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가 인류에게 몰고올 재앙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전형적인 재난영화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구의 난방시스템 역할을 하는 해양 대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 전체가 빙하기에 접어든다는 끔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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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온난화는 먼 미래의 일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했을 것이다.

더구나 '투모로우'는 온갖 과장과 상상력을 동원해 흥행을 극대화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닌가.

그러나 이런 위안도 최근 개봉한 영화 '불편한 진실'을 보면 더 이상 지속되긴 힘들 것 같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억울'하게 낙선한 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슬라이드 강연 내용으로 구성된 '불편한 진실'은 온난화로 인해 닥쳐올 지구의 위기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는 수십년 내 생물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지만,한 치 앞을 못보는 정치인들이 이 중차대한 정보를 은폐해 왔다는 게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다.

'불편한 진실'이 '투모로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픽션(fiction)'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란 점이다.

때문에 영화가 주는 충격은 더욱 심대하다.


○대재앙 막을 시간 10년뿐

조금만 눈을 돌리면 지구온난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문제임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가 북극의 빙하는 2040년 9월까지 모두 높아 없어진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지구물리과학연구지(GRL)에 발표했다.

2060년에 북극 빙하가 사라진다는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의 작년 9월 추정에 비해 빙하의 수명이 20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지난 9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북극 빙하가 겨울에도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 해양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북극 빙하의 여름 해빙을 우려한 지는 오래됐지만 겨울 해빙을 관측한 것은 처음이다.

NASA는 지난 25년간 북극 빙하의 겨울 해빙은 10년에 1.5%가량 진행돼 왔지만 지난 2년 동안 해빙률이 무려 10∼15배나 급증했다고 우려했다.

북극 빙하의 겨울 해빙은 해양생태계에는 치명적인 뉴스다.

빙하의 겨울 해빙은 해양 동물들의 먹이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각종 기상이변도 그 원인을 따져보면 지구온난화와 연관이 있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지구 온난화의 대재앙을 막을 시간은 향후 10년 정도뿐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 주범

지구온난화란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메탄 오존 아산화질소 수증기 등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다.

즉 대기 중에 배출된 탄산가스가 두터운 막을 형성해,지표에 와 닿았거나 다시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태양의 복사열을 막고 있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50%에 이르며 프레온(20%),메탄(16%),오존(8%),아산화질소(6%) 등의 순이다.

이런 온실가스는 주로 석유가 타면서 나오기 때문에 석유 사용을 줄이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또 온실가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에너지를 많이 쓰는 현재의 생활 습관이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에서 오는데,자연적으로는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와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가 같아서 지구는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돼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의 태양에너지가 축적돼 땅속에 묻힌 석유를 꺼내서 쓰면서,원자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 지구에 열이 서서히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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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 감축' 교토의정서 이행해야 ]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거나,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 등과 같은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각종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태양전지, 수소에너지, 풍력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대체에너지들은 아직 상용화 되기에는 기술적 측면에서나 경제성 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지구상 모든 국가가 동참해야만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이런 문제에는 항상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생기게 마련이다.

때문에 유엔(UN)은 지난 1992년에 ‘2000년까지 선진국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한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같은 협약은 기업들에게는 당장의 제약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각국은 실천을 망설였다.

이에 따라 협약 당사국들은 지난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 모여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담은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선진국들은 2008~2012년 동안 이산화탄소, 프레온가스, 메탄 등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여섯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5.2% 줄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6.1%를 차지하는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의정서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첫 걸음은 기왕에 체결된 교토의정서부터 조속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