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었을 때 원래 기대했던 효과 외에 나타나는 다른 작용을 가리켜 부작용(Side effect)이라고 한다.
부작용은 흔히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다.
실제 일부 의약품은 제품이 나온 후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판매가 중지되기도 한다.
2004년에는 감기약에 들어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이란 성분이 뇌졸중을 일으킬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돼 이 성분이 함유된 167개 제품이 모두 폐기조치되기도 했다.
코감기약의 대명사로 불렸던 '콘택600'도 이 과정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부작용이 항상 나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또다른 치료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의약품 가운데는 출시 후 다른 치료 효과를 내는 부작용이 발견돼 새로운 치료제로 선보인 제품들이 많다.
신비한 의약품 부작용의 세계로 떠나보자.
○아스피린,혈액응고 억제 부작용으로 심혈관질환도 치료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원 전 4세기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해 해열·진통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그 껍질에 아스피린 성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을 먹은 환자들에게는 상처가 나면 지혈이 잘 안 되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아스피린이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혈액의 응고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혈액의 응고가 억제되면 상처 치료에는 방해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데도 인체 내에서 생성돼 혈관을 막는 혈소판 덩어리인 혈전(피떡)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부작용 덕분에 아스피린은 현재 관상동맥 질환 등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심혈관질환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의 판매액이 해열·진통제로 사용되는 아스피린 판매액의 무려 10배에 달한다.
○고혈압 치료제가 탈모 치료제로
지금은 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미녹시딜이란 성분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능이 있어 미국에서 본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미녹시딜을 복용한 고혈압 환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났다.
복용 전보다 머리카락이 훨씬 왕성하게 자란 것.연구자들은 곧바로 미녹시딜에 대한 추가 연구에 나섰다.
그 결과 미녹시딜이 말초 혈관에 작용해 피부의 혈류를 늘리고 모낭 상피세포의 DNA 합성을 증가시켜 머리카락이 잘 자라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미녹시딜은 1988년 세계 최초의 바르는 탈모치료제로 탄생했다.
여성 우울증 치료제로 유명한 푸로작이란 제품은 식욕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
뇌 속 신경세포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에서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양을 조절하면서 부수적으로 포만감을 내는 것.이 때문에 먹는 행위에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해 배가 부른 데도 식사를 멈추지 못하는 폭식증 환자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골다공증 치료제인 에비스타는 출시 후 유방암 발병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밝혀져 멕시코 러시아 등 국가에서 유방암 예방약으로 쓰이고 있다.
○제약사들 부작용 이용한 신약 개발
의약품이 일으키는 부작용이 새로운 치료 효과를 내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세계 각국의 제약사들은 기존 의약품의 부작용을 이용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출시된 의약품들은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또다른 효과만 확인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는 발기부전약 시알리스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시알리스는 음경의 동맥을 확장시켜 남성의 발기를 유도하는데 최근 연구에서 폐동맥도 넓힌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동아제약도 발기부전약 자이데나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선보일 계획이다.
독일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미라펙스가 잠잘 때 종아리 부분에서 불쾌한 감각이 느껴지는 하지불안증후군(RLS) 치료에도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미라펙스를 RLS 치료제로 판매할 예정이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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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부작용' 없는 약 골라 먹어야 ]
의약품이 부작용을 통해 다른 치료 효과를 내더라도 대부분 환자들은 그 효과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몸에 혈전이 생길 염려가 거의 없는 청소년들이 두통을 없애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다면 아스피린의 항혈전 작용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아스피린을 먹었을 경우 상처가 나면 지혈이 잘 안 될 수 있다.
따라서 약을 먹을 때는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치료 효과가 있는 부작용 때문에 같은 성분이 2개의 다른 의약품으로 나온 경우에도 해당 질환에 맞는 약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머리가 아플 때는 해열·진통제용 아스피린을,혈관에 혈전이 생길 때는 심혈관질환 예방용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
비록 성분은 같지만 전자는 용량이 500mm이고,후자는 5분의 1인 100mm이기 때문이다.
또 의약품에 따라서는 복용횟수나 인체 흡수율도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성분이 같다고 해서 아무 약이나 먹었다가는 말 그대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들이 다른 용도의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대부분 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해당 약품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다.
국내에서는 발기부전약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한 '레바티오'가 판매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흔히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다.
