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역사 전체를 통틀어 성취한 것보다 더 많은 과학기술 발전을 지난 20세기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기에 인류는 원자,화학,생명 등에 관한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발달시키며 수많은 신기술과 신제품을 쏟아냈다.

우리 인류의 역사와 문화까지 바꾼 20세기 주요 과학기술 사건을 알아보자.

1945년 7월16일 미국 네바다주의 사막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실험이 이뤄졌다.

어마어마한 살상 능력을 가진 원자폭탄 실험이었다.

그리고 20여일 뒤인 8월6일과 9일 미국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이 원자폭탄을 투하,도시를 초토화시켰다.

20세기 중반 인류사를 바꾼 사건이었다.

◆ 대서양횡단 무선 통신

1901년 12월 영국 콘월 주의 폴듀와 캐나다 뉴펀들랜드 주의 세인트존스.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3570km 떨어진 이 두 지역 사이에서 역사적인 장거리 무선 통신이 이뤄졌다.

이탈리아 출신의 아마추어 발명가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이 무선 통신에 최초로 성공함으로써 인류 통신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그때의 감격을 이렇게 전했다.

"우리는 언어에 날개를 달아 내보내는 일을 배우는 중이다." 첫번째 송신 문자는 S자였다.

◆ 최초의 비행

새처럼 하늘을 나는 것은 인류의 오랜 몽상이었다.

이 꿈이 현실로 바뀐 것은 1903년 12월이었다.

라이트 형제로 잘 알려진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키티 호크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1896년부터 본격적으로 비행기 연구를 시작한 라이트 형제는 엔진과 날개 등 비행에 적합한 기계들을 직접 개발해 수많은 실험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마침내 1903년 비록 59초에 불과했지만 하늘을 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들의 실험은 오늘날의 우주항공 시대를 여는 큰 사건이었다.

◆ 플라스틱 시대

튼튼하면서 썩지도 않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소재는? 정답은 '플라스틱'이다.

1909년 미국의 리오 베이클랜드는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반응시켜 만든 합성수지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수지가 바로 20세기 플라스틱 시대를 연 최초의 합성수지 '베이클라이트'다.

플라스틱의 실용화는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 놓았다.

플라스틱은 금속이나 천연물 소재가 갖지 못한 특유의 장점으로 우리 일상생활과 산업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재가 됐다.

◆ 텔레비전 발명

전화의 발명으로 전선을 통해 음성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영상 전송으로 모아졌다.

영국의 존 베어드는 1925년 기계 방식의 텔레비전 시스템을 개발해 사람의 얼굴 이미지를 흑백으로 영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를 발판 삼아 이듬해엔 런던과 글래스고 사이에서 전화선을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후 베어드와 같은 기계적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브라운관으로 알고 있는 음극선을 이용한 전자식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1936년 영국의 BBC는 세계 최초로 정기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했다.

◆ 우주는 팽창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은 1920년대 안드로메다를 비롯한 은하들의 거리를 측정했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은하들이 서로 계속 멀어져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는 곧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의미하는 현상이었다.

그의 발견은 '우주는 항상 그대로 있다'는 기존 관념을 완전히 깨뜨려 버린 일대 사건이었다.

허블의 발견 이후 이를 설명하기 위한 '빅뱅 이론'이 나와 현재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통상적 관념과는 다른 우주,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 원자폭탄 개발

1900년대 초 아인슈타인 박사의 유명한 공식(E=MC2)에 의해 적은 질량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곧 원자폭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다가 1938년 12월 독일 카이저빌헬름 연구소에서 오토 한 박사가 핵분열 실험에 성공하면서 원자폭탄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 최초의 전자계산기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 컴퓨터.이 컴퓨터의 원형은 1946년 2월 첫선을 보인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이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에커트와 모클리가 진공관을 활용해 개발한 에니악은 무게 30t,길이 25m,높이 2.5m의 엄청난 크기에 소요전력도 120kW에 달했다.

당시 에니악은 초당 5000번의 연산을 할 수 있어 1944년에 완성된 전기식 계산기 '아이비엠-하버드 마크 1'보다 1000배나 빨랐다.

에니악은 미국 메릴랜드주 애버딘의 미군 탄도연구소에 설치된 후 수소 폭탄 등의 개발을 위한 작업에 활용됐다.

2차대전이 끝난 후 1955년까지 일기예보 등에 이용됐다.

◆ 트랜지스터 발명

전자 계산에 활용된 초기의 진공관은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눈을 돌린 게 바로 반도체다.

1940년대 과학자들은 부도체인 게르마늄과 실리콘이 제한적으로 전류를 흐르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원인은 이들 소재에 섞여 있는 불순물이었다.

게르마늄이나 실리콘에 비소나 붕소를 첨가하면 음전하를 띤 자유 전자 또는 양전하를 띤 정공(hole)이 생겨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이다.

미국 벨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 등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1947년 12월 마침내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 소자가 저항을 바꿔 신호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트랜지스터'로 이름 붙였다.

트랜지스터는 보청기에 처음 사용된 이후 수많은 전자 제품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

유전자는 생물체가 대를 이어가면서 연속성을 갖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유전자의 본체는 DNA라는 물질이다.

195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연구소의 왓슨과 크릭은 DNA가 네 가지 염기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이중나선 구조로 돼 있다는 사실을 규명,생물학 분야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연구 결과는 당시 네이처지에 소개됐다.

DNA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유전자 연구는 빠르게 진척됐다.

오늘날 유전자 연구는 생명의 근원을 밝히고 질병을 정복하는 중요한 분야가 돼 있다.

◆ 최초의 인공위성

1957년 10월4일 직경 57cm에 무게 82.8kg의 금속구가 우주로 쏘아올려졌다.

러시아(구 소련)가 발사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였다.

우주 시대의 개막을 알린 스푸트니크 호의 발사는 상당한 파장을 낳은 사건이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 일을 계기로 우주 개발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충격을 받은 미국은 과학기술 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에 나서기도 했다.

스푸트니크호 발사를 시작으로 우리 인류는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렸으며 달을 비롯 화성 목성 토성 등 태양계 행성에 대한 탐사작업도 벌이고 있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