다고 말한다.

물론 '사진의 손맛'과 같은 전문가적 이유도 있다.

▷종이 서류-이메일로 각종 서류가 오고가게 되자 사람들은 '종이서류 결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도리어 종이서류 사용량은 늘어나고 있다.

사용자 간 정보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한 사람이 접하는 정보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프린터·팩스·복사기 등 관련 기기가 증가한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