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한때 우리 지구를 주름잡았던 동물이었다.

백악기 초기인 1억1000만년 전쯤 중국에는 아주 많은 공룡이 살았다.

그런데 당시에 우리가 익히 아는 새도 존재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몇몇은 깃털 달린 공룡 같은 모습이었지만 몇몇은 오늘날 우리 주위를 날고 있는 새와 아주 유사한 모습이었다.

중국 과학자들이 오리를 닮은 새의 조상 화석을 대거 발견해 이런 사실을 재확인함으로써 조류 진화의 단계를 새롭게 밝혀냈다.


오늘날의 새는 공룡을 닮은 시조새 같은 원시 조류로부터 진화해왔다는 것이 지금까지 고생물학계의 통설이었다.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25년 전 중국 간쑤성 위먼 지역에서 발견된 새인 '간수스 위머너시스(Gansus yumenesis)'의 화석을 근거로 간수스가 오늘날 새와 보다 더 가까운 조상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오리나 물새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간수스는 1억500만∼1억1500만년 전에 살았다.

이런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간수스'의 새 화석들이 최근 중국 지질과학원의 하이루 요우 박사가 이끄는 조사팀에 의해 간쑤성의 옛 호수 지역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원래 25년 전 처음 발견된 간수스의 화석은 왼발과 발목 일부뿐이었으나 이번에 추가로 발견된 40여개 화석은 두개골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벽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상체의 뼈들을 볼 때 간수스가 오늘날의 오리와 마찬가지로 물을 박차고 오를 수 있었으며 발가락 사이의 물갈퀴 막과 질긴 근육으로 둘러싸인 단단한 정강이뼈를 보면 이 새가 헤엄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사이언스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미국 카네기 자연사박물관의 매튜 래머나 박사는 "간수스는 아마도 수영 선수나 다이빙 선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간수스는 공룡과 많이 닮은 시조새와는 아주 다른 골격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발목과 윗다리 뼈들이 서로 합쳐져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피터 도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공룡시대 말기인 초기 백악기의 새 가운데서 이만큼 오늘날의 조류에 가까운 것은 없다"며 "간수스는 초기 시조새로부터 시작된 조류의 진화 가계도에서 오늘날의 새와 가장 비슷하면서 가장 오래된 종류"라고 말했다.

간수스가 살았던 시대의 조류 가운데 가장 많았던 유형은 오늘날의 새와 비교할 때 어깨와 발의 뼈 일부가 뒤집혀 있는 '역조(逆鳥)'였다.

그러나 이번에 함께 발견된 여러 종류의 조류 화석 가운데 80%는 역조가 아니라 간수스의 것이었다.

간수스가 당시에 소수가 아니라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약 6500만년 전에 역조가 공룡과 함께 멸종된 반면 간수스가 어떻게 주류로 떠오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래머나 박사는 "공룡시대 이래 조류의 조상 대부분은 멸종했고 오늘날 후손을 남기지 못했으나 간수스는 현재의 새들로 이어졌다는 점이 간수스를 원시 조류와 우리가 오늘날 보는 조류 사이의 연결고리로 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새들과 가까운 오래 전 조류들의 대부분은 물속이나 물가에서 살았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