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걸리면 죽을 확률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명은 유지할 수 있으나 건강할 때에 비하면 온전하지 못한 심신상태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암은 21세기 의학이 도전해야 할 몇 개 남지 않은 분야다. 흑사병 천연두 등을 극복한 인류가 과연 난공불락인 암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암의 정체를 현미경보다도 훨씬 세밀한 분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연구수단이 도입되면서 의학자들은 암 정복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몸의 곳곳을 훑어볼 수 있는 진단기기와 인체에 해를 덜 주는 수술기법과 항암제가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오늘은 암의 정체와 치료법에 대해 해부해보자.

유감스럽게도 의사들은 암을 '치료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관해(寬解·remission: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경감됨)라는 용어를 쓰거나 '위암 1기 환자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95%'라는 식으로 묘사한다. 위암의 경우 재발률이 2년 내에 50%,3년 내에 70%,5년 내에 90%에 달한다. 100% 완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암 수술 후 활기찬 삶을 살고 있어요"같은 치료 성공담의 뉴스를 접하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항암제,방사선,수술 등으로 암과 싸운다

암 치료는 항암제를 투여하는 화학요법,방사선 치료,수술치료가 주종을 이룬다. 항암제는 세포의 분열 증식에 관여하는 DNA나 효소 등에 작용해 세포를 죽인다. 암세포만 죽이는 게 아니라 정상세포도 죽이게 되므로 환자는 구토 빈혈 탈모 암성신경통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방사선치료는 어떤 물질에 도달하면 이온화를 유발하는 고에너지 방사선으로 세포를 괴사시키는 치료다. 방사선은 세포 생존에 필요한 DNA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작용하거나 세포를 일단 노화시킨 다음 세포자살을 통해 암세포가 자연스럽게 사멸되도록 유도한다. 전리방사선 중 주로 감마선,X선,전자선,양성자선,중성자선 등이 암 치료에 쓰인다.

방사선 치료는 단독으로 암 치료에 쓰이는 경우는 드물고 화학요법이나 수술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시행된다.

암의 재발과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근에는 암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인식해 정상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암 부위에만 정밀하게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법들이 보편화되고 있다.

수술치료는 내시경,로봇 등을 사용해 덜 째고 암 부위만 절제해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메스나 가위 올가미 외에도 고주파 전기소작기 레이저 등을 사용해 환자가 통증을 덜 느끼도록 암을 제거하는 방법도 확산되고 있다.

◆개발 중인 첨단 암 치료법은

정상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고정밀 로켓처럼 암세포만 폭격할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총력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게 '모노클론항체(mono clonal antibody)'로 암 세포의 특정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물질이다. 대부분 쥐에 항원을 주사한 다음 생성된 항체를 다량 증식시켜 정제한 뒤 치료제로 사용한다. 부작용은 적지만 항암효과가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거나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또다른 첨단 항암제는 암 세포가 증식할 때 거치는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나 발암효소를 차단하는 것이다. 한국노바티스란 제약사가 시판하는 '글리벡'은 이런 원리로 암을 죽이는 대표적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다.

암세포가 인접 정상세포로 혈관을 뻗어내려 영양분을 빨아먹는 것을 막는 혈관신생(angiogenesis)억제 항암제도 있다. 과거 안지오스타틴이나 엔도스타틴이라는 항암제가 주목을 받았으나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판가름나면서 이를 개량 발전시킨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암이 유전자의 반란에 이뤄지는 것인 만큼 이를 진압하고 교정하는 유전자 치료도 발전하고 있다. 암 억제 유전자를 무독화된 바이러스에 실어 암 세포에 주입하면 암이 죽는 원리다.

이 밖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HPV)에 대한 예방백신이 개발돼 90% 이상의 암 예방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수 많은 항암제 중 환자에게 유전자적으로 감수성이 높은 것을 골라 투여하도록 유도하는 '약물맞춤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이들 치료법을 적용해도 이론과 달리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연구자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은 분자생물학 유전체학 생체정보학 나노과학 등의 발달에 힘입어 '암을 이해하는 단계'에서 '물리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rumba@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