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는 2002년 1학기 공학부에 신설된 학과다.

생물학 및 의학,공학을 연계한 '미개척 학문분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연구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바이오시스템(BioSystems)이란 생물이나 생명을 뜻하는 접두사인 'Bio'와 체계,조직 등의 뜻을 담고 있는 'system'이 조합된 새로운 용어다.

바이오 분야와 정보·전자·나노 분야 등을 융합한 새로운 학문 영역이다.

학과는 크게 생명공학과 컴퓨터,정보공학의 융합분야인 '바이오정보(BioInformatics)',생명공학과 전자공학의 융합분야인 '바이오전자(Bioelectronics)',그리고 생명공학과 나노기술 및 기계공학의 융합분야인 '바이오나노/멤스(BioNano/MEMS)' 세 분야로 나누어진다.

의학과 생물학,공학의 융합분야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오래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2003년 노벨상은 자기공명영상(MRI) 연구자에게 돌아갔는데 이는 의학과 공학의 결합시대를 나타내는 전주곡이다.

KAIST 이외에도 국내외에서 바이오시스템(미국에서는 Bioengineering 또는 Biomedical Engineering) 학과가 신설되거나 활성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KAIST의 바이오시스템학과는 2002년 후기(가을학기)에 첫 석·박사 신입생을 뽑았고 학부생은 2003년 봄학기부터 선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학부생은 52명이고 대학원은 101명(석사 47명,박사 45명,외국인 석사 5명,박사 4명 포함)이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기부한 사재와 정부 지원금을 재원으로 설립됐다.

학과 내 세부 분야로는 바이오정보,바이오전자,바이오나노·멤스 분야가 있는데 바이오정보 분야에서는 생명현상의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 순서와 단백질 구조 등을 컴퓨터를 이용해 연구한다.

예를 들면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 위해 인체나 동물에 실험해야 하는데,약물이 작용하는 유전자와 그 특성을 알고 컴퓨터를 이용해 실험하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바이오전자는 주로 인간의 뇌와 신경계를 연구한다.

생명체 신경신호의 측정과 분석방법을 연구하고 뇌신경계의 신호처리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이를 활용한 지능시스템 및 의료기술 개발 연구는 망막칩과 달팽이관칩 등을 만들어 장애우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바이오나노·멤스 분야는 DNA,단백질 등의 생체물질을 정교하게 측정하고 조작할 수 있는 초미세 수준의 바이오칩과 생명체의 극미세 구조와 원리를 공학적으로 응용한 나노기계 등을 연구한다.

작은 칩 위에 일종의 실험실과 공장을 만들어 혈액 한 방울로 건강검진이 가능하게 하고,생명체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나노부품과 우리 몸 속이나 혈관 속에서 질병을 치료하고 생체 기능을 대신할 수 있게 하는 나노로봇 등을 연구한다.

개별 연구실의 연구활동도 활발하다.

계산신경시스템,나노바이오공학,바이오지능,바이오정보시스템,단백질생물정보학,신경물리학,생체영상신호처리,계산세포생물학 연구실 등이 있다.

바이오시스템은 신생 학문이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학문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가는 매력이 크다는 점이 바이오시스템 학과의 장점이기도 하다.

졸업생 진로 현황을 살펴보면 박사 졸업생은 1명으로 버클리대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석사 졸업생 40명은 삼성SDS LG전자 동부아남반도체 IBM 하이닉스 KISTI 정보통신진흥원 등 출연연구소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학사 졸업생의 상당수는 KAIST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다.

이들은 해외 겸직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위한 해외 파견 교육,국제학술회의 참여 기회 등을 통해 국제적 감각과 연구 능력을 갖춘 전문 연구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혜정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