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전기 현상은 17세기 이후 부터 그 정체가 속속 드러났다.
'미지의 힘'으로만 알려져 왔던 전기에 대해 과학자들은 그 정체가 무엇이며 어떤 힘에 의해 발생되는지 베일을 하나씩 벗겼다.
정보화 사회가 급진전 되면서 전기는 이제 현대인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전기가 없으면 TV 냉장고등 가전제품은 물론 인터넷도 쓸 수 없다.
공업화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고 정보화 시대를 열어 젖힌 원동력인 전기에 대해 그 역사와 원리를 알아보자.
기원전 600년께 그리스 사람들은 호박돌을 헝겊으로 문지르면 깃털이 끌려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기는 영어로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라고 하는데,이 단어의 어원이 바로 그리스어로 호박(琥珀·장식용 광물)을 뜻하는 일렉트론(Elektron)이다.
전기는 최초에 이 같은 정전기 현상으로 알려지게 됐다.
물론 '끌어당기는 힘'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다.
◆마찰 기계와 라이덴 병
최초의 정전기 발생장치는 17세기 독일의 물리학자 오토 폰 게리케가 발명한 '마찰 기계'로 알려지고 있다.
유황으로 만든 공을 회전시키면서 손으로 마찰하면 정전기가 발생돼 종이조각이나 천조각을 끌어당기는 기계다.
이후 과학자들은 점점 커다란 마찰 기계를 만들어 꽤 많은 정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게 됐다.
18세기에 들어와서는 전기에 두 종류가 있음이 밝혀졌다.
털로 문지른 2개의 호박이 서로를 밀어내고 마찬가지로 비단으로 문지른 유리들도 서로를 밀어낸 반면 호박과 유리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박을 비볐을 때 나오는 전기는 수지 전기,유리를 문질렀을 때 나오는 전기는 유리 전기라 불려지게 됐다.
훗날 미국의 정치가이자 발명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수지 전기는 음전기로,유리 전기는 양전기로 이름 붙였다.
18세기 전반기에 영국의 과학자 스테펀 그레이는 전기를 잘 전달하는 도체와 그렇지 못한 부도체를 구별하고,금속 도선을 이용해 전기를 수십m 떨어진 곳까지 전달하기도 했다.
또 18세기 중엽 네덜란드의 뮈센브로크는 정전기를 모을 수 있는 축전지인 라이덴 병을 발명했다.
◆전지의 탄생
18세기가 저물어 가던 1790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알레산드로 볼타는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동전 모양의 구리 원반을 혀의 한쪽 면에,아연 원반을 다른 한쪽 면에 대고 두 원반을 동시에 손으로 건드리면 혀에 '찌르르' 하는 느낌이 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볼타는 어떤 종류든 두 가지 다른 금속 사이에 침이나 소금물,부식성 액체를 넣으면 항상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은판과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이나 알칼리 용액에 적신 천조각을 끼운 것을 여러 쌍 겹쳐 쌓은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의 양 끝에 전선을 연결하자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전류)가 흘러나왔다.
전기를 만들어 내는 화학전지의 탄생이었다.
과학자들은 그의 발견을 기려 묽은 황산 속에 구리와 아연을 담근 것과 같은 1차 전지를 지금도 볼타전지라 부른다.
◆전보와 전화의 발명
19세기 초 미국의 조지프 헨리는 철 조각 주위에 도선을 감아 코일을 만든 후 볼타전지로 전류를 흘려보내면 철이 강력한 자석으로 변하고 전류를 끊으면 원래 철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다.
이른바 전자석이다.
그는 전자석 주변에 작은 철조각을 둔 후 전지와 전자석 사이의 도선 길이를 늘려 꽤 먼 곳에서도 전자석과 철조각을 붙였다 뗐다 하는 데 성공했다.
전보의 원형이었다.
새뮤얼 모스는 이런 전자석의 딸깍거리는 소리를 신호체계로 만들어 전보기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최초의 전보 메시지는 볼티모어에서 워싱턴까지 전달됐으며 그 내용은 '놀라운 하느님의 작품'이었다.
이어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소리를 전할 수 있는 오늘날의 전화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