실제 일부 의약품은 제품이 나온 후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돼 판매가 중지되기도 한다.
2004년에는 감기약에 들어 있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이란 성분이 뇌졸중을 일으킬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돼 이 성분이 함유된 167개 제품이 모두 폐기조치되기도 했다.
코감기약의 대명사로 불렸던 '콘택600'도 이 과정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부작용이 항상 나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또다른 치료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의약품 가운데는 출시 후 다른 치료 효과를 내는 부작용이 발견돼 새로운 치료제로 선보인 제품들이 많다.
신비한 의약품 부작용의 세계로 떠나보자.
○아스피린,혈액응고 억제 부작용으로 심혈관질환도 치료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원 전 4세기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껍질을 이용해 해열·진통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그 껍질에 아스피린 성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을 먹은 환자들에게는 상처가 나면 지혈이 잘 안 되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아스피린이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 혈액의 응고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혈액의 응고가 억제되면 상처 치료에는 방해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데도 인체 내에서 생성돼 혈관을 막는 혈소판 덩어리인 혈전(피떡)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부작용 덕분에 아스피린은 현재 관상동맥 질환 등 심혈관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심혈관질환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의 판매액이 해열·진통제로 사용되는 아스피린 판매액의 무려 10배에 달한다.
○고혈압 치료제가 탈모 치료제로
지금은 탈모 치료에 사용되는 미녹시딜이란 성분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능이 있어 미국에서 본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미녹시딜을 복용한 고혈압 환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났다.
복용 전보다 머리카락이 훨씬 왕성하게 자란 것.연구자들은 곧바로 미녹시딜에 대한 추가 연구에 나섰다.
그 결과 미녹시딜이 말초 혈관에 작용해 피부의 혈류를 늘리고 모낭 상피세포의 DNA 합성을 증가시켜 머리카락이 잘 자라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미녹시딜은 1988년 세계 최초의 바르는 탈모치료제로 탄생했다.
여성 우울증 치료제로 유명한 푸로작이란 제품은 식욕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
뇌 속 신경세포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에서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양을 조절하면서 부수적으로 포만감을 내는 것.이 때문에 먹는 행위에 대한 조절능력을 상실해 배가 부른 데도 식사를 멈추지 못하는 폭식증 환자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골다공증 치료제인 에비스타는 출시 후 유방암 발병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밝혀져 멕시코 러시아 등 국가에서 유방암 예방약으로 쓰이고 있다.
○제약사들 부작용 이용한 신약 개발
의약품이 일으키는 부작용이 새로운 치료 효과를 내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세계 각국의 제약사들은 기존 의약품의 부작용을 이용해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출시된 의약품들은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또다른 효과만 확인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릴리는 발기부전약 시알리스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시알리스는 음경의 동맥을 확장시켜 남성의 발기를 유도하는데 최근 연구에서 폐동맥도 넓힌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동아제약도 발기부전약 자이데나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선보일 계획이다.
독일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파킨슨병 치료제인 미라펙스가 잠잘 때 종아리 부분에서 불쾌한 감각이 느껴지는 하지불안증후군(RLS) 치료에도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미라펙스를 RLS 치료제로 판매할 예정이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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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부작용' 없는 약 골라 먹어야 ]
의약품이 부작용을 통해 다른 치료 효과를 내더라도 대부분 환자들은 그 효과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몸에 혈전이 생길 염려가 거의 없는 청소년들이 두통을 없애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다면 아스피린의 항혈전 작용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아스피린을 먹었을 경우 상처가 나면 지혈이 잘 안 될 수 있다.
따라서 약을 먹을 때는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치료 효과가 있는 부작용 때문에 같은 성분이 2개의 다른 의약품으로 나온 경우에도 해당 질환에 맞는 약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머리가 아플 때는 해열·진통제용 아스피린을,혈관에 혈전이 생길 때는 심혈관질환 예방용 아스피린을 먹어야 한다.
비록 성분은 같지만 전자는 용량이 500mm이고,후자는 5분의 1인 100mm이기 때문이다.
또 의약품에 따라서는 복용횟수나 인체 흡수율도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성분이 같다고 해서 아무 약이나 먹었다가는 말 그대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들이 다른 용도의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대부분 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해당 약품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다.
국내에서는 발기부전약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한 '레바티오'가 판매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