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직무발명은 누구 소유지? ‥ 종업원 것 vs 회사 것 '모호'
"기술자들이여,일본을 떠나라!"

미국 샌타바버라대 교수이자 전 일본 니치아화학 연구원인 나카무라 슈지가 2005년 한 말이다.

슈지 교수는 니치아화학 재직 시절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일본의 에디슨’으로 통하는 인물. 그런 슈지 교수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사건은 슈지 교수의 ‘직무발명’에 대한 회사측과의 보상문제에서 비롯됐다.


중소기업이었던 니치아화학은 청색 LED 개발로 연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급성장했으나 정작 슈지 교수에겐 2001년 보상금 2만엔(약 16만원)과 과장 승진의 혜택만을 주었다.

이에 분개한 슈지 교수는 회사를 떠나 샌타바버라대로 옮긴 후 회사를 상대로 발명 대가 200억엔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에서 6억엔만을 받는 것으로 화해안이 결정되자 이 같은 독설을 내뱉은 것.

슈지 교수의 소송사건은 일본은 물론 세계에 직무발명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한국에서도 최근 관련 분쟁이 잦아지면서 직무발명이 산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직무발명 정당한 보상 수준 '논란'

[Science] 직무발명은 누구 소유지? ‥ 종업원 것 vs 회사 것 '모호'
직무발명은 종업원이나 공무원,대학 교수 등이 자신의 직무 범위 내에서 한 발명을 말한다.

개인이 직무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행한 자유발명과 구별된다.

직무발명은 자유발명과 달리 그 권리가 누구한테 속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직무발명이 생겨나기까지 종업원과 회사 모두가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종업원은 직접 연구를 한 공로가,회사는 종업원에게 연구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급여와 연구시설을 제공한 공로가 각각 인정된다.

이에 따라 국내법에서는 회사가 종업원으로부터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고 대신 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사가 승계하지 않을 경우 권리는 종업원에게 넘어간다.

정당한 보상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것도 직무발명에 따르는 논란거리다.

법에서는 정당한 보상의 수준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회사에서 합리적 절차를 통해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수립,보상 수준을 결정해 놓았을 경우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회사에서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종업원은 법원에 최종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다.

슈지 교수도 회사에 직무발명 보상제도가 없어 결국 법의 힘을 빌렸다.


◆국내 기업들,보상제도 도입 나서

국내 기업들도 점차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다.

특허청이 지난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의뢰해 국내 기업과 대학,공공연구기관 1529곳을 대상으로 직무발명보상제도 실태를 조사한 결과 23.2%가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20.1%)에 비해 3.13%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직무발명 미실시 기업 가운데 "도입 계획이 있다"고 밝힌 곳도 35.4%로 전년(28.8%)보다 6.3%포인트 증가했다.

SK㈜는 2004년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처음 도입해 기술을 외부에 처분해 발생한 이익의 5%를 포상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디지털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핵심 기술을 개발한 직원에게 횟수에 관계없이 1인당 최고 1억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3년 이상 제품에 적용돼 3년 평균 500만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 혹은 일정 수준의 성능 향상 효과를 가져온 발명"에 대해 최고 5000만원까지 실적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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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직무발명 분쟁사례 : 애니콜 문자입력 방식 '천지인' 거액 보상금 ]

국내에서도 슈지 교수의 소송사건과 같은 직무발명 관련 분쟁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애니콜의 문자 입력 방식인 '천지인'의 특허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266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직원 최모씨에게 2003년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천지인 입력 방식은 모든 모음을 천(ㆍ),지(ㅡ), 인(ㅣ) 세 개의 버튼만으로 입력할 수 있게 한 기술이다.

1994년 천지인 방식을 개발한 최씨는 1998년 회사 측이 특허권을 양도받은 후 이를 적용한 휴대폰 단말기를 생산 판매하면서 자신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었다.

D제약의 전직 연구원인 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2004년 1억76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왕씨는 회사 제품개발연구팀에서 일하면서 '먹는 무좀약' 제조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

D제약사는 이 기술을 2000년 1월 다국적 제약사에 넘기는 대가로 지난 6월까지 92억여원을 지급받았으나 왕씨가 발명자로 등재된 2건의 발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2005년에는 LG전자의 전직 연구원 7명이 발명 특허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회사 측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특허는 DVD플레이어에 쓰이는 기본적인 기술로, 전직 연구원들은 해당 기술을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법원은 이 가운데 2명에게 각각 보상금 3억4200만원과 3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