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한동안 침체돼 있던 한국 생명공학계에 오랜만에 희소식이 떴다.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늑대를 복제한 것.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Snuppy)’ 탄생에 이은 국내 과학계의 동물복제 분야 두번째 쾌거다.

이번 늑대 복제는 한국의 동물복제 기술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에 있음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cience] 늑대 복제 세계 첫 성공‥서울대 이병천 교수팀
개 늑대 등 개과 동물을 복제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동안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한국 생명공학 기술력 과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늑대 복제를 통해 동물복제 성공률도 높여 앞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야생동물을 복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너피' 복제기술 이용해 '스눌프'와 '스눌피' 탄생시켜

[Science] 늑대 복제 세계 첫 성공‥서울대 이병천 교수팀
이 교수팀은 지난달 26일 "개 복제에서 얻은 기술을 활용해 개과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회색 늑대(한국 늑대) 암컷 두 마리를 복제했다"고 발표했다.

복제 늑대가 태어난 시점은 2005년 10월. 1년 반이 다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복제 늑대들은 스너피와 같은 방식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서울대의 영문약자(SNU·Seoul National University)와 늑대(wolf)를 합성한 '스눌프(Snuwolf)'와 '스눌피(Snuwolffy)'로 명명됐다.

스너피는 SNU와 강아지(puppy)가 결합된 이름이다.

이 같은 추세로라면 앞으로 동물복제 분야에서 'SNU 시리즈'라는 용어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스눌프와 스널피는 스너피와 같은 방식으로 복제됐다.

연구팀은 서울대공원에 있는 두 살짜리 암컷 회색 늑대 '누리'의 귀에서 체세포를 얻어낸 후 여기서 핵을 추출했다.

이 체세포 핵에는 누리의 유전정보가 그대로 들어있다.

연구팀은 이 핵을 핵이 제거된 암컷 잡종견의 난자에 주입해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난 것 같은 인공 수정란을 만들었다.

개의 난자를 사용한 것은 회색 늑대의 경우 국내에서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돼 있어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수정란을 또다른 잡종견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토록 했다.

복제 늑대는 2005년 10월18일과 26일에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태어났다.

복제 늑대들에 대한 검증은 체세포를 제공한 누리 및 난자 제공 개와 스눌프 스널피의 DNA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이들 복제늑대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제외한 모든 DNA가 누리와 일치했다.

누리의 '클론'임이 증명된 것이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보전 길 열렸다

이번 늑대 복제는 개 복제보다도 한단계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 복제와 늑대 복제는 기본 방식은 같지만 세포 배양 조건이나 활성화 방법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개 복제에 성공했다고 해서 늑대 복제에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스너피 복제 당시에는 123마리 대리모에서 한 마리만 생존해 복제 성공률이 0.8%에 그쳤으나,이번 늑대 복제에서는 총 12마리의 대리모에서 두 마리가 태어나 성공률이 16.7%로 크게 향상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물복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용호 서울대 수의대학장은 "이 교수팀의 복제 기술은 성공 확률 측면에서 볼 때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보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과학저널 '클로닝앤스템셀' 3월호에 실렸다.

서울대는 복제 늑대를 서울대공원 특별전시관에 전시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내년 봄쯤 수컷과 교배해 번식 능력도 검증키로 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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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개구리 이후 양·소·토끼·고양이·개

동물복제 역사

인류는 1952년 개구리를 복제하며 동물복제의 역사를 열었다. 당시 미국 워싱턴 카네기연구소 연구팀은 개구리 수정란 세포를 떼내 난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올챙이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연구되고 있는 체세포 복제기술과는 차이가 있다. 이미 존재하는 생명체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생명체(수정란)를 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체세포 복제는 10년 뒤인 1962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개구리 체세포를 떼내 난자에 이식함으로서 막을 올렸다.

포유류 복제는 1996년 복제양 '돌리'가 처음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는 6살 된 암양의 젖샘세포에서 핵을 추출해 난자의 핵과 치환한 뒤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으로 돌리를 탄생시켰다. 돌리는 동물복제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후 1997년 쥐(미국), 1998년 소(미국), 2001년 황소(미국), 2002년 토끼(프랑스)와 고양이(미국)가 잇따라 복제됐다. 이어 2005년 8월에는 우리나라의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스너피'를 선보여 개 복제의 장벽을 넘었고 이번에 다시 늑대까지 복제한 것.

그러나 인간과 생리학적으로 가장 유사한 동물인 원숭이는 아직 복제되지 않은 상태다.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는 2000년 붉은털원숭이를 복제했으나 이는 체세포 복제가 아닌 수정란 복제방식이었다.

황우석 박사는 스너피를 선보일 때 "현재로는 원숭이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게 세계 과학계의 결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늑대 복제로 동물복제 기술이 한층 진보하면서 복제 원숭이 탄생 시기가 앞당겨 질 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