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약 2만5000여개의 유전자가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시거나 병에 걸리고 낫는 생명활동에 이 유전자들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런 유전자 가운데 '자살 유전자(suicide gene)'들은 몸의 세포를 스스로 죽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노화돼 쓸모가 없거나 병들어 유해해진 세포를 없애는 유전자다.

하지만 정상적인 기능을 벗어나 과도하게 활동하면 일반 세포까지 죽여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 암에 걸린 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이 유전자의 기능을 무력화시켜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암과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의 생성과 성장을 막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P53'유전자가 대표적이다.

P53은 세포에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때 이를 복원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세포가 암으로 발전해 이상 증식하려고 하면 세포의 분열을 막아 주기도 한다.

'폭스피2(FOXP2)'라는 유전자는 사람의 언어 구사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포유동물에도 이 유전자는 있다.

하지만 수십만년 전쯤에 인간과 다른 동물의 폭스피2 유전자 사이에 미세한 염기서열 변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언어 능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된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공포감을 일으키는 유전자도 있다.

공포 유전자가 제거된 쥐는 고양이를 보고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는다.

초파리의 '셰이커' 유전자는 수면 시간을 조절해 주며 대장균의 '유빅스' 유전자는 열에 대한 저항성을 키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