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는 매년 단골 메뉴로 거론되던 이슈가 여지없이 또 나왔다.

유전자변형생물(GMO) 문제다.

이번엔 지난해 수입된 콩 128만t 가운데 77%가 유전자변형 콩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일으켰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란 특정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넣어서 만든 작물이나 동물을 말한다.

빨리 익는 과일이나 제초제에 강한 벼,병원균에 저항성을 가진 감자 등이 그 사례다.

이런 GMO와 관련된 논란은 90년대에 시작돼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GMO가 인간이나 자연계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뚜렷한 증거가 여전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 중국 아르헨티나 등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GMO를 광범위하게 생산·판매함으로써 이미 많은 종류의 GMO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확산되는 GMO 생산

199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처음으로 유전자변형(GM)으로 만들어진 토마토의 판매를 허가했다.

이 토마토는 수확한 후 상당히 오랜 시간 운반돼도 잘 물러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후 제초제와 질병에 대해 저항성을 가지거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높인 작물들이 잇따라 등장해 현재 18종 80여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옥수수 콩 토마토 같은 농산물에서부터 카네이션,장미 같은 화초류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해 지고 있다.

세계의 콩 재배면적 중에 GMO 콩의 재배면적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식물 뿐만 아니다.

몸에서 빛을 내는 '형광 열대어' 등 GMO 동물도 등장하고 있다.

대만 업체가 개발한 이 형광 물고기는 관상용 열대어인 제브라피시에 산호초에서 추출한 형광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탄생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의 주식인 쌀도 조만간 유전자 변형 작물로 생산될 전망이다.

중국이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으로 생산된 쌀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과학자들은 해충과 질병에 저항성을 가진 4종의 유전자 변형 쌀을 개발해 중국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껏 세계적으로 유전자 변형 쌀의 재배가 허용된 사례는 없었다.

◆GMO의 양면성

GMO는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고 병충해에 강하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파란 장미'처럼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기한 식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GMO가 자연계의 유전 체계를 교란시킨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는 게 GMO 개발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생태계에 혼란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주장 역시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병원균에 강한 유전자 변형 작물이 나오게 되면 역으로 병원균 역시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어떤 살충제로도 막을 수 없는 '슈퍼 병원균'이 탄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 차이는 특히 미국과 유럽 사이에 뚜렷한 편이다.

미국이 이미 GMO 식품을 광범위하게 유통시키고 있는 반면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은 아직도 GMO 수입과 유통에 상당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국 사이에는 통상 마찰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국제 사회는 이 같은 논란에 대응,2003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바이오 안전성에 관한 카르타헤나 의정서'를 발효했다.

이 의정서는 인류의 건강과 생물 다양성의 보전에 미칠 위해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GMO의 생산과 수출입 시에 반드시 위해성 평가 및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