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컨버전스 시대의 도래] 빌 게이츠 "인터넷이 5년안에 TV혁명 가져올 것"
게이츠 회장은 지난달 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인터넷이 5년 안에 텔레비전 혁명을 가져 올 것"이라고 말해 또 한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의 확산과 유튜브 같은 동영상 전문 사이트의 인기로 TV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란 게 그의 예언이었다.

그는 따라서 "앞으로 5년 뒤에는 사람들이 우리가 현재 TV를 보는 방식에 대해 웃음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게이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와 TV 간의 경계가 조만간 완전히 허물어질 수 있다는 예견을 담고 있다.

이른바 기술 컨버전스(융합) 시대가 본격 도래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의 장점을 융합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생활을 바꿔놓는다.

이 때문에 국내외 각종 기관들은 향후 어떤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킬지를 전망하기도 한다.

이때 거론되는 구체적인 기술을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 기술을 종합해보면 반드시 포함되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기술 컨버전스다.

기술 컨버전스란 지금까지 서로 독자적인 영역으로 나눠져 있던 기술들의 장점을 결합해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나 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바이오기술(BT)은 최근 IT와 융합,지금까지 보다 훨씬 높은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다.

과거 수작업에 의해 이뤄졌던 생물 정보를 발전된 IT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 최대 의료장비 제조업체인 GE가 분자 수준에서의 인간 신체의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분자영상'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것도 IT와 BT의 융합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몇몇 선진국은 본격적인 기술 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시스템 또한 이에 걸맞게 바꾸고 있다.

생명공학 화학 물리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을 한 연구실에 모아놓음으로써 새로운 컨버전스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 컨버전스로 산업구분도 파괴

기술 컨버전스는 우리의 일생 생활에도 즉각 영향을 미친다.

기술의 융합은 즉각 산업 간 영역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식이 됐지만 산업 간 영역을 파괴한 대표적인 사례로 휴대폰을 들 수 있다.

휴대폰은 처음 등장할 당시만 해도 전화를 걸고 받는 통신기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휴대폰은 디지털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기능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들과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은 동종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기업들과도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개인용 PC 제조업체에서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로 변신한 미국의 애플이 최근 자사의 MP3플레이어(아이팟)에 휴대폰 기능을 더한 '아이폰'을 선보이자,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바짝 긴장한 것도 기술 컨버전스로 인한 산업 간 영역 파괴의 대표적 사례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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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난해 바이오 특허 1위

국내 기업들도 기술 컨버전스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바이오 분야(의약부문 제외)에서 74건의 특허를 출원해 국내외 유수의 전문 연구기관과 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위인 서울대(55건)와 3위인 국내 최대 생명공학연구기관 한국생명공학연구원(54건)을 압도하는 수치다.

삼성이 출원한 바이오 특허는 순수 BT보다는, IT와 나노기술(NT)을 BT와 연결한 IBT나 NBT 컨버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05년 1월 출원한 ‘초음파를 이용한 바이오 결합 검출장치 및 그 방법’ 특허는 사람의 혈액이나 머리카락,침에 들어 있는 DNA를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칩 관련 기술이다.

IT를 이용해 인체에 대한 정보를 보다 손쉽고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수석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바이오 분야 시장이 커지고 있어 진출에 대비해 개발했다”며 “2010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IT와 의료기술의 컨버전스에도 힘쏟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 의료·레저 분야 특허출원 4위에 올랐다.

2005년 특허로 등록받은 ‘혀 영상을 이용한 건강 모니터링장치’는 환자의 질병에 따라 필요한 혀 부위의 영상을 찍어 건강상태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IT를 통해 의료 행위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도록 한 것.
다른 기업들도 기술 컨버전스 시대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전기화학식 면역 바이오센서’라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회사측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바이오센서를 통해 사람 유전자의 특성을 보다 정밀히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텍(현재 팬택)은 최근 NT와 IT를 결합시켜 개발한 첨단 휴대폰을 선보였다.

이 휴대폰은 은나노로 코팅돼 표면에 서식하는 제곱 인치당 평균 2만5000마리의 세균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IT전문위원은 “각 분야 기술과 결합하지 않는 단독 기술의 발달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업들의 컨버전스 기술 개발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