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나 꿀벌 같은 곤충들은 눈의 기능이 대단히 뛰어나다.

수만 개의 아주 작은 낱눈들이 겹겹이 모여 있는 겹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겹눈은 전체적으로 종이 위 물방울처럼 둥글고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어 사방을 볼 수 있는 데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포착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곤충의 시각 원리를 이용해 인공 눈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돼 왔다.


한국인 과학자들이 곤충의 겹눈을 본뜬 '인공 눈'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곤충의 눈을 기계적인 원리로 구현한 이 인조 눈은 수천 개의 인공 낱눈이 벌집 모양으로 모여 전체적으로 둥근 돔(반구) 형상을 이룬 것이다.

사방을 볼 수 있고 초고속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는 '고성능 시각 장치'다.

상용화될 경우 초박형 카메라폰,캠코더,수술용 내시경 등 활용 여지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이평세 교수와 김재연,정기훈 박사.이들의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표지 이미지와 함께 간략히 소개된 데 이어 최근호에 관련 논문 전문이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인공 곤충 눈은 핀의 머리(pinhead)만한 아주 작은 인공 낱눈 수천 개를 입체적인 돔 형태로 배열한 것이다.

기존 렌즈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시각 이미지와 화학 정보를 감지할 수 있다.

곤충은 흑백만을 구분할 수 있지만 이 인공 눈은 색채도 분별할 수 있다.

따라서 고속의 움직임을 감지하거나 넓은 범위를 보는 카메라 또는 센서로 개발돼 감시 카메라,내시경용 카메라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인공 눈은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인공 눈은 곤충의 겹눈과 마찬가지로 육각형 벌집 형태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작은 렌즈도 곤충 겹눈을 구성하는 낱눈과 모양,크기,기능이 아주 비슷하다.

또 바늘꽂이에 꽂힌 바늘처럼 이 인공 눈을 구성하는 낱눈들은 약간의 각도로 서로 다른 쪽을 향하고 있어 각 방향으로 들어온 영상을 한곳에 모으도록 돼 있다.

곤충의 낱눈들이 빛을 받아들여 시각 신경으로 전달하는 세포와 연결되어 있듯 연구팀은 인공 눈을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의 영상 감지장치인 이미지 센서(CCD)에 연결시킬 계획이다.

또 화학분석을 위해 분광기와 연결시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 교수는 "기존의 2차원 미세 제조기술로는 진보된 3차원 광학시스템을 개발하기 어려웠다"며 "곤충 눈의 원리를 연구한 결과 인공 눈 생산 방안을 착안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먼저 육각형 벌집 모양의 작은 낱눈들로 구성된 둥근 돔 형태의 외형을 제조했다.

그리고 그 위에 실리콘을 함유한 고탄력의 고분자(PDMS) 막을 입힌 후 진공관과 공기 압축기를 이용,올록볼록한 렌즈 모양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체 돔 구조의 뒤쪽에 실제로 빛을 감지할 수 있는 감광 고분자 소재를 부은 후 자외선을 투과시켜 최종적으로 인공 곤충눈을 완성했다.

자외선이 지나간 길이 바로 인공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의 이동 통로가 된다.

이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인공 눈 제조 공정이 실제 곤충 눈의 생성 과정과 같을지 누가 알겠느냐"며 "렌즈를 통해 빛을 끌어들여 시각 시스템과 연결하는 과정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년 안에 인공 눈이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초박형 카메라 폰이 가장 먼저 나온 후 캠코더 등이 개발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