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발사됐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선 '스타더스트'호가 올해 1월 지구로 우주 캡슐을 보내왔다.

스타더스트는 그동안 지구로부터 3억8000만㎞ 떨어진 혜성 '와일드2'에 240㎞까지 접근해 우주 먼지를 채취해 오다가 올해 초 먼지를 담은 표본 캡슐을 미국 유타주 사막에 무사히 떨어뜨림으로써 임무를 완수했다.

이 표본 캡슐의 먼지 채집기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바로 '푸른 연기'로도 불리는 '에어로겔'이라는 신소재다.


스타더스트호가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당시 캡슐 속으로 들어온 고속의 우주 먼지들은 에어로겔에 부딪혀 마치 젤리 속에 길을 내면서 파묻히 듯 채집됐다.

에어로겔은 98% 이상이 공기로 돼 있는 초저밀도의 아주 가벼운 물질이어서 먼지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담아올 수 있었다.

우주 먼지들은 총알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부딪혀 왔지만 에어로겔은 큰 손상 없이 100만개 이상의 먼지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에어로겔은 또 화성 탐사선인 '패스파인더'호와 이 우주선의 화성탐사 로봇인 '소저너'의 단열 재료로도 사용됐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 등은 이처럼 아주 가벼운 데다가 열이 잘 통하지 않는 에어로겔을 우주선 소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런 에어로겔은 원래 1930년대에 처음 개발된 물질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유리와 똑같이 '실리카'라는 성분으로 돼 있지만 유리보다 1000배나 가볍다.

이론상의 밀도가 0.003g/㎤여서 공기 무게의 3배에 불과한 데다 아주 우수한 단열·방음 특성을 지니고 있어 미래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 구조를 보면 머리카락 1만분의 1 굵기인 실리카 구조체들이 성글게 얽혀 있는 사이로 수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공기 구멍들이 전체 부피의 98%를 차지하며 들어가 있는 형태로 돼 있다.

이런 공기 구멍 덕분에 단열과 방음 성능이 우수한 것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에어로겔은 2002년 기네스북에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등재됐으며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지는 미래 10대 소재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에어로겔은 그러나 툭하면 부서질 정도로 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예전만 해도 실제로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NASA가 우주 소재로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실용화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외국의 일부 기업들이 보다 튼튼하게 에어로겔을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 에어로겔을 기존의 8분의 1 비용으로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받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경수 박사팀은 매우 가벼우면서도 단열 기능이 뛰어난 나노 다공성 에어로겔을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김 박사팀은 물유리를 이용해 기존 방법보다 에어로겔을 획기적으로 싼 가격에 제조할 수 있는 핵심 기반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에어로겔 실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해외 기업의 에어로겔이 kg당 17만원 정도로 고가인 데 비해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kg당 2만∼3만원 정도에 에어로겔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차세대 단열재로 쓸 수 있는 '에어로겔 모노리스' '에어로겔 분말' '에어로겔 코팅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응용기술도 개발했다.

김경수 박사는 "고성능 단열재나 유리창을 비롯한 인공위성과 자동차 등의 소재 및 옷을 만들 수 있는 섬유,방음재와 화학 촉매용 소재 등 활용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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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하고 단열.방음효과도 뛰어나 ]

에어로겔은 투명하고 아주 가벼운 데다가 단열 및 방음 효과도 대단히 우수하다.

그래서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아주 높다.

에어로겔은 NASA 등에 의해 우주용 소재로 개발되고 있다.

우수한 단열 특성 덕분에 원래 연료탱크 소재로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아주 높은 온도나 아주 낮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항공우주용 적외선 차폐재와 우주탐사선 소재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무게가 아주 가볍다는 점도 에어로겔이 우주 소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따라서 앞으로 항공기나 우주선,인공위성 등의 소재로 쓰여 중량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어로겔은 산업용이나 건축용 단열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건물이나 산업 장비의 단열 재료로 쓸 수 있으며 실 형태의 섬유로 만들면 방한복이나 우주복으로도 만들 수 있다.

특히 에어로겔은 빛을 잘 투과시키면서도 열을 잘 차단하기 때문에 투명 단열재로서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다.

에어로겔을 실용화하려면 제조 단가를 낮추고 보다 뛰어난 물성을 갖도록 만들 수 있는 제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합성기술 개발이 속속 개발되면서 에어로겔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