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상상력은 늘 현실을 앞서간다.
과학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국내에서 개봉한 '백 투 더 퓨처'란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유년 시절에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타임머신을 소재로 채택,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로까지 올려놓는 데 적잖은 공헌을 한 영화 '터미네이터'는 미래 사회에 등장할 인조인간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타임머신이나 인조인간 등은 아직 우리에게는 먼 미래의 얘기다.
이런 영화들을 '공상과학영화'로 분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공상'이 간혹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인들의 상상력과 과학자들의 노력이 결합해 이뤄진 결실이다.
영화 '해리 포터'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가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투명망토'가 대표적인 경우다.
투명망토란 망토는 물론 그 속에 있는 사람이나 물체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능을 가진 것이다.
○'메타물질'이 투명망토 원리의 핵심
영국 임페리얼대학의 존 펜드리 교수는 지난 5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론적으로는 해리 포터가 사용하는 투명망토를 제작할 수 있지만 엔지니어링 기술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펜드리 교수가 밝힌 투명망토의 과학적 원리는 이렇다.
사람의 눈이나 레이더는 특정 물체가 마이크로파나 가시광선 등을 대부분 반사시키는 성질을 이용해 그 물체를 인식한다.
따라서 어떤 물체가 마이크로파나 가시광선을 반사시키는 것을 차단하거나 왜곡시키면 그 물체가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드리 교수는 마이크로파나 가시광선 등을 어떤 방향에서도 굴절시킬 수 있는 '메타물질(metamaterial)'을 찾아내 이를 사용하면 투명망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물질이란 물질이 자연상태에서는 갖지 못하는 전자기학적인 특성을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 갖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1960년대 말 러시아 과학자가 가상적인 물질에 대한 논문을 쓴 이래 영국 과학자들이 2000년 음(-)의 굴절률을 갖는 물질을 만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펜드리 교수는 음의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은 빛이 보통 물질에서 휘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휘도록 하기 때문에 메타물질 안에 구멍이 있다 해도 빛이 이 안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문제는 이 같은 성질을 가진 메타물질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는 것. 당시 펜드리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초기 단계의 투명망토는 조만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펜드리 교수의 논문에 대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나데르 잉그헤타 교수는 "이는 높은 수준의 수학과 물리학 분야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연구가 가능한 것으로 아이디어도 멋지고 재미있는 과학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초기 투명망토 현실화
펜드리 교수의 장담은 곧 현실이 됐다.
미국 듀크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구리원자와 유리섬유로 된 '메타물질'이 마이크로파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듀크대학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이것은 해리 포터의 투명망토처럼 사람 눈이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로파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레이더 탐지는 피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진 않지만 개발이 진전되면 전투기나 탱크를 은닉하거나,휴대전화 주파수 및 자기장 등으로부터 특정 물질을 감추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눈을 피해갈 수 있는 투명망토는 언제쯤 가능할까.
스미스 교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광선인 가시광선을 반사하지 않고 통과하게 만드는 물질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asis93@hankyung.com
[ 러.일 과학자도 불완전한 투명망토 개발 ]
과거에도 투명망토를 개발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원리는 조금 다르다.
일본 도쿄대학에서 컴퓨터 및 물리학을 강의하는 다치 스스무 교수는 2004년 시각 위장 기술을 이용한 투명망토를 개발,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첨단기술 전시회인 '넥스트페스트'에 출품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투명망토는 빛을 반사하는 초소형 구슬로 코팅된 '역반사 물질'과 착용자의 뒤쪽 모습을 앞면으로 비춰주는 카메라로 이뤄져 있다.
사진 스크린처럼 작용하는 역반사물질 소재의 옷에 카메라가 잡은 영상이 투사됨으로써 착용자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투명망토가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망토 안에 설치 가능한 전원으로 움직이는 초고속 컴퓨터와 6대의 입체카메라,1160만화소의 투영판 등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시각 위장의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올해 2월에는 러시아 율리아노브스크 주립대학의 올레그 가돔스키 교수가 금의 나노 입자를 이용한 투명망토를 발명했다.
금 나노 입자를 하나의 얇은 층으로 만들어 펼치면 금 뒤편의 물체는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게 이 투명망토의 과학적 원리다.
