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강행한 핵실험 때문에 온 지구촌이 떠들썩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실험 실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중대사태"라고 규정했고,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세계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며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엔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골자로 하는 대북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핵(원자력)이라는 것은 흡사 '만악의 근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자력만큼 그 활용 방식에 따라 존재 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드물다. 단적으로 원자력 발전은 석유나 천연가스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예컨대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면 전체 발전원가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다. 그러나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은 이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우라늄 가격이 오르더라도 발전원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제대로 활용하면 인류 문명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되지만,잘못 이용하면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진 게 바로 원자력이다. 그렇다면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은 어떻게 다를까.

핵분열의 원리 이용은 공통점

우선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의 공통점부터 알아보자.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된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된다.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원자핵이 쪼개지는데 이를 핵분열이라고 한다.

원자핵이 분열하면 많은 에너지와 함께 2~3개의 중성자가 나온다. 이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과 부딪치면 또 다시 핵분열이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핵분열이 이뤄지는 것을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하며,이 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에너지가 바로 원자력이다. 우라늄 1g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석탄 3t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와 맞먹는 양이다.

이처럼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기초로 한다. '에너지 질량 등가법칙'으로 핵분열 전후에 발생한 원자핵의 무게 차이 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원리다.

사용 우라늄 성분 서로 달라

원자력 발전과 원자폭탄이 이처럼 핵분열이라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면 '원자력 발전소도 원자폭탄처럼 폭발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폭탄과 같은 강한 폭발력을 발휘할 수 없다.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 사이에는 구조적인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천연우라늄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가 0.7%,핵분열을 하지 않는 우라늄-238이 99.3%로 이뤄져 있다.

원자폭탄은 한꺼번에 대량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우라늄-235를 100% 가까이 농축해 사용할 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 화약을 장전해 폭발하기 쉽게 만든 장치다. 성냥갑 속에 꽉 들어찬 성냥에 불을 붙여 그 안에 있는 성냥개비가 한꺼번에 타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면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를 조금씩 오랜기간에 걸쳐 얻기 때문에 천연 우라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우라늄-235를 2~5% 정도로 저농축해 사용한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분열이 이뤄지는 원자로는 보통 25cm의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연료와 핵분열 연쇄반응을 도와주는 감속재,열을 전달하는 냉각재,연쇄반응 속도를 제어하는 제어봉 등이 들어 있다. 따라서 원자로는 핵분열의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하고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안전하게 뽑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1986년 옛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사태가 국내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원전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한다. 체르노빌 원자로와 달리 우리나라 원자로는 다중방호설비가 갖춰져 있는 데다 원자로 긴급정지 장치 등이 자동시스템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한국원자력문화재단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