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모니터가 휴지처럼 둘둘 말라고 접힌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주인공 톰 크루즈가 한 사무실에 침투해 비밀 정보를 캐내는 장면이 나온다.

톰 크루즈의 정면에는 컴퓨터 모니터를 극도로 얇게 벗겨 놓은 듯한 화면이 펼쳐지는데,여기에 각종 디지털 기호로 된 정보들이 표시된다.

물론 이는 헐리우드 의 특수기술이 동원된 것이지만 향후 ‘전자종이’가 상용화되면 현실 세계에서도 전혀 불가능한 풍경은 아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과거부터 존재하던 많은 것들이 새로운 것들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종이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전자종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조만간 전혀 새로운 개념의 종이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종이처럼 둘둘 말고 접는 전자장치

[Science] '전자종이' 상용화 될까… 세계 각국 활발한 연구
전자종이란 종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말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광범위하게 얘기하면 PC나 노트북 컴퓨터 등도 종이의 역할을 대신하는 측면이 있다. 예전에는 종이로 인쇄해서 보던 문서를 PC 모니터를 통해 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PC나 노트북 컴퓨터를 전자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전자종이는 단순히 종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이의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보통 종이처럼 접거나 둘둘 말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자유롭게 쓰고 지울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전자종이라고 정의한다.

전자종이는 크게 표시부분과 기록부분이 일체화된 박막 디스플레이 개량형과 프린터의 하드카피 기술을 응용한 리라이터블 페이퍼(표시 부분과 기록 부분이 분리됨)로 나눌 수 있다.

◆세계 각국,전자종이 개발 경쟁

전자종이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미국 기업 제록스는 이미 1975년에 전자종이의 핵심 기반기술인 전자잉크 '자이리콘'을 개발했다. 이후 제록스에서 2000년 분사돼 설립된 자이리콘미디어에서 전자종이를 주도적으로 연구개발(R&D)하고 있다. 또 같은 해에 미국의 E-Ink사는 플라스틱 트랜지스터로 만든 전자종이를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Science] '전자종이' 상용화 될까… 세계 각국 활발한 연구
이 같은 전자종이는 생산비용이 높고 활용 가능한 콘텐츠가 부족해 활성화되지 못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발달로 생산비용이 낮아지고 콘텐츠도 늘어나면서 전자종이는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의 경제신문 드티드(De Tijd)가 지난해 시험판 전자종이 신문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미국의 출판업체 허스트와 E-Ink,프랑스 피어슨사의 레제코(Les Echos) 등 세계 유수의 출판·신문사들이 저가 디지털 스크린 기반의 '전자종이(e-paper) 신문'을 준비 중이다.

또 동일본철도 주식회사는 최근 도쿄 중심가를 순환하는 야마노트선 3개 열차 차량에 2개씩의 13.1인치 컬러 전자종이 디스플레이 광고판을 설치,한 달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히타치와 브리지스톤이 공동 개발한 이 컬러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50dpi며 총 8가지 색상을 지원한다. 8메가바이트의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를 802.11b 무선랜으로 연결해 2분짜리 광고 37개를 번갈아가며 상영한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

한국 '종이 디스플레이' 세계 첫 개발

■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전자종이 연구가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이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놓았다.

한국기계연구원 이택민 박사(36)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제작에 사용하던 리소그래피(석판 인쇄)기법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인쇄 기법을 이용해 종이위에 무기 형광 전자 소자와 전극 등을 인쇄해 디스플레이 화면을 꾸밀 수 있는 종이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종이 디스플레이는 종이 한 장에 전자 소자와 전극 센서 등을 온도 차이를 이용해 차례로 다섯번 인쇄한 뒤 발광시킨 것으로 종이를 롤에 그대로 감아 가공하는 롤투롤(Roll to Roll)방식으로도 인쇄할 수 있어 한꺼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 박사는 “종이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전자잉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종이와는 그 원리와 응용분야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디스플레이는 종이의 성질을 가진 만큼 심하게 구부리거나 접어도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변화가 없으며 어떤 충격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기존 자체 발광 유기물질로 만든 디스플레이는 30°이상 구부리면 손상이 간다.

이 종이 디스플레이는 다른 종이처럼 접거나 구기고 찢을 수 있으며 스피커에 의해 소리가 들리고 가격도 매우 저렴해 상용화되면 일회용 TV나 일회용 전자책,동영상 신문 광고 등 차세대 전자제품으로 떠오르는 일회용 전자기기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박사는 지금은 단순한 형태의 발광 디스플레이만 구현되고 있으나 내년 하반기까지 3색(빨강 초록 파랑) 컬러 영상을 구현할 계획이며 동영상도 처리할 수 있는 인쇄 기술을 곧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디스플레이 수명 테스트와 안전성 검사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가 없으면 내년부터 종이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발광소자 및 제조방법 등 2년간 10건의 기술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3~4개 기술에 대해 추가 특허 출원을 준비중이다.

이 박사는 “이 기술은 전자 태그(RFID)등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전세계 전자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1회용 전자기기 시장에 이 기술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