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트랜스지방 섭취 줄이기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트랜스지방 저감화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올해 가공식품에서 트랜스지방 함량을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공식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제품에 표시토록 의무화해 소비자들이 트랜스지방이 적게 든 제품을 손쉽게 고르도록 할 계획이다.

식물성 지방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긴다

지방은 동물성지방과 식물성지방으로 나뉜다.

동물성지방은 대부분 혈관을 좁게 만드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여 몸에 해롭다.

반면 콩 등에 들어 있는 식물성지방은 혈관을 청소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여준다.

식물성지방은 고체인 동물성지방과는 달리 상온에서 대개 액체상태다.

따라서 상하기 쉽고 운반하거나 저장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딱딱한 성질을 갖도록 하기 위해 수소를 첨가해 인위적으로 고체상태로 만드는데,이를 통해 만들어진 기름을 '경화유'라고 한다.

경화유는 값이 싼 데다 음식을 딱딱하고 보기 좋게 하며 바삭바삭한 맛을 내기 때문에 과자 빵 팝콘 피자 도넛 등 가공식품 제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경유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계에서는 거의 없는 트랜스지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식물성 불포화지방이 바로 트랜스지방이다.

섭취 2% 늘리면 심장병 발생 위험 28% 증가

트랜스지방은 식물성지방이지만 동물성지방보다 더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가 1999년 발표한 '트랜스지방과 관상동맥질환' 연구결과에서는 콜레스테롤과 관련한 트랜스지방의 악영향은 동물성지방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랜스지방이 피 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면서 혈관을 굳게 하고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의학 학회지는 트랜스지방 섭취를 2% 늘릴 경우 심장병 발생 위험이 28%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모든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해부터 트랜스지방이 2% 이상 들어 있는 식품은 아예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까지 서구처럼 트랜스지방이 국민들의 건강에 커다란 위험을 초래한다고는 판단하지 않아 특별한 규제를 안 하고 있다.

도넛 1개,감자튀김 3분의 2봉지 이하가 적정량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지방의 1일 섭취량을 총 열량의 1%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루에 열량 2000칼로리 분의 음식을 먹을 경우 이 가운데 트랜스지방 함량이 약 2.2g 이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도넛 한 개,피자 7분의 1조각,감자튀김 3분의 2봉지,햄버거 5분의 2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과자의 경우 지난달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1개(35g)당 0.3g의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들 가공식품을 되도록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또 식품을 조리할 때 마가린과 쇼트닝 대신 액체상태의 식물성 식용유를 쓰면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마가린을 사용할 경우에는 차숟가락 1개 분량 이하가 적당하다.

버터는 트랜스지방이 없으나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기 때문에 마가린 대신 사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임도원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