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처음 소개하는 서울대 유형 논제는 제시문으로 주어진 언어표현과 그래프 해석을 연결하는 문제다.
수능이나 내신 시험 같은 객관식 시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절한 그래프 고르기' 문제의 논술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평이한 제시문 때문에 언뜻 쉬워 보이겠지만,실제 그래프를 고르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매우 정교하고 다양한 사고활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문제다.
최근 기출 논제들이 그래프의 의미를 언어표현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지만,제시문 상의 언어표현을 그래프로 표현하거나 적절한 그래프를 논거를 제시하며 골라내는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특히 이번 논제는 이런 새로운 유형의 질문에 적절히 대처하는 연습을 하도록 고안되었다.
이처럼 다소 변형된 새로운 논제의 출제 가능성에 대비하고, 또한 그래프형 자료를 적절한 언어표현으로 풀어내는 기존 형태의 논제를 보다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그래프의 수평축과 수직축을 정의하고 그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관련 교과 지식(해설은 20면 참조)
▷[수학] 함수와 그래프, 변수와 상수
▷[경제] 희소성, 경제문제의 발생원인
▷[윤리와 사상] 인간 욕망에 대한 동·서양 윤리사상들의 입장
◆ <논제 1> 해설
첫 번째 논제에서는 '문제'가 무엇이고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해 말하기 힘들다고 느낀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다.
다수 학생들이 '희소성'을 '문제'보다는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런데 다른 논제들이 소유와 욕망의 함수관계를 집중적으로 묻고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근본 원인은 욕망으로 잡아야 한다.
누차 말해왔던 것처럼, 단계식으로 구성된 문항들의 경우 서로를 제약하면서 동시에 힌트가 된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나면 욕망의 정체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의문들이 이어진다.
욕망은 무한한가 유한한가,변화하는가 일정한가, 변화한다면 그 양상은 어떠한가와 같은 의문들이 그것이다.
그래서 다음 논제가 그것들을 묻는다.
◆ <논제 2> 해설
[조언 A]의 욕망관은 제시문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되고 있다.
"H=P/D이고, 100을 원하는데 100을 가지고 있으면 완벽하게 행복하다, 20을 가지면 20% 행복하다." 따라서 그래프로 표현하면 소유함에 따라서 행복은 일정한 수로 표현되는 최대치(제시문에서는 100으로 설정)를 가지며 그 범위 내에서 소유와 행복은 정비례한다.
즉 H=P/D의 식에서 H와 P의 관계가 일정한 범위에서 정비례한다면 D는 상수(고정된 수치)여야 하기 때문에 그래프 <3>이 가장 부합한다.
어떤 학생들은 20을 소유하면 욕망이 80이 되고, 100을 소유하면 0이 된다고 읽어서 그래프 <6>을 골랐으나, [조언 A]를 그렇게 읽는 경우에도 가로·세로 절편이 모두 100이고 기울기가 -1인 직선 그래프로 표시되어야 하므로 옳지 않다.
주의할 것은, 논제가 묻는 것이 욕망과 행복의 관계가 아니라 욕망과 소유의 관계라는 점이다.
간혹 그래프 <2>를 고른 학생들이 있는데, 그래프의 척도와 좌표평면 종축·횡축이 무엇을 표시하는가를 알아야 그래프를 제대로 읽을 수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한편 [조언 B]의 욕망관은 제시문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욕망은 일정량의 크기가 아니다.
100을 가지면 200, 200을 가지면 300으로 커져 달아난다." 이 내용을 일반화하고 식으로 표현하면 1차식이 된다.
또 "욕망의 크기를 정할 수 없다"고도 하고 있는데, 이 말을 '크기를 알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그래프를 그릴 수 없지만,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변화하는 수치'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그래프로 표현된다.
학생들 중에 크기를 정할 수 없으므로 그래프로 표현되지 않는다고만 답안을 작성한 경우가 있는데, 논제가 그런 답안을 허용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겠다.
출제자의 정답은 그래프 <4>이다.
증가함수이므로 <1>, <4>, <5> 가운데서 찾아야 되는데, 수식이 1차 함수이므로 1차 그래프(직선)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논제 3> 해설
<논제 3>은 <논제 2>와 정반대의 과정을 요구한다.
이번에는 제시문 없이 그래프만 주고 다른 조언자의 관점과 비교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그래프 <7>이 어떤 관점을 표현한 것인지 언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논제 2>보다는 자유스럽게 사고를 표현할 수 있는 문항이다.
그래프 <7>에서는 소유가 증가함에 따라 욕망이 증가하는 구간과 감소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일견 3차 그래프(세제곱 변수를 포함한 3차 함수)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고, 삼각함수와 같은 주기함수일 수도 있다.
3차 그래프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소유의 세제곱'이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간선(평균선)이 따로 주어져 있으므로 주기함수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제 의미를 밝힐 차례다.
욕망이 소유에 따라 주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이는 일종의 상수(왜냐하면 소유의 양에 직접 영향 받지 않고 독자적인 주기로 움직이므로)처럼 해석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유의 증가가 욕망을 반드시 감소시키거나 증가시키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다른 조언자들이 욕망은 소유에 영향받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소유 증가에 따라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유사한 의미와 미묘한 차이를 동시에 가진다.
이런 차이점과 공통점을 지적해 주면 충분한 답안이 된다.
다음 논제를 위해 의미를 더 뽑아내자면, 소유를 조절함으로써 욕망이나 행복을 쉽게 규정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주기함수=함수값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함수. 예컨대 삼각함수, 천체 공전주기, 바이오리듬, 계절에 따른 생물 개체수 증감 등
<논제 4> 해설
단계식으로 구성된 논제에서, 이전 문항을 통해 준비작업을 했으니 마지막 문항은 궁극적인 질문을 담고 있게 마련이다.
<논제 4>에 잘 답하기 위해서는 이전 논제들에 대한 답안이 일관된 흐름을 가질수록 유리하며, 그런 흐름을 찾아냈다면 출제 의도를 찾아냈다고 보면 된다.
반면에 이전 논제에 잘 답하지 못했다면 마지막 논제에 만족스런 답을 쓰기 어려워지고, 기존 지식을 늘어놓기 바쁠 것이다.
이전 논제에 잘 대처했다면 <논제 4>의 답안 작성은 간단하다.
"모든 구성원이 조언을 따른다"는 조건에 유의하기만 하면 된다.
이 조건 때문에 '남들은 소유를 추구하는데 나는 절제한다'는 식의 개인적인 차별화, 솔선수범 식의 답안은 쓸 수 없게 된다.
가능한 답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a.조언 A가 타당하다.
왜냐하면 욕망은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고,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듯이 왜곡된 욕망이 아닌 자연적이고 정상적인 욕망을 충족함으로써 행복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구성원이 이런 관점으로 살아가게 되면 희소성이 경쟁과 갈등을 낳고, 삶이 100미터 경주처럼 변하고 말 것이다.
b.조언 B가 타당하다.
왜냐하면 욕망은 소유를 향한 맹목적인 경주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이 조언에 모든 사람이 따른다면 사회 전체의 생산력이 저하되어 삶의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조차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c.세 번째 조언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욕망은 소유량에 따라 ①무관하기, ②주기적으로 변동하기, ③때로는 감소하기도 하고 때로는 증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두 이 조언에 따른다면 욕망과 소유의 관계는 일의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따라서 소유를 추구하느냐 마느냐가 우리의 행복과 관련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