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주 개발사] <10> 아리랑위성 2호 추진기관

1999년 발사된 아리랑위성 1호는 국내 개발 위성으로는 처음으로 추진기관을 탑재했다.


이는 우주비행체 추진기관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세계 우주추진기관 산업에 첫발을 내디뎠을 뿐만 아니라 국내 우주추진기관 개발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리 길지 않은 국내 우주개발사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기술 기반이 취약했던 당시 상황에서 모든 설계와 제작 과정을 공동 개발기관이었던 미국 TRW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의미의 독자 기술을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리랑위성 2호의 진화는 추진기관 개발과정을 돌이켜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공위성용 추력기를 포함한 추진시스템을 독자적인 기술 기반에 의해 설계,제작하고 시험까지 완벽하게 수행했다.


TRW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인증시험 및 평가를 국내 기술과 시설로 끝냈고,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추력기 지상연소시험장을 대부분의 국내기술로 설계하고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여덟 번째로 인공위성 추력기 개발시설 보유국이 됐다.


FORMOSAT(옛 ROCSAT)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에 비해 1년 일찍 위성을 만든 대만이 2호 개발 때도 추진기관 개발을 해외 업체에 의뢰한 사례와 비교해보면 독자적인 개발능력 구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추진계 개발 팀원들의 땀이 곳곳에 배어 있다.


연소시험장 건설 당시 치과에 갈 시간이 없어 통증을 견디면서까지 불평 없이 일을 수행했던 때,일의 진척이 너무 늦어지자 혼자서 새벽에 고사를 지냈던 현장 작업자의 일화는 웃음거리로만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기억이다.


먼 미래에는 하나의 전설이 될 것이다.


추진기관의 독자적인 개발이 전제되지 않은 우주 개발은 요원한 상상으로 남아 있게 될 뿐이다.


현재까지 구축한 기술과 시설을 바탕으로 추진기관을 개발하려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단일추진제 추진기관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촉매를 국산화하고 추력기 연소시험을 위한 제품보증시험 수준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위성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전기추력기 등을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노력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으면 우리나라가 우주분야의 변방국에서 중심국가로 우뚝 설 날이 꿈이 아닌 현실로 조용히 다가올 것이다.


유명종 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열추진그룹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