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휴대폰·노트북·자동차 등 안쓰이는 곳 없어

[Science] 빛을 내는 반도체 LED‥생활 곳곳에 파고드는 '빛의 혁명'
로또 복권을 파는 가게 앞에는 늘 반짝이는 전광판이 켜져 있다.

‘1등 당첨금 24억3500만원.당신이 주인공입니다’.흘러가는 문구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두근두근, 상상의 날개가 펴지면서 복권 한 장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지하철이나 철도 역사에도 곳곳에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다음 열차가 어디쯤 왔는지, 행선지는 어디인지 시시각각으로 표시된다.

저녁 무렵, 노곤한 몸으로 버스에 몸을 싣고 창 밖을 바라볼 때도 고층빌딩위 전광판이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신 뉴스가 흐르고 삼성전자 로고가 반짝인다.

이들 전광판에 꽂힌 작은 전구는 전구가 아니다.

‘LED’다.

레드라고 읽지 말 것! Light Emitting Diode의 준말이다.

빛을 내 보내는 다이오드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용 미니 전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LED는 반도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압을 흘려주면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의 특성을 이용해 빛을 낸다.


◆'빛의 혁명' LED

[Science] 빛을 내는 반도체 LED‥생활 곳곳에 파고드는 '빛의 혁명'
LED는 '빛의 혁명'으로 불린다.

일단 기존 조명기기에 비해 전기를 훨씬 적게 먹는다.

백열전구의 10분의 1, 형광등의 2분의 1 정도 전기면 똑같은 밝기의 빛을 낸다.

우리나라에서 조명의 10%만 LED로 바꿔도 1조6000억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LED는 엄청나게 수명이 길다.

백열등의 경우 사용 시간이 1000~4000시간밖에 되지 않는 데 반해 LED는 5만~10만 시간을 쓴다.

한마디로 '사이즈가 다르다'.5만 시간은 5년8개월이다.

교환 유지 보수 비용이 적게 들어 건물 외벽이나 수영장 대형 가로등처럼 교환 비용이 많이 드는 곳에 적합하다.

온도도 낮다.

백열전구나 형광등과 달리 LED는 손을 대도 전혀 뜨겁지 않다.

크기가 작아서 1mm 이하 LED칩 32개만 있으면 형광등만큼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휴대용으로 적합한 이유다.

깨지지 않아 자동차나 비행기 등에 사용하기에 좋다.

형광등처럼 수은 등 중금속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환경친화적이기까지 하다.

네온사인 대신 LED를 사용하면 화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양한 빛을 섞어 낼 수 있어 응용력도 뛰어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전 세계의 모든 조명을 LED로 바꾸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백열등의 100배, 형광등의 50배가량 비싸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 새로운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기존 전등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1960년대부터 개발돼…청색LED 등장으로 급속히 발전

LED 제품은 1960년대 등장했다.

알람시계나 배터리 표시등에 사용됐다.

낼 수 있는 빛깔에 한계가 있어서 조명장치로 쓰기는 어려웠다.

본격적으로 기술이 개발된 것은 1980년대다.

일본 도호쿠대학의 니시자와 준이치 교수가 최초의 고휘도 적색LED를 개발했다.

휘도가 높다는 것은 밝다는 뜻이다.

이어 1993년 일본 니치아 화학공업주식회사에서 GaN(갈륨나이트라이드)을 사용한 청색LED를 개발,빛의 3원색인 적·녹·청(RGB)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백색LED를 포함,170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을 내는 LED를 만드는 원천기술이 됐다.

1996년에는 청색LED에 형광물질을 첨가해 만든 백색LED가 등장했다.

백색LED는 청색·적색·녹색 등과 달리 사용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에 사업성이 뛰어나다.

현재 백색LED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일본 도요다고세이와 시티즌, 독일 오스람, 미국 루미레즈·롬·크리, 한국의 서울반도체·삼성전기·럭스피아 등이 있다.

◆노트북 휴대폰 자동차 등 응용기술 무궁무진

[Science] 빛을 내는 반도체 LED‥생활 곳곳에 파고드는 '빛의 혁명'
현재 LED는 전광판뿐만 아니라 노트북 휴대폰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노트북·휴대폰에 LED가 어디 있느냐고? 휴대폰을 열어 보라.액정이 밝은 빛을 낼 것이다.

이것이 LED 불빛이다.

여기 사용되는 LED는 일반 전광판에 사용되는 것처럼 동글동글하지 않다.

얇고 납작한 LED 단자가 액정의 가장자리에서 가운데 방향으로 빛을 비춘다.

옆에서 비춰준다는 뜻에서 사이드뷰LED라고 부른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DMB TV, PMP, 내비게이션 등 소형 디지털 미디어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노트북이나 TV처럼 비교적 큰 LCD에도 LED가 사용된다.

LCD의 광원으로 사용되는 LED패키지를 BLU(Back Light Unit)라고 한다.

여기에는 LED가 좀더 밝고, 촘촘히 박혀 있다.

지난해 오스람은 82인치 LCD에 1120개 LED를 넣은 LED 백라이트 시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기가 LCD TV용 LED BLU를 내놨다.

LG필립스LCD 등 LCD 생산업체들도 곧 LED를 광원으로 하는 노트북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중대형 LCD의 광원으로 쓰고 있는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수년 내로 LED가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CFL은 수은을 함유하고 있어 환경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폰의 플래시에도 1~3개 LED칩을 패키지로 묶어 밝게 만든 LED를 쓴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용 LED도 2~3년 내 상용화될 전망이다.

◆'더 밝게,더 싸게' 기술개발 박차

LED 기술개발의 방향은 두 가지다.

더 밝고, 더 싸게 만드는 것. 최근 등장한 빛의 3원색을 섞어 백색을 내는 RGB LED 기술은 '더 싼' LED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백색LED에 비해 3분의 1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LG이노텍 루미마이크로 알티전자 등이 이 기술로 신제품을 만들고 있다.

더 밝은 LED를 향한 기술 개발도 '전쟁'에 가깝다.

서울반도체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Z-Power LED P4시리즈는 단일 칩으로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밝은 빛(1000㎃에서 최고 240㏐(루멘))을 낼 수 있다.

1W에 100루멘을 낼 수 있어 효율도 좋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일본 니치아는 연말까지 W당 150루멘의 빛을 낼 수 있는 LED를 만든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2년마다 2배 밝은 LED가 나오고 있다"며 "치열하게 기술 개발에 전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과학중소벤처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