가돔스키 교수는 그러나 투명망토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 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과학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국내에서 개봉한 '백 투 더 퓨처'란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유년 시절에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타임머신을 소재로 채택,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로까지 올려놓는 데 적잖은 공헌을 한 영화 '터미네이터'는 미래 사회에 등장할 인조인간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타임머신이나 인조인간 등은 아직 우리에게는 먼 미래의 얘기다.
이런 영화들을 '공상과학영화'로 분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공상'이 간혹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영화인들의 상상력과 과학자들의 노력이 결합해 이뤄진 결실이다.
영화 '해리 포터'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가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투명망토'가 대표적인 경우다.
투명망토란 망토는 물론 그 속에 있는 사람이나 물체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능을 가진 것이다.
○'메타물질'이 투명망토 원리의 핵심
영국 임페리얼대학의 존 펜드리 교수는 지난 5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론적으로는 해리 포터가 사용하는 투명망토를 제작할 수 있지만 엔지니어링 기술이 아직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펜드리 교수가 밝힌 투명망토의 과학적 원리는 이렇다.
사람의 눈이나 레이더는 특정 물체가 마이크로파나 가시광선 등을 대부분 반사시키는 성질을 이용해 그 물체를 인식한다.
따라서 어떤 물체가 마이크로파나 가시광선을 반사시키는 것을 차단하거나 왜곡시키면 그 물체가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펜드리 교수는 마이크로파나 가시광선 등을 어떤 방향에서도 굴절시킬 수 있는 '메타물질(metamaterial)'을 찾아내 이를 사용하면 투명망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물질이란 물질이 자연상태에서는 갖지 못하는 전자기학적인 특성을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 갖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1960년대 말 러시아 과학자가 가상적인 물질에 대한 논문을 쓴 이래 영국 과학자들이 2000년 음(-)의 굴절률을 갖는 물질을 만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펜드리 교수는 음의 굴절률을 갖는 메타물질은 빛이 보통 물질에서 휘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휘도록 하기 때문에 메타물질 안에 구멍이 있다 해도 빛이 이 안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문제는 이 같은 성질을 가진 메타물질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는 것. 당시 펜드리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초기 단계의 투명망토는 조만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펜드리 교수의 논문에 대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나데르 잉그헤타 교수는 "이는 높은 수준의 수학과 물리학 분야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연구가 가능한 것으로 아이디어도 멋지고 재미있는 과학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초기 투명망토 현실화
펜드리 교수의 장담은 곧 현실이 됐다.
미국 듀크대학의 연구진은 최근 구리원자와 유리섬유로 된 '메타물질'이 마이크로파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듀크대학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이것은 해리 포터의 투명망토처럼 사람 눈이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크로파를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레이더 탐지는 피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진 않지만 개발이 진전되면 전투기나 탱크를 은닉하거나,휴대전화 주파수 및 자기장 등으로부터 특정 물질을 감추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눈을 피해갈 수 있는 투명망토는 언제쯤 가능할까.
스미스 교수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광선인 가시광선을 반사하지 않고 통과하게 만드는 물질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asis93@hankyung.com
[ 러.일 과학자도 불완전한 투명망토 개발 ]
과거에도 투명망토를 개발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원리는 조금 다르다.
일본 도쿄대학에서 컴퓨터 및 물리학을 강의하는 다치 스스무 교수는 2004년 시각 위장 기술을 이용한 투명망토를 개발,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첨단기술 전시회인 '넥스트페스트'에 출품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투명망토는 빛을 반사하는 초소형 구슬로 코팅된 '역반사 물질'과 착용자의 뒤쪽 모습을 앞면으로 비춰주는 카메라로 이뤄져 있다.
사진 스크린처럼 작용하는 역반사물질 소재의 옷에 카메라가 잡은 영상이 투사됨으로써 착용자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투명망토가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망토 안에 설치 가능한 전원으로 움직이는 초고속 컴퓨터와 6대의 입체카메라,1160만화소의 투영판 등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시각 위장의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올해 2월에는 러시아 율리아노브스크 주립대학의 올레그 가돔스키 교수가 금의 나노 입자를 이용한 투명망토를 발명했다.
금 나노 입자를 하나의 얇은 층으로 만들어 펼치면 금 뒤편의 물체는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게 이 투명망토의 과학적 원리다.
가돔스키 교수는 그러나 투명망토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 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