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4개사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업체의 노동조합이 생산 라인을 세우는 파업투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자동차 업계의 파업은 노사 갈등을 초래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까지 20년 가운데 1994년 단 한차례만 예외였을 뿐 19년째 파업을 벌이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왜 매년 파업을 벌이는지,파업에 대한 회사측은 입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현대차 노조 왜 매년 파업하나
현대차 노조가 또 파업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복지 향상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파업은 노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압박수단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되면 회사측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국내 노동운동의 최대 세력이라는 현대차 노조의 특성도 잦은 파업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단일 기업 중 조합원 수(4만2000여명)가 가장 많고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높기 때문에 파업의 파장과 반향도 크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산업계가 대리전을 치르는 곳으로 여겨질 정도다.
노조 내부의 다양한 조직들이 헤게모니 경쟁(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도 '무조건 파업'을 부추긴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현대차 노조 역시 다른 노조와 같이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을 파업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월 임금 12만5524원 인상(기본급 대비 9.1%) △시간급제에서 월급제로 임금체계 전환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제 즉각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 현 시급제에서는 생산직 근로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과도한 노동에 나서게 되고 이 때문에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업계에선 "현대차 생산 현장에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 있었던 대규모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인해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 '우선 나눠 갖고 보자'는 식의 정서가 퍼져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회사가 공장 라인을 신축하면서 자신들의 주차장이 멀어진다는 불만까지 파업의 사유로 등장해 있다.
○임금 인상 VS 생산성 향상
반면 회사측은 생산성 향상과 임금 인상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라가면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투자재원이 고갈돼 결국엔 임금과 고용을 줄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대차 근로자의 생산성은 임금 인상폭에 비해 낮은 상태다.
2001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현대차의 임금(수당포함)은 총 42.39%(연 평균 8.4%) 올랐다.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3.3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에 비해 최근 5년간 현대차의 생산대수(국내공장 기준)는 평균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고임금-저생산'의 구조로 점점 더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내수침체 등 어려워진 경영상황을 감안해 임금 인상폭을 낮춰달라고 노조측에 제안한 상태다.
○해외에서는…GM과 도요타의 엇갈린 선택
노사문제는 해외 자동차업계에서도 항상 초미의 관심사다.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와 일본의 도요타가 극명한 대비를 이뤄 비교대상에 자주 오른다.
GM 노조는 강경투쟁으로 퇴직 후까지 생활비와 의료비를 보장받는 파격적인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과도한 복지비용은 생산원가로 전가돼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다 보니 결국 실적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GM은 최근 북미 공장 12개를 폐쇄하고 북미 근로자의 31%인 3만5000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이 회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GM은 시장점유율이 급락한 결과 지난해 105억6000만달러(10조246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도요타 노조는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55년간 무파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임금을 올렸지만 작년까지 4년 연속 임금을 동결했다.
도요타는 작년 한햇동안에만 109억달러(약 10조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도요타의 무분규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요타 근로자 1인당 생산대수는 58.4대,매출액은 132만달러다.
현대차의 31.5대 및 45만달러보다 훨씬 높다.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도요타는 19.5시간(2004년 기준)이면 충분하지만 GM은 23.1시간,현대차는 33.1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도요타가 계획대로 2010년 세계 시장에서 1030만대를 판매,GM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업계 1위에 등극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는 1950년 50일간의 파업으로 인한 구조조정 사태를 계기로 파업이 노사 모두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얻은 뒤 56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GM 노조도 최근에는 강경노선에서 벗어나 합리주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leekh@hankyung.com
이들 업체의 노동조합이 생산 라인을 세우는 파업투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자동차 업계의 파업은 노사 갈등을 초래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올해까지 20년 가운데 1994년 단 한차례만 예외였을 뿐 19년째 파업을 벌이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왜 매년 파업을 벌이는지,파업에 대한 회사측은 입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현대차 노조 왜 매년 파업하나
현대차 노조가 또 파업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복지 향상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파업은 노조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압박수단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되면 회사측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국내 노동운동의 최대 세력이라는 현대차 노조의 특성도 잦은 파업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단일 기업 중 조합원 수(4만2000여명)가 가장 많고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높기 때문에 파업의 파장과 반향도 크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산업계가 대리전을 치르는 곳으로 여겨질 정도다.
노조 내부의 다양한 조직들이 헤게모니 경쟁(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도 '무조건 파업'을 부추긴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현대차 노조 역시 다른 노조와 같이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을 파업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월 임금 12만5524원 인상(기본급 대비 9.1%) △시간급제에서 월급제로 임금체계 전환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제 즉각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 현 시급제에서는 생산직 근로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과도한 노동에 나서게 되고 이 때문에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업계에선 "현대차 생산 현장에는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 있었던 대규모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인해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 '우선 나눠 갖고 보자'는 식의 정서가 퍼져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회사가 공장 라인을 신축하면서 자신들의 주차장이 멀어진다는 불만까지 파업의 사유로 등장해 있다.
○임금 인상 VS 생산성 향상
반면 회사측은 생산성 향상과 임금 인상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라가면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투자재원이 고갈돼 결국엔 임금과 고용을 줄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대차 근로자의 생산성은 임금 인상폭에 비해 낮은 상태다.
2001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현대차의 임금(수당포함)은 총 42.39%(연 평균 8.4%) 올랐다.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3.34%)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에 비해 최근 5년간 현대차의 생산대수(국내공장 기준)는 평균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고임금-저생산'의 구조로 점점 더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내수침체 등 어려워진 경영상황을 감안해 임금 인상폭을 낮춰달라고 노조측에 제안한 상태다.
○해외에서는…GM과 도요타의 엇갈린 선택
노사문제는 해외 자동차업계에서도 항상 초미의 관심사다.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와 일본의 도요타가 극명한 대비를 이뤄 비교대상에 자주 오른다.
GM 노조는 강경투쟁으로 퇴직 후까지 생활비와 의료비를 보장받는 파격적인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과도한 복지비용은 생산원가로 전가돼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다 보니 결국 실적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GM은 최근 북미 공장 12개를 폐쇄하고 북미 근로자의 31%인 3만5000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이 회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GM은 시장점유율이 급락한 결과 지난해 105억6000만달러(10조246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도요타 노조는 사상 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55년간 무파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임금을 올렸지만 작년까지 4년 연속 임금을 동결했다.
도요타는 작년 한햇동안에만 109억달러(약 10조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도요타의 무분규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요타 근로자 1인당 생산대수는 58.4대,매출액은 132만달러다.
현대차의 31.5대 및 45만달러보다 훨씬 높다.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도요타는 19.5시간(2004년 기준)이면 충분하지만 GM은 23.1시간,현대차는 33.1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도요타가 계획대로 2010년 세계 시장에서 1030만대를 판매,GM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업계 1위에 등극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는 1950년 50일간의 파업으로 인한 구조조정 사태를 계기로 파업이 노사 모두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얻은 뒤 56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GM 노조도 최근에는 강경노선에서 벗어나 합리주의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