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과 생리·의학상은 모두 RNA(리보핵산)를 연구한 미국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RNA 간섭현상을 발견한 앤드루 파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와 크레이그 멜로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가 공동 선정됐다.
노벨 화학상은 RNA의 합성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밝힌 로저 콘버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에게 건네졌다.
RNA가 노벨상의 '금맥'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 선정은 그동안 디옥시리보핵산(DNA)에 가려 과소평가돼온 RNA의 중요성이 부각된 결과로 평가된다.
RNA는 DNA와는 달리 자체 유전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그동안 과학자들의 관심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RNA는 최근 DNA를 대신해 생명현상의 근원을 설명해줄 유전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게놈지도 완성으로 RNA 중요성 부각
지금까지 사람들은 '유전'하면 DNA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DNA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해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DNA에 따라 결정된 단백질은 생명체의 구조뿐 아니라 모든 생명 현상을 매개하는 효소로 이용된다.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란 두 젊은 과학자가 1953년 DNA의 구조를 밝혀낸 것도 생명과학계가 DNA에 주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DNA만 분석하면 모든 생명 현상의 수수께기가 풀릴 것으로 수많은 과학자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2001년 인간게놈지도 초안이 발표됐을 때 과학자들은 당황했다.
약 10만개인 것으로 추정되던 인간의 유전자 수가 게놈지도를 완성해놓고 보니 겨우 3만개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최고의 고등생물이 선충(1만8000개)이나 과실파리(1만3000개)의 두 배 정도 수준의 유전자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전체 게놈 가운데 DNA의 비율은 3% 미만.과학계는 DNA만으로는 인간의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데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RNA에 숨겨진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RNA 이용해 유전질환 치료 연구도 진행
RNA는 DNA처럼 핵산을 뼈대로 4개의 염기를 갖고 있는 유전물질이다.
기존에 RNA는 DNA의 '보조자' 정도로만 여겨졌다.
과학자들은 RNA가 DNA의 지시에 따라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아미노산을 운반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크기가 작은 RNA들이 특정 유전자를 작동 또는 중지시키며 DNA 가운데 일부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번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파이어 교수와 멜로 교수는 'RNA 간섭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RNA 간섭은 RNA 분자가 이중나선으로 쌍을 이룰 때 유전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메신저 RNA(mRNA)'를 분해해 특정 유전자를 억제하는 현상.1998년 두 교수의 연구팀은 우연히 RNA를 서로 결합시켜 두 가닥의 RNA를 만들어 기생충의 일종인 꼬마선충의 세포 안에 주입했다.
그러자 꼬마선충이 온몸을 비트는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근육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두 가닥의 RNA에 의해 간섭을 받아 단백질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RNA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RNA를 선택해 주입하면 인위적으로 유전정보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01년에는 RNA 간섭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있는 'siRNA'가 개발돼 신약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siRNA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몸 속에 주입하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해 각종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저 콘버그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RNA의 기능을 보다 깊이 연구해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DNA에서 RNA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을 규명했다.
이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부르는데,로저 교수는 전사 과정에 있는 DNA,RNA,효소의 집합체를 얼려서 분리한 후 X선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전사와 관련된 집합체의 구조를 원자 단위까지 볼 수 있도록 해 향후 유전자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받았다.
○마이크로 RNA가 유전자 기능 총괄하는 존재일지도
최근에는 RNA 가운데 '마이크로 RNA'가 '유전자 연구의 신비를 풀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 RNA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크기가 매우 작은 RNA.보통의 mRNA가 수천개의 뉴클레오타이드(nt)로 이뤄진 데 비해 마이크로RNA는 20∼25개의 nt로 구성돼 있다.
마이크로RNA가 생명체 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밝혀진 것은 1993년.미국의 앰브로스 박사팀은 선충의 발생 시기를 조절하는 일련의 유전자를 찾아냈는데,이 중에는 놀랍게도 단백질을 생성하지 않은 작은 RNA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 RNA들이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마이크로RNA'로 이름지었다.
마이크로RNA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대신 RNA와 결합해 단백질 생산(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
수동적 매개체가 아닌 능동적 생명조절인자인 셈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총괄·감독하는 '결정적인' 인자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가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노벨 생리·의학상은 RNA 간섭현상을 발견한 앤드루 파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와 크레이그 멜로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가 공동 선정됐다.
