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자살(apoptosis)은 세포가 일정한 숫자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세포자살은 생체가 '치사 유전자'를 작동시켜 스스로 불필요한 조직이나 세포를 소멸시키는 의미로 적절한 번역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그램화된 죽음'(PCD:programed cell death)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

다 자란 올챙이가 꼬리를 단축시키면서 개구리 성체가 되는 것이나 산모가 출산 후 젖을 분비하기 위해 유방(유선)이 커졌다가 수개월 후 다시 원래 크기로 작아지는 것 등이 세포자살에 의한 것이다. 태아 초기에 손이나 발이 주걱 모양을 하고 있다가 점차 자라면서 불필요한 조직이 소멸되면서 손가락 발가락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세포가 죽는 방식은 크게 '병적인 죽음'(괴사·necrosis)과 '능동적 죽음'(세포자살·apoptosis)으로 나눌 수 있다. 괴사는 물리적 손상(타박상 화상 방사선),화학물질 등 외부 자극에 의해 세포가 죽는 일종의 '사고사'다. 세포 밖에서 수분이 유입돼 세포가 팽창해 파괴되는 형태를 띤다. 괴사는 오랜 시간에 걸쳐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데 반해 세포자살은 단시간에 질서있게 일어난다.

과거에는 모든 세포의 죽음을 괴사로 인식했으나 30여년 전 세포자살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의학적 의문들이 풀어지고 있다. 역할을 다한 세포가 시나브로 위축돼가는 세포자살은 생명현상이 넘치지도 덜하지도 않는 중용과 일치함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