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편리해지는 생활

1947년 미국에서 최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에니악'이 등장했다. 당시 에니악의 무게는 무려 50t,차지하는 면적은 280㎡나 됐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컴퓨터는 점점 작아져 이제는 노트 크기 정도로 줄어들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기록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는 1.44메가바이트(MB)의 플로피디스크가 쓰였다. 플로피디스크에는 사진 몇장,문서 파일 몇 개를 저장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껌 한통 크기의 USB드라이브에 2~4기가바이트(GB)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모두 반도체 기술의 진화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반도체의 발달은 이처럼 우리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고성능 반도체 기술이 등장하면서 유비쿼터스(Ubiqitous: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와 디지털 컨버전스(기능 융·복합)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통화만 가능했던 1세대 휴대폰과 달리 최근 출시되는 휴대폰은 통화는 물론 디지털카메라 촬영,영화감상,TV방송 수신,모바일 게임까지 할 수 있을 정도다. 디지털카메라도 단순한 촬영 기능 외에 MP3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캠코더처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낸드플래시가 진화 이끈다

올 들어 국내외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분야는 단연 모바일 및 컨슈머 기기다. 휴대폰,MP3,디지털카메라,PDA,휴대용 게임기 등이 그것이다. 모바일·컨슈머 기기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낸드플래시'가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자주 전원을 껐다 켜야 하는 휴대용 기기에 많이 쓰이는 반도체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다른 플래시메모리와 비교할 때 용량을 늘리기 쉽고 저장속도가 빨라 데이터 저장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메모리카드와 목걸이 형태로 걸고 다니는 USB드라이브 등이 대표적인 낸드플래시 응용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한 16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를 예로 들어보자. 이 반도체 16개를 하나로 합쳐 32기가바이트(GB)급 메모리카드를 만들 경우 MP3 음악파일을 8000곡,DVD급 영화 20편,일간지 200년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 웬만한 하드디스크를 능가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제품을 저장장치로 사용해 노트북을 만들 경우 기존 제품보다 무게와 크기를 절반 이하로 줄인 노트북도 만들 수 있다.

◆반도체 진화의 끝은 어디?

반도체 기술은 어디까지 도달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갈수록 반도체 기술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응용분야 또한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얘기한다. 나노(nano)과학을 응용한 의료용 반도체칩으로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공상 과학영화에나 나옴직한 로봇이 등장할 수도 있다. 또 휴대폰을 켜면 3차원 입체영상을 통해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고,몸 속에 반도체 칩 하나만 넣으면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태명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