노벨 화학상은 RNA의 합성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밝힌 로저 콘버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에게 건네졌다.
RNA가 노벨상의 '금맥'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 선정은 그동안 디옥시리보핵산(DNA)에 가려 과소평가돼온 RNA의 중요성이 부각된 결과로 평가된다.
RNA는 DNA와는 달리 자체 유전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그동안 과학자들의 관심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RNA는 최근 DNA를 대신해 생명현상의 근원을 설명해줄 유전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게놈지도 완성으로 RNA 중요성 부각
지금까지 사람들은 '유전'하면 DNA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DNA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해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DNA에 따라 결정된 단백질은 생명체의 구조뿐 아니라 모든 생명 현상을 매개하는 효소로 이용된다.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란 두 젊은 과학자가 1953년 DNA의 구조를 밝혀낸 것도 생명과학계가 DNA에 주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DNA만 분석하면 모든 생명 현상의 수수께기가 풀릴 것으로 수많은 과학자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2001년 인간게놈지도 초안이 발표됐을 때 과학자들은 당황했다.
약 10만개인 것으로 추정되던 인간의 유전자 수가 게놈지도를 완성해놓고 보니 겨우 3만개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최고의 고등생물이 선충(1만8000개)이나 과실파리(1만3000개)의 두 배 정도 수준의 유전자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전체 게놈 가운데 DNA의 비율은 3% 미만.과학계는 DNA만으로는 인간의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데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RNA에 숨겨진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RNA 이용해 유전질환 치료 연구도 진행
RNA는 DNA처럼 핵산을 뼈대로 4개의 염기를 갖고 있는 유전물질이다.
기존에 RNA는 DNA의 '보조자' 정도로만 여겨졌다.
과학자들은 RNA가 DNA의 지시에 따라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아미노산을 운반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크기가 작은 RNA들이 특정 유전자를 작동 또는 중지시키며 DNA 가운데 일부를 제거할 수도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번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파이어 교수와 멜로 교수는 'RNA 간섭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RNA 간섭은 RNA 분자가 이중나선으로 쌍을 이룰 때 유전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메신저 RNA(mRNA)'를 분해해 특정 유전자를 억제하는 현상.1998년 두 교수의 연구팀은 우연히 RNA를 서로 결합시켜 두 가닥의 RNA를 만들어 기생충의 일종인 꼬마선충의 세포 안에 주입했다.
그러자 꼬마선충이 온몸을 비트는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근육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두 가닥의 RNA에 의해 간섭을 받아 단백질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RNA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RNA를 선택해 주입하면 인위적으로 유전정보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01년에는 RNA 간섭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있는 'siRNA'가 개발돼 신약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siRNA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몸 속에 주입하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억제해 각종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로저 콘버그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RNA의 기능을 보다 깊이 연구해 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DNA에서 RNA로 유전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을 규명했다.
이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부르는데,로저 교수는 전사 과정에 있는 DNA,RNA,효소의 집합체를 얼려서 분리한 후 X선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전사와 관련된 집합체의 구조를 원자 단위까지 볼 수 있도록 해 향후 유전자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받았다.
○마이크로 RNA가 유전자 기능 총괄하는 존재일지도
최근에는 RNA 가운데 '마이크로 RNA'가 '유전자 연구의 신비를 풀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 RNA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크기가 매우 작은 RNA.보통의 mRNA가 수천개의 뉴클레오타이드(nt)로 이뤄진 데 비해 마이크로RNA는 20∼25개의 nt로 구성돼 있다.
마이크로RNA가 생명체 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밝혀진 것은 1993년.미국의 앰브로스 박사팀은 선충의 발생 시기를 조절하는 일련의 유전자를 찾아냈는데,이 중에는 놀랍게도 단백질을 생성하지 않은 작은 RNA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 RNA들이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마이크로RNA'로 이름지었다.
마이크로RNA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대신 RNA와 결합해 단백질 생산(유전자 발현)을 억제한다.
수동적 매개체가 아닌 능동적 생명조절인자인 셈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총괄·감독하는 '결정적인' 인자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가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