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은 음력으로 윤(閏) 7월1일에 해당한다.

음력으로 7월 한 달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음력과 양력의 차이는 무엇인지,윤달은 왜 필요한지,우리 생활에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역법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역법이란 무엇인가

1년에 열두 달이 있고 365일이 있다는 것은 초등학교 1학년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어떻게 1년이 365일로 구성되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할 사람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1년간 주기를 구분하고 달력을 만드는 역법(曆法)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개념도 달랐고 발달 정도도 달랐다. 현재 쓰고 있는 역법은 어떠한 천체를 이용해 1년의 길이와 한 달의 길이를 정하느냐에 따라 태양력과 태음력,그리고 태음태양력으로 구분된다.

태양력은 말 그대로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삼아 계산하는 역법이다. 태양력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명력의 기원이 태양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던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시리우스 별자리가 오벨리스크(이집트 사람들이 태양신전에 세운 기념비)의 끝에 걸리는 때를 기준 삼아 날 수를 세어 1년 뒤 시리우스가 그 자리에 보일 때를 조사한 결과 1년이 365.2425일임을 알아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태양력은 로마의 카이사르(율리우스력)가 보완했으며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0년 전인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현재 우리가 쓰는 태양력을 확정했다.

그래서 태양력을 그레고리력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는 1896년 1월1일 고종 황제가 칙령을 내려 태양력을 도입했다.

태양력과 대비되는 게 달의 공전운동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진 태음력이다. 태음력은 생명력의 어머니인 달을 숭상하는 곳에서 발달해왔다. 달의 인력과 힘이 지구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이 근간이다.

태음력은 달의 삭망(朔望) 주기인 29.5306일을 한 달의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한 달의 길이는 29일이나 30일이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1년은 354.36일 밖에 안 되므로 태양을 기준으로 한 1년인 365일과는 11일간 차이가 난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 태음력의 결점을 보완하는 역법이 발달했다. 이때 등장한 게 태양의 운행을 기준으로 정한 24절기다. 태양이 운행하는 궤도에 15도마다 하나씩 24개의 점을 찍어 여기에 입춘 우수 경칩 춘분 등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태음력에 태양력을 결합한 태음태양력이다.

신라나 고려 조선시대에는 이 같은 중국의 태음태양력을 배워와 사용했다.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유명한 칠정산내외편(七政山內外篇)도 이 태음태양력을 근간으로 했다.

윤달은 왜 생기나

예부터 윤달은 '썩은 달' 혹은 거저 얻는 달이라 해 '공달'로 불려왔다.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불경스러운 행동을 하더라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때문에 윤달에는 이장을 하거나 수의를 만드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태음력과 태양력의 11일간 차이가 3년이 쌓이면 33일로 한 달간 차이가 난다. 태음태양력에서는 이 차이를 없애주고 날짜와 계절을 맞춰주기 위해 대체로 2∼3년에 한 번씩 윤달을 삽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년에 열세 달이 돼 태양력과 맞춰진다. 이 같은 윤달을 정확하게 계산하면 19년에 7번 들어가게 된다.

태양력으로 365.2422×19년=6939.6018일이 되고,태음태양력의 경우 19년에 윤달 7번을 넣으면 235개월이 된다. 따라서 29.5306×235월=6939.691일이 되므로 두 방법에 의한 값은 소수 첫째 자리까지 잘 맞게 된다.

윤달을 몇 월 사이에 넣느냐 하는 것은 좀 더 복잡한 계산이 뒤따르므로 여기서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윤 5월이 가장 많고 이어 4,6월이 그 다음이라는 사실이 통계에 의해 뒷받침된다.

우리나라처럼 양력과 음력(태양태음력)을 같이 쓰는 나라는 지구상에 통틀어 몇 나라 안 된다. 단순히 음력을 고리타분하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정확하게 살펴 우리 조상들의 현명한 지혜를 되새기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ohchoon@hankyung.com


■ 올해 입춘 두번 쌍춘년

올해는 60간지로 따지면 병술(丙戌)년 개띠해다. 올해는 특히 절기상 입춘(立春·양력 2월4일)이 음력으로 한 해에 두 번이나 포함돼 쌍춘년(雙春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즉 올해 음력 1월7일이 양력 2월4일에 해당돼 입춘이며,음력 12월17일도 양력으로 2007년 2월4일이어서 입춘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쌍춘년은 만물이 소생하는 입춘이 두 번이나 끼여 있으므로 결혼 등에 좋은 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쌍춘년이 200년 만에 한 번 있는 드문 해라고까지 얘기한다. 예식장이나 혼수용품 업계에서도 쌍춘년 관련 각종 상품을 내놓아 특수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역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빚어지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쌍춘년은 윤달이 들어오는 해에는 대부분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과 2001,2004년 모두 쌍춘년이었으며 3년뒤인 2009년도 쌍춘년이다. 왜냐하면 보통 음력으로 한 해는 354일 정도이며 윤달이 끼이면 음력으로 1년이 30일 늘어 383일이나 384일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음력 7월에 윤달이 끼여 한 해가 385일이 되는 해다. 음력의 날수가 매번 일정치 않은 것은 달의 합삭(合朔) 주기에 따라 한 달이 29일 또는 30일이 되기 때문이다. 한 해가 385일인 것은 매우 드물어 평균 20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쌍춘년 해프닝은 385일 윤달이 드물게 돌아온다는 내용이 쌍춘년이 20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는 뜻으로 와전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