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면 과학자들이 호박돌 속에 화석으로 남아 있던 오래 전 모기에게서 공룡의 피를 뽑아낸다.
그리고 이로부터 DNA를 복원,마침내 공룡을 다시 세상 속으로 불러오는 데 성공한다.
DNA에 포함돼 있는 유전자(Gene)는 이처럼 생명체의 비밀을 모두 담고 있는 정보 저장소다.
유전자에 의해 생명체는 자신과 비슷한 후손을 남길 수 있고 생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이같이 중요한 유전자지만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유전자변형생물체(GMO)가 대표적이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고 질병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자연계의 유전 질서가 대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 윤리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과학잡지 '사이언스'와 '네이처' 최근호에는 미국 연구진의 흥미있는 연구 결과가 동시에 소개됐다.
지난 1918년 전 세계를 휩쓸며 무려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조류독감의 일종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조류를 통해서만 옮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독감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전염될 수 있음을 밝혀낸 충격적인 연구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은 87년 전에 나타났던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바로 유전자 덕이다.
미국 연구팀은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스페인 독감 사망자에게서 조직을 떼내 8개의 유전자를 재구성,바이러스를 재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전자는 생명체의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는 '생명 정보의 원천'이다.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생명활동은 이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이뤄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전자는 단백질 만드는 정보
우리 몸은 약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각 세포 안에는 저마다 세포핵이 있다.
그리고 이 세포핵 속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자리잡고 있는데,이 염색체는 디옥시리복핵산(DNA)이라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
DNA는 두 가닥의 나선형 사슬이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에 의해 연결된 형태로 돼 있다.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의 신호가 근본적으로 '0'과 '1'로 이뤄진 것처럼 모든 생명체의 신호는 바로 이 네 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인간 게놈지도는 바로 23쌍의 염색체 안에 있는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약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된 사람의 DNA에는 특정한 순서로 배열된 부분들이 있다.
단백질 제조 정보를 갖고 있는 이 부분이 바로 유전자다.
사람 염색체에는 2만5000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이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냄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먹고 마시는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성과 인종,심지어는 특정한 질병에 걸릴 위험까지도 유전자에 의해 통제된다.
다양한 생물 종에 따라 염색체,염기쌍,유전자의 수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신호 체계는 모두 같다.
◆유전자 연구 역사
1865년 오스트리아의 그레고르 멘델은 완두콩으로 유전현상을 규명,'멘델의 법칙'을 발표했다.
이 발견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해 묻혀졌지만 이후 '멘델법칙의 재발견'으로 일컬어지는 연구를 통해 세상에 다시 나와 유전학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
20세기 들어 유전학은 급속히 발전했다.
1909년 염색체 안에 유전 정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1943년에는 DNA가 유전 물질임이 입증됐다.
이후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설명한 1쪽짜리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DNA 연구의 승자가 됐다.
이들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공동 수상했다.
1956년엔 DNA를 합성하는 효소가 발견돼 DNA 생성 원리가 밝혀졌으며 1973년엔 서로 다른 종류의 DNA를 결합시킨 재조합 DNA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1980년대에 DNA를 실험관에서 증폭하는 기술(PCR)이 개발돼 유전공학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2003년 완료했으며 최근엔 침팬지 게놈을 완전 해독하기도 했다.
1970년대 등장한 DNA 재조합 기술은 생명공학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사람의 유전자를 대장균 같은 미생물에 삽입함으로써 미생물에서 인슐린이나 조혈촉진제 같은 인간의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암이나 각종 난치성 질환 치료 효과를 가진 유전자를 몸 속에 삽입하는 유전자 치료제도 속속 연구돼 현재 중국에 세계 1호 유전자 치료제가 나와 있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
그리고 이로부터 DNA를 복원,마침내 공룡을 다시 세상 속으로 불러오는 데 성공한다.
DNA에 포함돼 있는 유전자(Gene)는 이처럼 생명체의 비밀을 모두 담고 있는 정보 저장소다.
유전자에 의해 생명체는 자신과 비슷한 후손을 남길 수 있고 생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이같이 중요한 유전자지만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유전자변형생물체(GMO)가 대표적이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작물의 생산량을 높이고 질병을 치료할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자연계의 유전 질서가 대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 윤리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과학잡지 '사이언스'와 '네이처' 최근호에는 미국 연구진의 흥미있는 연구 결과가 동시에 소개됐다.
지난 1918년 전 세계를 휩쓸며 무려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조류독감의 일종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조류를 통해서만 옮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독감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전염될 수 있음을 밝혀낸 충격적인 연구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은 87년 전에 나타났던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바로 유전자 덕이다.
미국 연구팀은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스페인 독감 사망자에게서 조직을 떼내 8개의 유전자를 재구성,바이러스를 재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유전자는 생명체의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는 '생명 정보의 원천'이다.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생명활동은 이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이뤄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전자는 단백질 만드는 정보
우리 몸은 약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각 세포 안에는 저마다 세포핵이 있다.
그리고 이 세포핵 속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자리잡고 있는데,이 염색체는 디옥시리복핵산(DNA)이라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
DNA는 두 가닥의 나선형 사슬이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4가지 염기에 의해 연결된 형태로 돼 있다.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의 신호가 근본적으로 '0'과 '1'로 이뤄진 것처럼 모든 생명체의 신호는 바로 이 네 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는 것이다.
인간 게놈지도는 바로 23쌍의 염색체 안에 있는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약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된 사람의 DNA에는 특정한 순서로 배열된 부분들이 있다.
단백질 제조 정보를 갖고 있는 이 부분이 바로 유전자다.
사람 염색체에는 2만5000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이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냄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먹고 마시는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성과 인종,심지어는 특정한 질병에 걸릴 위험까지도 유전자에 의해 통제된다.
다양한 생물 종에 따라 염색체,염기쌍,유전자의 수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신호 체계는 모두 같다.
◆유전자 연구 역사
1865년 오스트리아의 그레고르 멘델은 완두콩으로 유전현상을 규명,'멘델의 법칙'을 발표했다.
이 발견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해 묻혀졌지만 이후 '멘델법칙의 재발견'으로 일컬어지는 연구를 통해 세상에 다시 나와 유전학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
20세기 들어 유전학은 급속히 발전했다.
1909년 염색체 안에 유전 정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1943년에는 DNA가 유전 물질임이 입증됐다.
이후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설명한 1쪽짜리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DNA 연구의 승자가 됐다.
이들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공동 수상했다.
1956년엔 DNA를 합성하는 효소가 발견돼 DNA 생성 원리가 밝혀졌으며 1973년엔 서로 다른 종류의 DNA를 결합시킨 재조합 DNA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1980년대에 DNA를 실험관에서 증폭하는 기술(PCR)이 개발돼 유전공학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2003년 완료했으며 최근엔 침팬지 게놈을 완전 해독하기도 했다.
1970년대 등장한 DNA 재조합 기술은 생명공학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사람의 유전자를 대장균 같은 미생물에 삽입함으로써 미생물에서 인슐린이나 조혈촉진제 같은 인간의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암이나 각종 난치성 질환 치료 효과를 가진 유전자를 몸 속에 삽입하는 유전자 치료제도 속속 연구돼 현재 중국에 세계 1호 유전자 치료제가 나와 있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