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20세기를 움직인 과학기술'을 다뤘다.

인류 역사 전체에서 성취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뤄냈던 때가 바로 20세기였다.

이 시기의 눈부신 과학기술 발달은 그러나 그 이전의 혁신적인 발명과 발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차원에서 보면 진정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훨씬 이전에 이뤄졌다.

오늘은 20세기 이전까지 인류사를 바꾼 과학기술 사건들을 살펴보자.

◆ 불의 사용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신은 '불'을 훔쳐 인간에게 몰래 준다.

비록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친 죄로 벌을 받았으나 그 덕분에 인간은 약한 몸으로 자연계에서 생존할 수 있게 됐다.

불은 그래서 최초의 과학기술로 곧잘 해석되곤 한다.

근대 이후 등장한 전기는 '제2의 불',원자력은 '제3의 불'이라고 일컬어 진다.

태초부터 어떤 동물도 불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마찰의 원리를 이용,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본격적으로 불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일정한 장소에 모여 공동 생활을 할 수 있게 됐고,음식물을 익혀 먹음으로써 위생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음식물을 조리하기 위한 용기도 개발했다.

불은 도구와 함께 인류의 문명을 일으킨 주요한 수단이 됐다.

우리 인류가 지속적으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중요한 힘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록 문화'다.

기록을 통해 지식을 전수하고 지속적으로 발달시켰다.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종이다.

종이는 서기 105년 중국 후한 시대의 환관이었던 채륜에 의해 발명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보다 앞서 기원 전에도 종이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와 있다.

중국의 종이는 중동을 거쳐 서유럽으로 전파됐다.

대나무로 만든 죽간이나 양의 피부로 만든 양피지 등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나침반의 발명은 인류의 탐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침반은 중국 후한 시대 왕충의 저서에 처음 소개돼 있다.

서양으로 전해진 나침반은 14세기 이후 함선들의 지구 탐험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됐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널리 활용되고 있다.

◆ 0의 발견

고대의 그리스,인도,이집트 사람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10진법을 쓰면서도 10이나 100,1000 등의 수에 대해선 각기 다른 기호를 써서 표현했다.

'0'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0의 개념을 처음 사용한 곳은 인도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가 기하학을 중심으로 수학을 발전시킨 반면 인도는 추상적인 산술이나 대수학을 발달시킨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도에서 0을 썼던 기록은 5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수백 년 전이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0의 사용은 수학 등 자연과학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 지동설의 주장

그리스 철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기원 후 150년께 주장했던 천동설은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 등의 행성이 돈다는 것이다.

천동설은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천체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 됐다.

폴란드 출신의 과학자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는 달랐다.

그에게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런 이론이 허점 투성이로 보였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담아 1543년 내놓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번씩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은 천문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우주관과 종교관,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가치관마저 뿌리째 흔들었다.

그가 주장한 지동설은 케플러와 갈릴레이 등의 과학자들에 의해 입증돼 현재는 누구나 인정하는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