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탐방]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 "취업! 우린 걱정 안해요"

지난해 9월 열린 '대한민국 공익광고 공모전'에 2000여개 팀이 응모한 가운데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이 2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었다.


24년 역사의 이 공모전에서 대학생들이 메이저 광고대행사를 제치고 연거푸 대상을 차지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7월 세계적인 시계업체 스와치의 국내 법인이 주최한 시계 디자인 공모전에서도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4학년생인 송요윤씨(25)가 대상을 받았다.


스와치 본사는 내년 하반기쯤 수상작 가운데 하나를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출신들의 이런 성과는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실효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지난해에만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36개팀이 수상작을 냈다.


10개 정도로 꼽히는 메이저 광고전에서도 매년 3∼4개 팀이 입상하고 있다.


군 입대자와 대학원 진학자를 뺀 순수 취업률도 2003년 83%,2004년 100%,지난해에도 9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국대 시각디자인과가 전국 규모의 공모전에서 명성을 쌓으며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 학과의 선·후배 사이가 남다르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팀을 짜서 공모전을 준비할 때 항상 팀을 이끌어나갈 고학년 선배가 있다.


이미 많은 공모전 수상 경력과 넓은 디자인 안목을 지닌 선배가 후배와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사회에 이미 진출한 선배는 이들이 만든 다자인의 대외적 가능성을 평가해준다.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길게는 2~3달 동안 동거동락하면서 선·후배 관계는 더욱 끈끈해 진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딩(Ding)'이라는 자발적인 디자인 문화운동이다.


'Ding'은 '단국'의 현재진행형(Dankook+ing)인 동시에 '디자인'의 현재진행형(Design+ing)이다.


1999년 시작된 '딩'은 '학점에만 매달리지 말고 현실과 접목된 디자인 활동을 하자'는 뜻이다.


이 운동으로 현재 1∼4학년에 재학 중인 160여명 전원이 광고와 캐릭터·카툰 등 11개 동아리에 가입,자발적으로 관심있는 분야에 매달려 심화 학습을 하고 있다.


1999년 9월9일 첫 전시회를 열었으며 올해로 여덟번째 정기 전시회와 수시 세미나를 앞두고 있다.


이 운동을 처음 제안했던 박영민씨(30)는 "외부 디자인 모임에서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소모임 형식으로 디자인 이론과 실기를 자유롭게 배우고 연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0년 지인 3명과 디자인 기획사를 세워 현재 회사 직원을 140명까지 늘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고 창조력을 키워주는 수업 커리큘럼과 교수들의 지도가 단국대 시각디자인과의 가장 핵심적인 원동력이다.


이창욱 시각디자인과 주임교수는 "공모전 입상 비결은 학생들을 '디자인 욕심쟁이'로 길러내는 '하드 트레이닝'에 있을 것"이라며 "엄청난 양의 과제와 팀별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실력과 자신감을 동시에 쌓게 한다"고 말했다.


시각디자인과에서 '악마'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정계문 교수도 보통 오후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일화로 유명하다.


정 교수는 "연구실을 열어놓은 채 학생들과 쉽게 어울려 대화하면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들이 디자인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회 등 체험행사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시각디자인과가 자리잡은 미술관 건물은 단국대 서울캠퍼스 내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있다.


미술관 건물의 별칭이 '디자인 수도원'이다.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지형적으로 고립된 환경이어서 놀러가려면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냥 미술관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문혜정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