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면 흔히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암 세포가 무제한으로 인체의 조절을 받지 않고,아무 목적도 없이 뻗어나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세포들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암이 신경 혈관 근육 뼈 등을 잡아먹으면 통증은 극심하기 이를 데 없고 영양공급이 일부 차단돼 빈혈이 오고 손 발톱은 부스러지며 머리칼은 빠진다. 근육엔 힘이 들어가지 않고 뼈는 물러져 언제 골절될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발생한 장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소화불량 출혈 염증 부종 복수 등이 일어난다. 이처럼 암은 무차별적으로 인체를 괴롭힌다.

◆암의 어원

암(cancer)은 고대 희랍어 '게(crab)'에서 유래했다. 암이 생기면 게가 여러 개의 발을 펼친 것 같이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로 암(癌)은 '돌맹이 같이 단단한 응어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암은 의학용어로 '신생물'(neoplasm,neoplasia),관행적으로는 '종양'(tumor)으로 불린다. neoplasm은 'new+growth(생장) 또는 tissue(조직)'를 의미하는 합성어다. tumor는 세포가 팽윤된 상태를 뜻하는데 양성(良性)종양과 악성(惡性)종양으로 나뉜다. 전자는 인체에 이렇다할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고 후자는 바로 인류가 두려워하는 암이다.

◆암의 특징

세포는 성장(growth) 분화(differentiation) 세포자살(apoptosis) 등을 거쳐 정지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세포 유전자 중 일부에 이상이 발생하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변하게 되고 단백질이 수행하는 기능도 바뀐다. 이에 따라 세포의 질서가 교란되면 암이 생기게 된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촉진하는 것으로는 1000여종이 넘는 발암물질과 4000여종의 유전자결함 질환 외에 바이러스,방사선,비정상적 태아·성장과정 등이 있다. 비만 운동부족 스트레스 빈곤 위생불량 등도 암을 유발하는 생활·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암의 특징은 양성종양과 악성종양을 대조시켜 봄으로써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양성종양은 일정한 형태를 지닌 덩어리로 어느 정도 성장 분화하면 더 커지지 않으며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악성종양은 피막(테두리)이 없어 모양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성장하며 인접한 다른 정상세포로 마구 파고 들어간다. 암은 미성숙하고 분화가 뚜렷하지 않은 이형성(anaplasia) 세포이기 때문에 이 같은 특성을 띤다. 이때 암세포가 인접 조직을 침범하는 것을 '침윤'이라 하고 혈액이나 임파액을 타고 원래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번지는 것을 '전이'라고 한다.

사람은 60조~7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끊임없이 분열하고 퇴화한다. 인체는 정상적인 면역력을 갖출 때 1000만개의 암세포까지 파괴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증상이 느껴져 암으로 진단받았을 때는 대개 10억개 이상의 암세포가 자리잡은 상태여서 손을 쓰기엔 너무 늦어버리게 된다.

◆암의 분류

암은 손톱 발톱 머리카락을 제외한 270여개나 되는 인체 어느 장기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심장암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혈액이 빠르게 순환해 암세포가 정착하기 어렵다는 심장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

암은 어떤 조직에서 유래됐느냐에 따라 육종,상피세포종,선종으로 나뉜다. 지방이나 근육 같은 결체조직에 생긴 종양을 육종(肉腫·sarcoma)이라고 하는데 대개 악성이다. 상피세포(上皮細胞)에 생긴 종양 가운데 양성종양은 상피종이라고 해 조직이나 세포 이름 뒤에 'oma'라는 접미어를 붙이고 악성종양은 상피선종(上皮腺腫·carcinoma)으로 부른다.

상피세포는 피부나 장기 바깥층의 편평세포와 입부터 항문까지의 소화관을 덮고 있는 점막세포를 총칭한다. 유방의 유선,갑상선,전립선 등 물질을 분비하는 기능을 가진 세포에서 기원한 종양은 선종(腺腫·adenoma)이라고 한다.

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